마지막 남겨진 달력의 날짜가 하루하루 지워지고 있다. 송년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들로 거리가 북적이고 예전 같진 않지만 크리스마스트리가 가는 한해를 곱게 장식하고 있다. 역사나 상점 등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형형색색의 불빛을 밝힌 것을 보면 살짝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거리를 쏘다니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메모장을 보면 이런저런 약속으로 빼곡하다. 동인회, 친목회, 기념회, 발표회 등 뭐가 그리 많은지 약속 잡는 것이 이젠 부담스러울 정도다. 한 해 무사히 살았으니 가는 해 잘 보내고 오는 해 희망차게 맞이하기 위함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보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더 늙기 전에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고 살자고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연락이 닿는 친구들이 모이다보니 얼추 스무 명 가까이 모였다. 식사를 하고 소주도 한 잔 했다. 그래도 헤어지기가 아쉬워 노래방에서 노래 몇 곡씩 부르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래라면 겁을 먹던 친구가 노래교실에서 배웠다며 음정 박자 정확하게 소화해내며 노래를 잘 하기도 하고 사교댄스를 배운 친구가 앞장서 분위기를 이끌고 가는 바람에 흥에 취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자주 만나자는 당부를
재난공화국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재난이 끊임없이 일어나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6년 9월 경주 지진, 올 11월의 포항 지진이 발생하여 피해를 주었으며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금년 11월의 창원 터널 화물차 유류폭발사고 등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재난과 사고는 물론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태풍과 집중호우가 매년 반복하고 있으며, 그동안 안전하였다고 여겼던 지진도 대형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으로 고도성장 시기를 겪으면서 도시건설, 도로, 교량 및 터널 등의 토목공사는 우리나라의 지형에 많은 변화를 주었는데 이로 인하여 각종 재해나 재난의 위험이 증가되었다. 기상재해나 지질재해 등 자연재난과 교통사고 및 폭발물 사고를 포함하는 사회재난은 인명과 재산에 크고 작은 피해를 주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사후약방문격으로 당국의 조사와 수사가 들어가고 결국은 인재였다는 언론기사로 종료되곤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보면 재난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은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하겠다. 금년 11월의 포항지진에서 발생한 재난을 돌이켜보면 지진
명중 /이용헌 빗방울이 툭, 정수리에 떨어진다 가던 길 멈추고 하늘 쳐다본다 누구인가 저 까마득한 공중에서 단 한 방울로 나를 명중시킨 이는 하기야 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번의 눈빛으로 나의 심장을 관통해버린 그대도 있다 - 이용헌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중에서 사람이든 사물이든 첫눈에 반하기는 쉽지 않다.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쳐다본 기억은 까마득하다. 그 많고 많은 빗방울 중에서 나의 정수리에 떨어진 단 하나의 빗방울처럼 그대는 특별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옷깃이 스쳐 간다. 그 많은 사람 중에서 그대가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그러니까 사랑은 그대의 눈빛이 내 심장을 관통해버린 사고다. 치명이다. 오늘도 비는 내리고 심장이 터진 빗방울 하나가 내 정수리를 향해 떨어질 때 하늘을 쳐다본다. /김명은 시인
거리들이 불빛들로 채워지는 12월이다. 기쁨과 환희를 한껏 머금고 있는 불빛들도 있지만, 성스럽고 신비로움을 차분하게 전하는 빛도 있다. 바로 렘브란트의 초상화처럼 말이다. 렘브란트 반 레인의 작품에는 찬연한 빛이 담겨 있어 사람들은 그를 ‘빛의 화가’라고 일컫는다. 특히 렘브란트의 초상화에 어려 있는 이 영롱한 빛은 너무나 신비로워서 마치 인물의 내면에서 저절로 새어 나오는 빛인 것 마냥 느껴진다. 만약 렘브란트가 이처럼 인물에 대한 탁월한 묘사가 가능하지 않았던 화가였더라면 결코 연출되지 못했을 효과였겠지만, 인물의 작은 주름, 수염, 눈망울, 눈썹 그 어떤 것도 놓치는 법이 없었던 렘브란트였기에 그의 인물은 신비로운 빛에 둘러싸여 늘 그 진가를 발하곤 한다. 당시 다른 지역 초상화에서는 인물이 입고 있는 의상이나 배경으로서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렘브란트의 초상에서는 배경이나 의상이 인물을 압도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는 본질을 놓치지 않았던 화가였다. 아주 오래 전 내셔널갤러리에 걸린 렘브란트의 초상화들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결코 훈남, 미녀라고 할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주변에 보았음직한 평범한 인물들
나의 가계 /박완호 나의 가계는 고향집 툇마루 먼지 뒤집어쓴 채 엎어져 있던 낡은 거울입니다. 끝 페이지가 찢어진 연애소설의 누군가 침 바른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자국입니다. 흐릿해진 글자들을 덮으려다 떠올린 초등학교 옆 골목, 달맞이꽃 핀 마당을 훔쳐보는 까치발입니다. 을지로에서 광화문, 백만 인파를 헤치고 달려가 기어이 만난 친구의 허술한 웃음입니다. 그의 어깨 너머 눈 시리게 나부끼는 촛불 너울입니다. 광장의 밤하늘을 맴도는 새들, 잿빛 허공에 새겨지는 속 맑은 울음입니다.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로만 알다 뒤통수 된통 얻어맞고도 또 펜을 드는 난, 아직 나를 다 알지 못합니다. - 시와 문화 (2017년 여름호) 누군가 말했지요, 시인은 神이 놓쳐버린 포로라고. 무엇에게든 복속을 거부하지만 詩의 포로가 되기를 자청한 사람, 또는 주술처럼 詩魔에 휘둘린 사람. 그러므로 시인의 가계는 고향집 툇마루의 먼지 앉은 거울로부터 찢어진 연애소설의 침 바른 글씨자국, 달맞이꽃 핀 마당을 훔쳐보는 까치발을 지나 광화문 촛불행렬에서 운 좋게 만난 벗의 어깨 너머 너울대는 촛불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생애를 관통해온 모든 추억과 경험치의 총량입니다. 시인의 가계가 저
지난해 한국 출생아의 기대 수명과 65세 노인의 기대 여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2016년 생명표'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여자 85.4년, 남자 79.3년이었다. 이는 OECD 평균(여자 83.1년, 남자 77.9년)보다 여자 2.3년, 남자 1.4년 긴 것이다. 65세 기준 한국 노인의 기대 여명도 여자 22.6년, 남자 18.4년으로 OECD 평균(여자 21.1년, 남자 17.9년)보다 각각 1.5년, 0.5년 길었다. 한국 출생아의 기대 수명 순위는 OECD 35개 회원국 중 여자 4위, 남자 15위였다. 이것 또한 1년 전의 7위, 18위보다 각각 3단계 높아졌다. 한국인이 이처럼 더오래 살게 된 것은 전반적인 생활여건 개선과 의료 수준 향상에 힘입었을 듯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 우리나라도 ‘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그 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 14% 미만인 ‘고령화 사회’였다. 그러나 현재 추세로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
수도권 중추도시인 수원시민과 서해안 중심도시인 인천시민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두 지역 주민들의 숙원 중 하나였던 수원발·인천발 KTX 직결사업의 내년 국비가 확보된 것이다. 그것도 당초 정부안 보다 각각 100억원씩 증가했다. 정부 사회간접자본(SOC)이 축소된 상황에서도 국비가 증가했으니 이 사업의 중요성을 정부와 국회가 알아준 것이다. 경기도의 역점사업인 수원발 KTX 직결사업은 2021년 말까지 경부선 서정리역과 수서고속철도(SRT) 지제역 간 4.7㎞을 직접 연결하는 공사다. 해당 구간이 연결되면 KTX는 수원역을 출발, 평택 지제역부터 고속철도 노선을 통해 부산, 광주지역으로 갈 수 있다. 상·하행 합쳐 하루 8회만 운행되던 운행횟수는 34회로 늘어날 수 있으며 소요시간도 대폭 축소된다. 현재 수원역에서 출발하는 KTX의 경우 별도의 고속철도 노선이 설치돼 있지 않다. 따라서 기존 철로를 이용해 대전역 또는 익산역에 도착한 후 고속철도 노선으로 바꿔타야하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반쪽 고속철이다. 앞으론 68분 걸리는 수원∼대전 구간은 45분, 195분인 수원∼광주 송정 구간도 83분이면 갈 수 있다. 인천발 KTX 직결사업은
독일에서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로 가기 위해 새벽에 베니스를 출발하는데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가 왔다. 산마르코 기차역에서 뮌헨역을 지나 밤에 도착한 카셀은 전세계에서 온 아트피플로 축제 분위기이다. 전광판에서는 독일의 전위예술가 요셉 보이스가 반겨주고 거리는 깨끗하게 정돈 되어 트램이 낭만적인 모습으로 다녔다.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독일 중부 소도시 카셀은 5년마다 90만명이 방문하는 세계 미술의 중심이 된다. 1955년 화가이자 교수인 아르놀드 보테가 창설한 카셀 도큐멘타는 올해가 14회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위예술제이며 현재의 미술계를 이끌 담론을 생산하고 미래의 미술 향방을 제시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섬유예술 작품이 대거 출품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하여 일년 동안 계획을 세웠기에 더욱 더 기대를 했다. 카셀 도큐멘타는 1933년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면서 1937년 뮌헨에서 대규모 퇴폐미술전을 열어 키르히너, 베크만 같은 당시 대가들을 112명 작가와 함께 퇴폐예술가로 매도하여 이들 작품 1만7천점을 강제 소각했다. 전후 나치에 의해서 왜곡되고 말살된 독일모더니즘 미술을 재확립하기…
올해를 돌아보면 가히 격동의 한 해였다. 매년 연말이면 다들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만 대통령 탄핵과 새 정부 출범, 탄핵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 인사들, 삼성그룹 회장 등에 대한 구속 재판….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가 터졌던 2017년은 특별한 해로 오래 기억될 듯 싶다. 또 다양한 인물을 둘러싼 인사청문회, 다당제 구도 속의 대립과 타협 과정도 스릴이 넘쳤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환경은 어떠했을까? 북한의 멈출 줄 모르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에 대한 미국의 강경 대응과 이를 이용한 한국에 대한 교묘한 경제적 압박, 일본과 중국의 거침없는 질주…. 한국은 사면초가와 다름없는 상황에서 눈치 보며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인구 절벽 시대에도 불구하고 더욱 가중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부족 현상, 퍼주는 선심성 행정으로 나라 곳간 사정까지 걱정되는 연말이다 보니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이와 같은 모든 상황에도 필자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분야는 수도권 영공 방어의 최전선에 있는 수원 공군비행장의 실상이다. 6.25전쟁 직후 만들어진 노후된 시설,…
도시인 /정무현 저녁에 그 친구를 만나야 한다. 스포츠 중계 프로는 봐야 한다. 몇 시인가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휴대폰이 계속 까똑까똑 한다. 내일 보고해야 하는 일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화장실을 옆에 두고 앉은 다리를 더욱 꼰다. 머리는 급한데 몸은 일어서질 못한다. 한 인생이 이렇게 복잡하다. 세상을 다스리는 하늘은 얼마나 힘들까. 그냥 비를 퍼붓는 거다. - 정무현 시집 ‘사이에 새가 들다’ 중에서 사실 도시인만 바쁜 것은 아니다. 현대인은 모두가 바쁘다. 시골에 살면 시골에 사는 대로 바쁜 일이 많다. 그러나 도시인이 더 바빠 보이는 것은 대부분 문명화 되어가는 기계들 탓이다. 그 중 제일이 핸드폰이고 두 번째가 컴퓨터, 그 다음이 티비가 아닐까. 보고 싶은 프로를 보아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야 한다. 업무상의 일도 안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시간에 쫒기고 약속에 시달린다. 현대병인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다 접어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일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