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유재영 생계를 찾아 나선 개구리매가 하늘에서 수직으로 급강하는 순간에도 뭐가 대수냐며 며칠 전 알에서 깨어 나온 흰뺨검둥오리 어린 새끼들은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더러는 자맥질로, 더러는 어미 날개 죽지에 목만 내민 채 즐겁게 호수를 떠밀고 갑니다 해맑은 아기 오리들은 어미를 따라 소풍을 나온 듯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그러나 생계를 찾아 급강하는 개구리매,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아기오리들은 아랑곳없이 어미의 날개 죽지에 목만 내민 채 맘 것 소풍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걱정은 오로지 어미의 몫, 겉으로 보이는 평화로움과는 달리 물속은 몇 배 더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밀고 나갈 것입니다. 어미의 애타는 심정이 우리네 부모와 닮아있습니다. 늘 부모의 그늘 밑에서 성장하면서도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는 우리들. 그러나 삶이란 잔잔한 물결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개구리매의 먹이로 전락할 수도 있듯이 종잡을 수 없는 위기가 사방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흰뺨검둥오리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용감하게 아기오리들을 지켜내며 즐거운 소풍을 무사히 끝낼 수 있겠지요, 부모님들이 늘 곁에서 우리들을 지켜주셨듯이. /정운희 시인
여름 대표 보양식이라는 보신탕은 예전부터 동서양이 다 즐겼다. 로마 사람들은 복날을 개의 날(dog’s day)이라 해서 이날 개를 잡아 제사지내며 별을 달랬다고 한다.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삼복 기간에 해와 함께 뜨고 지는 걸 보고 열기가 겹쳐 더욱 덥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8월 며느리 친정 나들이에 술병과 함께 보낼 정도로 귀하게 쳤다. 복(伏)이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자인 것도 이런 연유라고 한다. 보신탕이 서민들의 으뜸 음식이라면, 양반들은 민어탕을 최고로 쳤다. 또한 붉은 팥과 찹쌀로 만든 복죽과 인삼을 넣은 계삼탕, 닭칼국수, 장어탕도 모두가 즐겨 먹던 삼복 메뉴였다. 잉어를 넣은 용봉탕, 산 미꾸라지와 두부로 만든 도랑탕도 그 축에 낀다. 보양식 말고 여름을 이기는 찬 음식도 여럿 있다. 시원한 동치미 육수에 메밀면을 말고 잘게 찢은 닭고기를 담아내는 초계탕을 비롯, 참깨 껍질을 벗기고 곱게 갈아 체에 거른 국물에 영계백숙국을 섞어 차게 먹는 임자탕 등이 그것이다. 보신탕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보양식하면 역시 삼계탕이다. 초·중복이 지났지만 시중 유명 삼계탕 집엔 점심 저녁 줄서는 사람들이 여전하고 대형마트를
야간자율학습 폐지, 자사고 폐지, 고등학교 석식 폐지 등으로 논란을 빚은 경기도교육청이 이제 토요방과후 프로그램까지 폐지하겠다고 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7일 수원교육지원청에서 열린 현장교육협의회에서 아이들의 휴식권 확보를 위해 교육청 주도의 토요 방과후 학교 운영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공약에 맞춰 가장 먼저 자사고 폐지를 들고 나온 경기도교육청이 무슨 정책이든지 폐지만이 능사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초등학교장들 일부가 교사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폐지를 건의하자 이재정 교육감이 즉각 수용한 것이다. 토요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 주5일제 수업이 시행되면서 도입된 보완프로그램이다. 주말인 토요일에 미술·음악·체육 등 예체능 수업을 중심으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생들이 희망하는 과목에 대해 운영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지만 수업료가 사설학원보다 훨씬 저렴한 데다 정규수업에서 하기 어려운 과학실험 미술 음악줄넘기 해금 파티쉐 방송댄스 등과 축구 탁구 등 구기운동까지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토요방과후 폐지를 선언하면서 이 교육감은 방과후학교,…
경기도가 오는 9월부터 ‘장애인365쉼터’를 도내 4개 권역에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8월 7일까지 시·군을 통해 쉼터를 운영할 시설을 접수 받고 서류와 현장 심사를 거쳐 운영주체를 확정한 후 9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장애인 쉼터는 장애인 부모들의 염원이었다. 특히 가정에서 중증장애 자녀를 돌보는 부모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설이다. 형편상 중증장애 자녀를 가정에서 보살필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365일 24시간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한 채 꼬박 장애인 자녀 옆에 붙어 있어야 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 급한 일이 생겨도 밖에 나갈 수 없다. 부부 중 한명은 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사별이나 이혼으로 혼자 생활하는 경우 난감한 상황이 자주 벌어지게 된다. 물론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장애인 단체는 단기간 책임지고 내 자녀처럼 정성껏 보호해주는 시설이나 응급 서비스를 해주는 안전망 구축을 요구해왔다. 이번에 설치되는 장애인365쉼터도 지난 5월 남경필 지사와 도내 장애인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남 지사가 수용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도는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나눠 장애인거주시설과 단기보호시
요즘 SNS에 보복운전 블랙박스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보복운전은 경찰청 통계를 기준으로 2015~2016년에 하루 평균 6명이 입건되었다고 한다. 그 신고 건수는 3천770건에 달한다. 보복운전은 ‘고의적’이기 때문에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실제 2차, 3차 사고로 이어져 대형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수급 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보복 행위도 사회적인 문제이다.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신고하거나 공정위 조사에 협력한 하도급 업체에 거래 단절, 거래 물량 축소 등의 불이익을 제공하는 원도급 업체의 보복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은 과거보다 확실히 조급하다. 경제성장과 ‘조국근대화’를 빨리 이루기 위한 조급성이, 우리 사회를 여유 없는 경쟁사회로 만들고, 우리 국민들을 느긋하지 못한, 조급하고 허둥대는 국민으로 만들었다. 물론 한국뿐만 아니라 급속한 산업화를 겪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든지 조급성과 빨리빨리문화가 나타난다. 만만디의 나라로 알려진 중국도 대도시에서는 그런 면모를 볼 수 있다. 한국 대도시 못지않은 조급성과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홍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
임신 중 여러 걱정 가운데 하나가 감염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노출, 즉 주변환경의 변화에 따른 추가 예방접종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다. 미생물은 태아로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예방접종 사업은 국가적으로 잘 체계화 되어 있어서 중요 감염증에 대해서는 걱정을 덜 수 있지만, 임신전, 임신중, 임신후 산욕기에 추가 접종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산모에게 BCG, MMR(홍역-볼거리-풍진), 수두 백신과 같은 약독화 생백신 접종은 금기이다. 그러나 CDC(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는 산모가 생백신을 접종했거나 접종 후 4주 이내에 임신을 했다면 태아에 대한 상담이 요하지만, 생백신 접종 자체로 인한 임신 중절은 불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나 세균백신, 변성독소(toxoid)가 산모에게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다. 따라서 산모가 특정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많고 백신이 위험하지 않는다면 산모에게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잠재적인 위험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산모는 풍진에 대한 면역과 B형 간염 항원을 확인해야 한다. 만일 산모가 풍진에 대한 최근 감수성이 있으면 출산 후 즉시 산모에게 예방
‘시품출어인품(詩品出於人品)’이란 말이 있다. “글의 품격은 그 사람의 품격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말은 곧 말한 이의 인격 그 자체”라는 의미도 된다. 좋은 말을 하는 이는 선하게 보이고, 나쁜 말을 하는 이는 악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말 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세상 살아가는 모든 변화의 출발이말이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세 치 혀가 내뱉는 말이 세상을 시끄럽게 할 때가 많다. 망언, 막말, 식언(食言)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일본이 밥 먹듯 내 뱉는 역사왜곡 발언을 비롯 우리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의 보편적 가치기준에 크게 벗어난 발언으로 대변되는 망언이 등장하면 우리사회는 예외 없이 공분에 휩싸인다. 사전적 의미인 ‘이치나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망령되게 하는 말’이란 표현처럼 국민들의 염장을 질러서다. 그런가 하면 막말은 권력의 우열관계에 의한 ‘갑질’에서 쉽게 나타난다. 얼마 전 국내 대형 제약사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폭언에 가까운 막말을 일삼다 국민에게 사죄한 사건에서 보듯 막말 또한 가진자의 횡포로 치부돼 국민들을…
헛꽃 /이선균 배경만으로 존재의 이유가 된다. 향낭도 씨방도 없이 난분분 흐드러지다 혼자 울 곳을 찾아 하얗게 말라간다. 천치 같은 저, 보살 꽃. 아, 연보랏빛 산수국이 시인의 명치를 건드렸네요.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존재이유를 앞세워 모양을 드러내지만 그 역할은 각양각색이겠지요. 저 산수국, 혹은 산딸나무나 덜꿩나무의 꽃받침은 받침의 역할을 넘어 희생의 한판 꽃춤을 추기로 작정한 거지요. 향낭도 씨방도 없이 말이지요. 바람잡이 저 헛꽃에 취한 게 어찌 벌, 나비뿐이겠어요. 우리들도 종종 저런 헛것에 더 마음 빼앗기며, 진정한 참모습을 간과하며 사는 건 아닌지요. 그럴지라도 저 헛꽃의 입장을 헤아려 보면 모든 힘을 바쳐 생명에로의 통로를 잇고 스러지는 천치, 맞군요. 천치와 보살(菩薩)이 둘 아닌 不二의 경지를 보아냈군요. 시인은 시각적 현상을 통한 인지적 깨달음으로 화자와 중첩된 이미지의 확산을 도모합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 저런 천치 같은 보살놀음(?) 해본 적, 혼자 울 곳을 찾아 하얗게 마르던 적 있지요. /이정원 시인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은 충북도의원 3명이 지난 21일 전원 제명됐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초강경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김학철(충주1)·박한범(음성1)·박봉순(청주8)의원 등 3명의 입장에서는 “우리만 그런 거냐”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의 이같은 행태가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당사자 중 한 의원이 국민을 설치류에 빗댄 발언도 이 결정에 한몫을 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빗발치는 여론을 감안해 제명을 선택했다. 사안의 인화성이 커 더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다. 일종의 시범케이스 성격으로 당분간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경종이 될 것이다. 꼭 11년 전이다. 2006년 7월24일 당시 한나라당은 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친 홍문종 전 경기도당위원장에 대해 제명 조치를 내린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제명은 당 윤리위가 내릴 수 있는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였다. 그 때 홍 전 도당위원장과 함께 골프를 친 김철기, 김용수 경기도당 부위원장, 이재영 평택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홍영기 용인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영수 중앙위 청년분과위원장에 대해서는 1년간 당원권 정지처분을 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지난 23일 만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39명이었는데 이번에 김 할머니가 별세함에 따라 생존 피해자 할머니는 37명밖에 남지 않았다. 모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이 삶이 그러했지만 이번에 세상을 떠난 김 할머니의 생애도 눈물겹다.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16세에 중국 지린성 위안소로 끌려가 3년간 지옥 같은 모진 고통을 겪었다. 7차례나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였다. 일본군의 폭행으로 한쪽 청력도 잃었다. 그 후 일본군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려왔다. 그리고 ‘한일 위안부 협상’에 격노했다. “피해자는 우리인데, 정부가 그렇게 함부로 합의했습니까? 우린 인정 못해요” 생존 시 했던 방송과의 인터뷰가 가슴에 닿는다.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와 정당한 배상은 김 할머니의 평생소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배상금을 받게 되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려고 했다. 실제로 김 할머니는 생전에 모은 돈 2억5천여 만원을 모두 기부하고 떠났다. 빈소를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00년, 김군자 할머니가 고아들을 위해 써달라며 5천만원을 내놓았는데 그 돈을 기초로 해서 한 2억∼3억원의 기금이 모였다는 일화를 소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