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지난 금요일 드디어 막이 올랐다. 흩날리는 빗속에서 센 강의 다리 위를 수놓은 프랑스 삼색기와 축구선수 지단이 아이에게 건넨 올림픽 성화, 셀린 디옹이 부른 ‘사랑의 찬가’는 감동 그 자체였다. 레이디 가가의 파리 ‘리도쇼’와 아야 나카무라의 ‘자자’와 ‘푸키’ 메들리는 첨단쇼를 연상케 했다.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지켜본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이색적인 장면은 아마도 배를 타고 등장한 각국 선수단 이었을 것이다. 이 선수단은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어 올림픽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감지케 했다.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이 열렸을 때 출전한 여자 선수는 2%에 불과했다. 총 997명의 선수 중 22명의 여성은 테니스, 요트, 크로켓, 승마, 골프, 5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 중 골프와 테니스만 여성 전용 종목이었다. 올림픽 헌장에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역할은 남녀평등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수준에서 여성의 진흥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실천은 아직도 요원하다. 올림픽에서 여자 선수 비율이 30%를 넘는 데는 약 100년이 걸렸다. IOC는 지난 20여 년 동안 국제연맹 및 올림픽
얼마 전 KBS 라디오 고전음악 채널 ‘클래식 FM’에서 진행자의 황당한 얘기에 놀랐다. 서양음악만 틀다가 유일하게 우리 음악을 들려주는 ‘FM 풍류마을’ 시간, 큰 작곡가로 가야금 명인인 전(前) 이대 교수 고(故) 황병기 선생의 ‘침향무’를 들려주면서 곁들인 설명이었다. “침향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향의 이름입니다”라고 했다. 외국에서 사오는 것이라는 얘기다. 운전 중에 얼핏 들었던 터라 ‘인도(인디아)’라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야금 곡인 황병기 작곡 ‘침향무’의 침향이 인도나 아니면 다른 외국 어떤 나라에서 (현재) 수입되는 향(香)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설명이었다. ‘몸에 좋다’는 물질(제품)은 유행을 탄다. 미용도 정력 강장도 그렇지만 요즘은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이런 유행 이끈다. 경험 상, 오래 가지는 않는 ‘돈벌이’ 관련 유행이다. 패션(fashion) 축에도 못 끼는, 영어로 패드(fad)라고 하는, 스쳐 지나는 짧은 유행일 터다. ‘메뚜기 한 철’ 같은 그런 제품의 속성 때문에 두루뭉술 장점(長點)만을 강조(과장)하는 것이 이런 제품 광고의 특징이다. ‘침향*’과 같이 침향이란 것이 ‘몸에 좋다’는 온갖 유혹적인 언사(言辭)와 함께
배곧대교는 2014년 10월 민간사업자가 시흥시에 처음 제안했다. 시흥시 정왕동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게 될 총 연장 1.89㎞, 왕복 4차로 교량으로 계획됐다. 민간자본 1904억 원을 투입, 2021년 하반기 착공, 2025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었다. 다리 건설에 따른 경제적 이점이 크다는 게 시흥시의 주장이다. 배곧대교 건설 사업은 송도국제도시와 시흥 배곧지구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 환경, 정주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습정체구역인 아암대로와 제3경인고속도로 정왕IC 구간의 교통정체를 해결할 수 있다며 배곧대교 건설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한강유역환경청은 2020년 12월 시흥시가 제출한 ‘배곧대교 민간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23년 12월 본안에 대해서도 전면재검토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시흥시는 부당하다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배곧대교 민자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재검토 통보 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시흥시는 또 다시 한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배곧대교 건설사업 재검토 통보 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입문 7개월 만에 집권여당의 수장이 됐다. 진작부터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는 예측 가능했다. 하지만 과정은 예상을 한참 벗어나 치열하고 험난했다. 한동훈 후보는 김건희 여사와 주고 받은 문자 논란이 벌어져 용산 대통령실과 첨예한 갈등 속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했다. ‘김여사 문자공방’은 친윤계가 총선패배의 책임을 한 대표에게 돌리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집권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실과 맞서는 형국이 연출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 또한 보수 정치권의 핵심에서 수 십년 정치를 해온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결선투표를 무산시킨 것도 여당 내부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보수 유권자들은 왜 한동훈 대표를 선택했까? 현직 대통령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친윤계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총선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지 103일 밖에 안 된 한동훈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을까? 한동훈 대표가 성공한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지지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치인 한동훈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정치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
어린아이의 미소는 참으로 예쁘다. 그 미소 한 번에 많은 이들이 아이를 따라 미소 짓고, 행복해진다. 인간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적 표현 이외에 표정, 몸짓, 눈 맞춤, 자세 등의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한다. 미국의 인류학자였던 버드휘스텔(R.L.Birdwhistell, 1970)은 인간은 언어로만 소통하는 존재가 아니고, 여러 감각을 통해 소통하는 다감각적 존재(multi-sensory being)라고 인식하면서 인간의 표정, 눈 맞춤, 몸짓, 손짓, 자세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의사소통의 65%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1971) 역시 의사소통에 있어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에는 언어적 요소보다 태도, 표정 등의 시각적 요소와 목소리의 음색, 톤 등에 해당하는 청각적 요소가 93%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인간의 의사소통은 언어에 유, 무형의 영향을 미치는 비언어적 요소와 함께 행해지며, 상황에 따라 언어적 내용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언어적 요소 중 우리는 가장 먼저 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대화에 있어서 정보를 얻을 때 시각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인 NATO정상회의(7.10~11)가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은 3년째 이 회의에 참석하였고, 일정 중 G7 회원국이자 미국의 정보 동맹국(Five Eyes)인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도 정상회담(7.10)을 가졌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통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다짐하며 외교·국방 고위급 회의가 안보협력의 창구가 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이처럼 가치를 달리하는 진영에 대한 파트너 국가 간의 전략적 연대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문제는 가치공유국 그룹 내에서 힘의 차이가 명확한 국가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즉 미국과 같이 여타 동맹국들과의 진영 질서를 주도하는 경우, 동일 진영내에서 대국을 상대로 스크럼을 짜(scrimmage) 연대하는 식의 해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美 대선을 3개월여 앞둔 현재,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라는 점 외에 국가탄생의 배경도 지리적 역학도 다른 한-캐 두 국가가 처한 현실에서 유사한 속사정을 엿볼 수 있다. 7월 중순부터 캐나다 B.C주에 체류 중인 필자는 여러 관계자로부터 미국의 상황에 대한 캐네디언들의 우려를 전해듣고 있다. 어쩌면 미국의 영향권 하의 이웃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향년 80세로 지난 19일 별세했다. 그는 2011년에 당 서기장에 올라 2016년과 2021년 연거푸 연임을 하며 13년간 공산당 총서기장으로 있었다. 국영기업이 구심체가 되어 경제발전을 견인하도록 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Socialist-oriented market economy)’라는 개념을 주창하며, 그는 베트남을 제조업 강국으로 이끌었다. 베트남의 국가권력은 권력서열 1위부터 4위까지인 당 서기장, 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지도체제이다. 쫑 서기장은 최근 수년간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공산당과 정부의 간부와 기업인 수천 명을 구속했다. 재임 동안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주석과 총리, 국회의장의 권력을 약화시켰다. 현재 서기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또 람 국가주석이 유력한 후계자로 보이지만, 탈중국을 위해 베트남 진출을 도모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베트남이 잠재적으로 매우 불확실한 지도부 교체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우려하는 모양새다. 베트남 전쟁에 개입했던 미군이 1973년 휴전협정에 조인하고 철수하자 북베트남은 바로 공격을 재개하여 남베트남 정부를 함락시켰다. 결국 197
2020년 6월, 저의 첫 칼럼이 경기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사회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로서, 제 생각을 기고 할 수 있는 지면이 생겨서 무척이나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꺼이 지면을 내어주었던 경기신문에도 진심으로 감사했었습니다. 오늘로써 만 4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칼럼을 썼습니다. 글이 활자화 되는 순간 그 글은 영원히 박제가 됩니다. 저는 항상 이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제 글이 신문에 실리는 일 자체가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저보다 못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아서 경기신문을 만났고, 하찮은 잡글을 썼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처음 만난 분들이 경기신문에서 제 글을 읽어보았다고 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그 민망함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성 싶어 한편으로는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가장 송구스러운 점은 잠깐이라도 제 글에 눈길을 주셨던 독자들께서 불편함을 느끼지나 않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나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적 삶의 방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던 분들이 제 글로 인해 언짢으셨던 일이 있었다면 그에 대해서도…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며 혼인을 포기하는 이도 늘고 있다. 장년층도 이혼,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1인가구로 지내거나 가족관계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기 위해 독립을 선언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모습을 먼저 연상시킨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혼자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 ‘가난’, ‘외로움’, 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1인 가구 수는 2022년 163만 4147가구나 된다. 이는 도내 전체 가구 대비 비율 30.2%나 되는 것이다. 도내 1인 가구 수는 급속히 늘고 있다. 2020년 140만 6010가구에서 2021년 154만 3100가구, 2022년 163만 4147가구로 2년 사이에 무려 22만 8137가구(16.2%)나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9.8%였고 20대가 16.8%, 50대가 16.4%였다. 남자가 88만 2118가구인 53.9%였고 여자는 75만 2029가구인 46.1%였다. 문제는 노년층 1인가구의
대학을 졸업한 후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비경활)가 상반기에 400만 명을 넘겼다는 놀라운 통계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당시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비경활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을 뜻한다. 즉,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수 있어도 일을 할 뜻이 없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사회문화에 심각한 골병이 들었음을 증명하는 이 같은 흐름을 끊어낼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 8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만 2000명 늘어난 것으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로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전체 비경활은 상반기 기준으로 2022년 이후 3년째 줄고 있다. 그러나 대졸 이상 비경활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1년 상반기(404만 8000명) 처음 400만명을 넘어선 뒤 이듬해 큰 폭(-13만 6000명)으로 줄었지만, 다시 2년째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제 비경활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1%를 기록해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일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