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의 뿌리가 같은’ 수원시-화성시 간의 불화까지 발생시키며 논란을 빚고 있는 수원군공항 이전문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에 노력하면서 국방부 등이 이전 예정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지목했다. 이후 두 도시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에 형제 같은 두 도시 간 불필요한 갈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있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대안은 ‘민·군겸용 통합공항’이었다. 화성시 화옹지구에 단순히 군공항만을 이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대안공항 경기남부 통합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보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기획물로 연재한 ‘수도권 대안공항 경기남부 신공항을 준비하자’ 시리즈는 ‘경기남부 공항의 필요성’ ‘통합신공항, 적정 지역과 이점’ ‘통합신공항 과제와 방향’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국내에는 15개 공항이 운영 중이지만 경기남부지역은 765만명의 인구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의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2030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기남부권 민간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원시의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경
최근 영국 작가 마크 포사이스가 저술한 ‘술에 대한 세계사’는 술과 관련된 인간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금주와 음주 사이의 정치적 행보,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한 번은 맨정신으로 한 번은 만취상태로 회의를 개최한 페르시아인들의 풍습 등 인류역사 속 술에 대해 논하며 색다른 흥미를 유발시킨다. 국내의 한 드라마에서는 “이별이 아무리 아파도 절대 음주운전은 하지 마세요”란 대사가 보여주듯이 사랑과 이별 가운데에도 술이 등장한다. 이같이 술은 역사 속에서 유혹의 수단이자 불행의 씨앗이었다. 그만큼 인류 역사의 태동 때부터 인간과 함께 존재했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술을 마실까? 통계청 ‘2018 사회통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술을 한 잔 이상 마신 사람(19세 이상)은 65.2%다. 열 명 중 6,7명이 술을 입에 댔다는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7,8명이, 여자는 5명 정도로 나타났다.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은 ‘사회생활에 필요해서(40.5%)’가 가장 많고, ‘스트레스 때문에(30.4
요즈음 청소년의 언어 황폐화가 도를 넘고 있다. 한글 표기법은 물론이고 언어 규범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 청소년들은 사이버 세계에 익숙하여 통신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렇다보니 언어의 표기, 두음으로 쓰기, 음절 줄여 쓰기, 신조어, 은어나 비속어의 남용 등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한글의 심각한 오염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이 사용하는 급식체, 비속어, 신조어 등은 세대 간의 의사소통 단절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기성세대와 청소년 간에 소통의 부재로 인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에게 만연되고 있는 급식체는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조어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유튜브, 웹드라마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요즘 청소년이 자주 쓰는 급식체의 예로 갑분싸, 에바참치, 팬아저 등을 들 수 있으며, 급식체는 ‘급식을 먹는 세대가 쓰는 언어’라는 뜻이다, 기성세대는 이 낯설고 암호 같은 언어가 한글을 파괴하고 있어 아름다운 우리말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염려하고 있다. 둘째, 청소년의 심각한 정
참여, 소통, 공감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폭력없는 행복한 학교’를 중요한 화두로 제시한 학교가 있다. 바로 김포 사우고등학교다. 지금의 도시 모습과는 달랐던 20여 년 전 김포. 도·농복합도시라는 타이틀이 붙기 시작할 즈음 시청을 중심으로 사우동 및 북변동 주변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학교들이 개교했다. 그 중 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특수학급 포함, 27학급의 설립인가를 받고 2000년 3월1일에 개교한 사우고등학교(沙隅高等學校)는 ‘모래톱에 기름진 흙이 모이고 쌓여 여기서 육성(育成)된 벼들로 황금(黃金) 물결(物決)을 이룬다’는 이름의 의미만큼,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자’를 교훈으로 삼았다. 이후 ‘참여·존중·배려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를 지향하며 학생들을 위한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사우고등학교는 올해까지 총 6천66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는 33학급 1천77명(1학년 362명, 2학년 365명, 3학년 350명)의 학생들이 98명의 교직원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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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뉴욕 맨해튼에서 22년간 우편집배원으로 일해온 재미 교포 최일수씨의 사연이 화제가 된적이 있다. 그는 정년퇴직에 앞서 “이민을 온 이후 나는 이 나라에서 많은 축복을 받았고, 여러분의 우편집배원으로 일하며 사랑과 존경, 감사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인종과 문화, 종교는 다르지만, 여러분을 만나며 내 삶이 풍요로워졌다. 당신들의 삶도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고별편지를 일일이 주민들에게 직접 배달, 뉴욕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고 해서다.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씨가 주민들에게 직접 배달한 이 고별편지가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 미국, 특히 이민자가 많은 뉴욕에서의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주민들에게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넘쳐났던 최씨의 긍지, 일에 대한 자부심과 근무여건의 만족 때문에 가능했다. 더불어 새삼 우리 집배원들의 현실이 오버랩 된다. 사실 집배원이 전하는 편지엔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애인에게, 부모에게, 친구에게, 스승에게 심지어 미워하는 사람에게 까지. 살아가는 숱한 이야기와 애환을 담고 있다. 그래서 야망, 눈물과
강원도 워터파크로 때 이른 물놀이를 갔다. 푸르디 푸른 산천과 뭉게구름 둥둥 떠다니는 파란 하늘 그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청량감이 든다. 산이 서로 어깨를 맞댄 모습이며 곱게 핀 야생화가 바람에 날려 흔들리는 것이 한 폭의 수채화를 옮겨 놓은 듯하다. 말간 하늘에 소나기가 잠깐 내렸고 한 켠에서 무지개가 떴다. 태양은 제 몫의 열기를 쏟아내고 비가 내리고 무지개는 일곱 빛깔로 빛나고, 하늘이 마법의 창을 연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언제 보았던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물놀이 왔다가 큰 행운을 얻었다. 산간지방이라 그런지 기온이 낮고 서늘했다. 수영복을 챙겨 입고 야외 풀장으로 들어섰다.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오들오들 떨면서도 큰 파도가 쏟아져 들어오면 코를 막고 파도를 맞았다. 수영을 못해 깊은 곳까지 들어가지 못하니 파도놀이에 재미가 덜 했다.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괜찮다며 좀 더 깊이 들어오라고 딸이 잡아끌었지만 발이 닫지 않는 곳은 두려웠다. 수영을 배워둘 걸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유년기에 저수지 근처에 살았지만 물 근처에 얼씬도 못했다. 아버지가 물에 들어가는 것을 엄하게 막으셨기 때문이다. 물가에 얼씬대다 보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헌혈은 생명 나눔이다. 생명을 위협받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인 혈액을 아무런 대가(代價)없이 기증하는 일은 참으로 고귀하다. 이렇듯 헌혈은 사회와 공동체, 이웃을 향한 인도주의가 없다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헌혈로만 공급할 수 있다. 헌혈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 몸속 혈액량의 15%는 비상시를 위한 여유분이다. 헌혈을 하더라도 빈혈이 생기지 않는 까닭이다. 식사 한 끼로도 대부분의 영양소는 금방 회복된다. 면역력이 감소하지도 않는다. 지난 6월 14일은 세계헌혈자의 날이었다. 우리들은 혈액형별로 성격을 나눈다. A형은 섬세하고 B형은 주관이 뚜렷하며 O형은 사교적이며 AB형은 영리하고 순수하다고 말한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서로 “넌, 혈액형이 뭐냐? ”하고 물어보고 난 후 이를 통해 상대의 성격을 파악할 만큼 A, B, O, AB 네 가지 혈액형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이러한 ABO식 혈액형은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칼 랜드 스타이너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국제적십자연맹, 세계보건기구 등 헌혈운동 관련 4대 국제기구는 2004년 ABO식 혈액형을 발견해 수혈의 안정성을 높인 그의…
시인의 밥 /김영자 (……) 시인에게는 설익지 않았던 완전한 밥이여 그 밥사발 밑둥에 드리운 몇 뼘의 그늘을 나는 왜 보는가 지하 어둠에서 부서졌던 뼈와 뼈 사이의 살 마르던 고통의 날개 아직 서리고 있는가 햇살 맑은 봄날 오후, 시를 읽으며 멋진 세상이 나타난다고 좋아 했던 시인의 선글라스를 내가 쓰고 막걸리 잔에 섞이고 있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읽는다 시인의 웃음을 듣는다 봄의 직선이 내 등 뒤에서 지금 막 살아나는 중이다. - 시집 ‘호랑이가시나무는 모항에서 새끼를 친다’ / 2019·파란 시인에게도 밥은 필요 했겠구나, 한 시인이 다른 시인의 밥에 대하여 생각했다는 것이 새로운 시의 출발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이 시는 김영자 시인이 천상병 시인의 시 ‘막걸리’를 마시고 취해서 쓴 시인지도 모른다. 시대의 어둠을 지하 고문실에서 고스란히 마셨을 시인의 밥을 들여다보며 어쩌면 ‘시인의 밥’은 설익은 듯 설익지 않아 그 만의 ‘완전한 밥’이 되었는지 모른다. 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 ‘시인’(詩人)이나 아무런…
‘아직도 삼베수의로 모실 생각이십니까?’ 민주평화당 장정숙 국회의원실이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일제잔재문화청산특별위원회 및 민주평화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던져진 화두(話頭)다. 김시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일제 잔재문화 청산-전통상례의 왜곡을 중심으로’를 발제했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와 이주현 복건복지부 노인지원과장, 권명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청산해야 할 생활 속의 일제잔재-상례문화’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오고갔다. 우리 장례문화 대부분이 일제의 잔재라는, 그래서 청산하고 그 자리에 전통을 바탕으로 한 ‘우리식 장례문화’를 새롭게 심자는 것이 골자다. 일제 잔재가 얼마나 교묘하게 스며 들었으면 우리 것이라 당연하게 여겼을까. 여기에는 일본제국주의의 법 제정 등을 통한 강압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군사독재정권의 일본장례문화 적극 도입 등이 숨겨져 있었다. 이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장례문화 가운데 일제의 냄새가 농후한 것은 이렇게 요약됐다. 먼저 삼베 수의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반강제로 보급됐으며 해방 이후 우리 전통 수의로 둔갑해 보급됐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