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이면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실시된다. 각 정당의 국회의원들은 이미 총선 준비 일환으로 지역구 다지기에 바쁘고, 여의도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은 비례 의원들도 적당한 지역구 찾아 뿌리 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당은 정당대로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준비 등 향후 두세 달 정도 외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의 국민의힘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이란 위성 정당을 등장시켜 생겨난 혼란과 진행을 기억한다. 미래한국당이 모든 비례 국회의원을 쓸어갈 비상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켜 그에 대응했던 과정도 있었다. 지난 총선 이후 그런 혼란과 난맥을 없앨 선거법 개정이 가장 필요했건만, 내년 22대 총선도 기존 선거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 미숙한 국제 외교, 한반도 전쟁 위기 조성 등을 지켜보며 사회 퇴행을 실감한다. 악명 높았던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여당 인물로 다시 등장하고, 반국가 세력이나 공산주의 등의 발언이 암시하는 새 공안정국의 현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한편, 약속했던 선거법 개정을 포함해 사회개혁은커녕 정권마저 무력하게 넘겨준 민주당이, 국민과 당원들
십 년을 만난 연인이 신혼여행 갔다가, 대판 싸우고 돌아와서 파혼했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들려오는 이야기는 의문을 안긴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다 안다 여겼던 그들은 왜 결혼까지 하고도 헤어졌을까?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면, 여행이 문제인 걸까? 여행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긴 시간 함께하는 일이다. 붙어 있는 시간이 긴 만큼 일상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다름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액티비티와 체험으로 꽉 찬 짜릿한 경험이고,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보송보송한 호텔 침구에 몸을 파묻고 룸서비스를 주문해 하루 종일 방에서 나가지 않는 휴식이다. 여행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서로 사소한 일에서 부딪힐 일도 많아진다. 또 여행은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움의 세계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짰어도 예상을 벗어난 일이 숱하게 발생한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거리를 유지하던 세계를 벗어난 곳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람은 본래 전부 다르다. 하지만 만남의 회수가 잦아지고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서로에게 일정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니 서로를 잘 안다고 여겼던 관계일수록 여행 중 상대의 다른 모습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 폭력을 멈춰주세요’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의 수퍼스타, 노박 조코비치의 지난 5월의 발언에 발칸반도가 들썩였다. 코소보는 즉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조코비치의 징계를 요구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조코비치의 고향은 코소보다. 그런데 왜 코소보의 적국(?), 세르비아 편을 든 걸까? 이 의문은 코소보 문제의 핵심을 품고 있다. 코소보 분쟁의 해결이 난망한 이유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양국의 입장과 주장이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속내를 가상 토크로 꾸며보았다. 코소보 : 한 마디로 우리 코소보의 주장은 ‘우리를 독립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오!1980년 대 말, 발칸반도를 장악하던 유고슬라비아에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몬테네그로,마 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이 모두 독립했는데 왜 우리만 독립국으로 인정 하지 않는 거요? 세르비아 – 코소보 땅은 우리 세르비아인들에게 유대인의 예루살렘같은 곳이요. 우린 6세기부터 이 땅에 세르비아 왕국을 건설했고 중세 세르비아 정교회의 첫 번째 교구도 이곳 에 만들었소. 그뿐 아니지. 오스만 터키와 싸울 때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역사의 현장도 이곳이오. 한마디로 우
1. 사냥꾼이 수풀을 헤치고 있다. 사슴을 찾는 중이다. 드디어 바위 모퉁이에서 사냥감이 나타났다. 어미 사슴이다.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옆에 무언가가 보인다. 새끼 사슴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총구를 거둔다. 어미와 새끼를 함께 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한지 4년 만에 조민 씨를 기소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상태로 3년 3개월째 실형 살고 있는 어머니와 재판 중인 아버지에 이어 딸까지 기소의 형틀에 묶은 것이다. 주범을 처벌하는 경우 가족은 함께 기소하지 않는 법적 관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다. 유례가 없는 전 가족 처벌 시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말아먹은 압도적 범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기소를 포기했다. 조민 씨의 경우는 왜 다른가. 검찰이 제기한 입시서류 제출 관련 ‘업무방해’가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천문학적 뇌물수수보다 더 크고 심각한 죄목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검찰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것이다. 부모자식 관계를 천륜이라 부르는 것은 그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조국…
중년의 사업가 김모 씨는 얼마전 자녀들과 부인에게 세무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그 내용은 2년쯤 전에 자녀들과 부인 명의로 분양상가를 각각 1채씩 취득하여 임대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세무서에서는 부인과 자녀들의 취득 상가에 대하여 재산취득에 관한 자금 출처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아울러 취득자금의 출처가 불명 시 이들에게 증여세가 부과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를 자금출처조사라고 하는데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재산취득자금 등의 증여추정'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금출처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기준은 신고된 소득금액, 양도 증여세 신고가액의 합계액과 자산 취득 당시 부담했던 채무 인정금액의 합계액이 취득금액 또는 상환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이다. 즉 직업·연령·소득 및 재산상태 등(이하 직업 등)으로 보아 당해 부동산을 자신의 능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취득자금의 출처를 조사받게 되며, 조사결과 취득자금의 출처를 제시하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또한 직업 등의 현황으로 보아 채무를 본인의 자금으로 상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상환자금을
황제 나폴레옹. 우리는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165센티의 작은 키?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에서 패배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 된 사실? 야망에 찬 이 남자가 유럽 역사에 남긴 건 전투나 군대보다 예술과 패션 쪽이 더 거창하다. 그가 폭군인지, 천재인지 다양한 논의들이 아직도 펼쳐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는 엄청난 아이디어맨이었다. 흔히 프랑스를 패션의 나라라고 한다.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오르, 루이뷔통, 셀린느, 지방시, 게를랑, 쇼메, 크리스찬라크루아... 수많은 명품의 원산지는 프랑스다. 이 나라가 패션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어마어마하다. 작년 한 해 루이뷔통 그룹인 LVMH(Louis Vuitton-Moët Hennessy)가 벌어들인 돈은 11조 4334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프랑스가 패션 왕국으로 우뚝 서는 데는 나폴레옹의 역할도 컸다. 군인과 패션?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나폴레옹의 유명한 프록코트와 전설의 검은 이각뿔 모자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고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이 남자가 저울질해서 만든 것이다. 패션은 그에게 힘과 정당성을 입증하는 엄청난 상징매체였다. 그가 프랑스 정치와 제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입추가 열흘이 지났는데도 33도를 상회하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가이아』란 책이 있다. ‘지구 생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란 부제가 붙었다.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남긴 유명한 책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을 이름으로 하여 지구는 살아있는 유기체요 생명체라는 것을 강조한 내용이다. 기후위기를 넘어 인류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가이아』는 지구가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시키는 등 사이버네틱스의 자율규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실태를 생생하게 증명했다. 이때만 해도 러브록이 지구가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과 같은 끔찍한 사태를 맞이하리라고 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살충제와 제초제로 인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7년이 지나 내놓은 『가이아의 복수』는 사뭇 달았다. 제1장 첫 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처럼 지구를 학대한다면 지구는 5,500만 년 전과 같은 뜨거운 상태로 되돌아갈지 모른다. 그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대다수는 죽을 것이다.” 한 세대 만에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데카르트 이후 지구와 지구…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참으로 가벼운 몸 컨디션이다. 그동안 답답하고 무겁고 우울한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침 기분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 기도하는 마음으로 약 먹고 물 마시고 몸을 살폈다. 속으로는 가끔 ‘살고 싶지 않다는 말 내뱉으면서 독한 인생길을 많이 걸었다.’고 푸념도 했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뜨거운 물 커피포트에 담고 생강차 봉지를 넣어 뚜껑을 닫은 채 곁에 두고 마셨다. 약국에서 지어준 어깨통증 약과 감기 몸살 약은 30분 차이를 두고 삼켰다. ‘이게 사는 것인가? 이렇게도 사는 것이구나.’하고 혼자 뇌까렸다. 팔과 가슴에서는 계속 땀이 흘렀다. 지구의 온도는 36도라고 한다. 살아오는 동안 몸이 약해 선풍기와 에어컨을 멀리하면서 체질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어젯밤에는 살아남기 위해 한 시간을 돌렸다. 내가 내 몸을 위해 이렇게 예의 갖춰 정성스럽게 약을 복용하면서 건강이 회복되길 소원해 본 일도 많지 않았다. 그래 내가 내 육신에 대한 예의도 있을 것이다. 내 몸의 허전함과 영혼의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위로할 시간이 지금이겠지- 싶기도 했다. 50년 전 직장 동료와 지금껏 벗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그를…
경기도정과 교육에 다망하신 두 분 단체장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제2경춘국도 3공구 노선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경기도에서 어떤 노력을 했다는 내용을 접한 바가 없어서 간절한 마음에 이렇게 두 분께 직접 공개서신을 드리게 된 점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2경춘국도는 경기도에 하나뿐인 조선 임금의 태봉인 중종대왕 태봉을 절단내고, 경기도문화재인 이방실장군묘의 보호구역을 침범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을 지은 어우당 유몽인 묘의 풍수적 경관을 훼손하며, 수백억 원을 들여 2021년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달전천을 파헤치며 나가 가평군의 대표적 교육기관인 가평고등학교 바로 앞을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김동연 도지사님, 저는 이 도로가 도지사님의 도정철학에 반하는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도지사님이 가평군에서 진행된 ‘민생현장 맞손토크’에서 ‘기후대응과 환경보존을 하는 지속가능한 질적발전’과 ‘문화사업과 연계하는 탄소중립 관광특구 가평군’을 강조하셨기 때문입니다. 임태희 교육감님, 지금 가평고등학교는 백수십 억 원을 들여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학교 바로 앞에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드는 게 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끝났다.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리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라며 자괴감을 곱씹어야 했다. 동아일보가 8월 14일 전현직 잼버리 준비와 운영에 참가한 전현직 책임자 11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보도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일을 하다 잘못될 수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 잘못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면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반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할 때는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고, 과도한 질타를 받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솟게 한다. 누가 봐도 이번 잼버리는 국제 망신이다. 근래 우리 사회엔 그릇된 풍조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국민의 찬사를 받을 만한 일에는 너나없이 고개를 내밀고, 비판을 받을 일이 발생하면 묵묵부답이다. 책임은 아래로 전가하고 공은 내 것으로 낚아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이 새만금 숙영지 화장실을 점검하고 박수를 받았다”고 썼다. 낯뜨거운 자기 자랑이었다. 이런 일이 왜 벌어질까? 언론 탓이 크다. 정파적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