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 119구급 출동벨이 울린다. 술집에서 낙상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로 구급대원은 신속히 구급차에 올라탄다. 현장에 도착하니 술에 취한 중년 남성 3명이 있었고, 후두부에 부종이 있는 환자는 병원 진료를 거부하고 동행인은 병원에 가야 한다며 실랑이 중이었다. 구급대원은 환자의 법적 보호자인 배우자에게 전화하여 환자의 현 상태에 대해 말하고 병원 진료 여부를 묻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환자는 “에이씨, 왜 마누라한테 전화하고 지x이야!”라며 구급대원에게 거칠게 다가온다. 구급대원에게 폭언·폭행을 할 경우 이송거부를 할 수 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남성이 말한다. “형님, 구급차 타요. 우리가 세금 내서 소방관들 밥 벌어 먹고 사는거 아닙니까!”라고 한다. 구급대원인 필자는 개인적으로 환자가 위독하고 피가 철철 흐른다는 신고보다 돌발행동이 다분한 주취나 폭행 출동에 가슴이 더 두근거리고 압박감을 느끼곤 했다. 구급대원 폭행 피해 발생은 매년 증가 추세로 23년 한해동안 경기도에서 총 69건, 95명의 구급대원이 피해를 입었다. 그 중 2주 이상 진단을 받은 자가 82명(91.5%)이니 상해의 정도 또한 작지 않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방본부에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펼치는 일련의 행보가 정치권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지사는 말없이 몸집을 불리는 모양새로, 오 시장은 정치현안에 대한 잦은 의사 개진 형태로 달라진 자세를 나타내고 있는 형국이다. 수도권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기 위한 소통과 협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대선 행보에 정신이 팔려 수도권 행정 수장들로서의 사명에 허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잊지 말길 바란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동연 지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던 경기-서울-인천 지자체장들의 ‘수도권 3자 협의체’가 지난 반년 넘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기한 중지됐다. 민선 8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수도권 지자체장 간 견제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변화와 무관치 않으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지사와 오 시장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광역교통망,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등 정책대결에 주력하는 흐름이다. 서울시는 도내 일부 지자체들과 ‘기후동행카드’를 추진하고 경기도는 그에 대한 지원 없이 ‘The(더) 경기패스’를 내세우면서 광역교통망 문제는 상호 견제용으로 전락했다. ‘이재명 일극 체제’가 공고해진 민주당에서 당내 세력이 약한 김 지사는
자영업자에겐 위기 아닌 때가 없다. 그나마 잘 되는 가게는 괜찮았다. 그런데 변화가 읽힌다. 2~30분 줄서서 먹는 음식점에 빈 좌석이 생겼다. 소비경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소상공인 25조 원 규모 맞춤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환대출 확대 ▲대출상환 연장 ▲전기료 지원 등이 그것이다. 샌드박스를 활용해 규제도 개선하겠단다. 하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규제개선’은 폐업 속출의 원인이기도 하다. 음식점을 예로 들자. 미국선 술을 팔려면 주류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라이선스 발급에 60여일 소요, 발급비용은 1만 2000불. 7월 5일 기준으로 한화 1060여만 원이 든다. 우리나라는 교육생이 2만 6000원 교육비를 내고 식품위생집합교육 6시간을 받으면, 주류 판매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미국의 강력한 규제에 비해 대조적이다. 신고만으로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제도는 결국, 자영업을 전쟁터로 만드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스위스 경우는 레스토랑 오픈에 3~5년이 소요된다. 창업자는 식당 근무 경력이 3년 이상임을 증빙해야 한다. 지역 민간전문가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을 브리핑하고 위원 다수의 동의를 얻어야 영업허가를 받을 수 있다. 캐
6월 27일(목) 오후. 윤 대통령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연관된 믿기지 않는 뉴스가 보도 됐다. 김 의장이 자신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에서 밝힌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방송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꾹 참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회고록은 보도된 다음 날부터 판매될 예정이었다. 회고록 출판사의 홍보전략을 감안하더라도 발언자와 그 발언을 듣고 전한 사람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수장이었다. 소속된 정당은 다르지만 대통령이 한 말이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3년 선배이기도 하다. 허튼소리가 오갈 가능성이 희박한 자리였다. 대다수 언론은 스트레이트 뉴스에서 이 책에 언급된 내용과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을 포함해 철저한 기계적 균형(?)을 유지해 보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낸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깊다. 많은 나라에서 기후 변화는 전통적인 문화와 관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의 복날 문화다. 복날은 삼복(三伏)으로 불리며, 초복, 중복, 말복으로 나뉜다. 이 기간은 대체로 여름의 가장 더운 시기로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을 섭취하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복날의 의미와 보양식 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열대야 현상이 빈번해지며 더위가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복날을 기준으로 여름의 더위를 이기기 위한 보양식을 준비했지만, 이제는 여름 전반에 걸쳐 더위를 피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 기간의 더위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여름 내내 지속되는 더위를 견디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기후 변화는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더위로 인한 탈수나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물 섭취와 휴식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식습관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예로부터 복날에는
지난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화재로 총 31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리튬을 비롯,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 권한을 지방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환수’다. 원래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관리 권한은 지방정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화학물질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권한이 지방정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갔다. 2012년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 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경북 구미시 4공단에 소재한 LCD액정 세척제 제조공장에서 탱크로리 위에 있는 송출밸브가 열려 불화수소산가스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숨지는 등 23명의 인명 피해가 났고, 농작물 200ha, 가축 4000 마리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으며 인근 6개 학교와 유치원 30개소도 휴교했다. 피해보상에 554 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후 화학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사회적 재난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유해화학물질 관리와 사고대응 체계를 갖추겠다며 화학물질 관리법을 개정,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인·허가와 관리 권한은 지방정부에서 환
경기도와 인천, 서울시가 확대 운영해온 ‘광역 장애인콜택시’가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째 운영 중인 ‘광역 장애인콜택시’는 이동범위만 늘리고 광역요금·통합운행시스템 등 정작 뒷받침해 줄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약자를 보호한다면서 거창하게 홍보한 제도가 여전히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제 역할을 하도록 재설계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콜택시의 확대 운행은 지난해 7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중증 보행장애인들의 특별교통수단의 운행 범위가 인접 특·광역시·도까지 확대되면서 시작됐다. 경기도, 인천시와 서울시는 관련하여 총 7차례의 실무협의를 거쳐 기준안을 마련했고, 작년 12월 21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3개 광역시·도는 장애인콜택시를 수도권 전역으로 운행 범위를 확대해 중증 보행장애인의 교통편의가 높아지게 됐다고 홍보했다. 이후 8개월째 운영 중임에도 정작 뒷받침해 줄 요금·운행시스템 등 구체적인 체계는 감감무소식이다. 광역 장애인콜택시 이용 요금은 인천·서울·경기 지역별로 현재 시행 중인 시외요금(시내요금의 2배)을 적용하고 있
나는 일본과 이웃하여 사는 것이 매우 불편하다. 10만년에서 3만년 전 사이의 어느 때까지는 우리의 대륙과 붙어 있었기 때문에 선사시대 원주민들의 영토에 우리의 조상들은 물론 중국과 몽골족, 시베리아 인종들 다수가 건너가서 오늘날 일본족의 조상이 되었다. 지금 저 대한해협은 1만2천년 전에 생겼다고 한다.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크다.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들, 특히 한국말 좀 하는 일본친구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며 질문을 많이 한다. 지난 연말연시를 휴가차 서울에 온 일본의 유력지 기자와 보냈다. 노래하고 춤추고 마시고 얘기하고…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일어판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은 특별한 친구다. 내가 속한 ‘씨알의 소리’에, 45년 전 그가 경험했던 감격적인 독서와 그 기쁨과 쑈크를 내용으로 기고하게 하였다. 멋진 인연 아닌가. 조만간 양국에서 각 열명씩 참여하는 문화교류협회를 만들어 왔다갔다 하며 함께 놀기로 했다. 작년 9월, 나는 본 지면에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20년 전, 일본총리 고이즈미에게 썼던 편지글이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일본에 대한 나의 관심은 함석헌 선생의 ‘내가 겪은 관동대지진’을 읽고나서부터다.
혼자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함께 살아서 불편한 일이 많을까? 혼자 샤워를 할 때마다 등 한가운데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비누칠을 하려고 팔을 최대한 천천히 꺾는 순간, 등이 간지러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생각한다. 아, 혼자는 불편하구나. 그러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가 되었다 치자. 이젠 등 한가운데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의외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가는 커플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싱글들이 커플이 되면서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해왔던 일들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등 한가운데 뿐 아니라 온몸을 상대에게 맡기며 그걸 믿음이라고, 사랑이라고 오해한다는 거다. 등 한가운데만 해결해주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늘 불만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는 현명한 방법은 모든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기대한다고 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므로, 나에게 똑같이 기대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래서 지금까지 스스로 해오던 삶을 상대에게 내던지지 말고 그저 꾸준히 등 한가운데를 제외한 자신 전체를 스스로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그때 상대방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 4구역을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충청남도 서천군의 ‘서천갯벌’,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의 ‘고창갯벌’, 전라남도 신안군 ‘신안갯벌’, 전라남도 보성군과 순천시의 ‘보성-순천갯벌’이다.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조수 간만 차가 크고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안과 남해안에 형성된 갯벌에는 많은 생명체들이 살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서·남해안 갯벌에는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다. 흰물떼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종의 서식처이며,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개펄의 퇴적층에서는 바지락, 동죽, 낙지, 갯지렁이, 칠게, 농게와 같은 150여종의 저서생물(benthos, 물의 밑바닥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살고 있다. 갯벌에 사는 동·식물은 육상의 오염물질 분해를 촉진시켜 정화 효과를 높인다. 이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확인했다. 지난 3월 서울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 군산대 등이 참여한 산학연 공동 연구팀은 경남 마산만 봉암갯벌의 정화능력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대형저서동물군과 대형식물군이 퇴적물 안팎으로 활동하고 서식하면서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