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로 시작되는 ‘상록수’는 1998년 정부 수립 50주년 기념 TV캠페인 주제곡이다. US 오픈 골프대회에서 박세리가 물에 들어가 양말 벗고 공 쳐내는 장면과 함께 방송돼 더욱 유명해 졌다. 그리고 2002년 3·1절 기념식 축가로 선정돼 국민가요가 됐다. 하지만 상록수가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작곡가 김민기가 대학을 그만두고 부평의 봉제공장에 다니던 시절 늦게 결혼식을 올리는 동료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노래답게 힘든 현실을 극복하자는 의도의 노래 였다. 하지만 서슬 퍼런 유신정권 하에서 젊은층의 의식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고, 1987년에야 해금돼 다시 태어난 노래였기 때문이다. 좋은 노래는 시대를 뛰어넘는다. 또 시대와 사회상을 드러낸다. 거기에 외로움과 간절한 희망을 섞어 쓴 글이 가미 된다면 그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꺼내 부른다. 어느 세대에게나 유독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불현듯 마음을 틀 수 있는 그들만의 노래가 있다. 40~50대에게는 익숙한 상록수를 비롯 ‘아침이슬’ ‘친구’ ‘작은 연못’
오솔길 /임화지 내 살 속에 오솔길 나 있다 비바람 거세게 불어 오는 밤 외로움 하나 비에 젖어 떨고 있을 때 고통을 견디어 낸 힘줄 나에게 길을 내어 주고 있다 조용히 거닌다는 건 영혼의 잡티를 떨어내는 일 내 온몸이 오솔길 되어 버린다 힘든 현실 속에서 호젓한 안식처를 찾고 싶어 하는 시인의 마음이 엿보인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이 어지러운 때,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고통을 견디어’내고 ‘영혼의 잡티’를 털어낼 수 있는 곳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몸 어딘가에 나 있는 몸의 ‘오솔길’에서 그 희망을 찾고 있다. 욕망을 다스리면서 사색과 성찰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은 먼 곳이 아닌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시인은 어떻게 찾아냈을까? /박병두 문학평론가
이천시의회가 파행 속 예결위원장 선출을 못한 채 의장이 직권 상정해 열린 이천시 제3차 추경안 심의 현장. 질의에 나선 시의원들 스스로 자질론을 도마위에 올렸다. 의원 상호 간에 “공부 안하셨나봐요”라는 비아냥에 한 의원은 “세출이 뭔가요. 예비비가 뭔가요”라는 어이없는 질의를 해 참석한 집행부 관계자들이 귀를 의심하는 상황을 연출됐다.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 여론도 시의원들에게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되는 이천시의회다.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예산안을 갖고 장난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경 파행에 이어 9일 내년도 본예산 심의에 앞서 또다시 예결위원장을 선출치 못해 의장 직권 상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심하다 못해 의원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추경은 그렇다 치더라도 본예산은 기한(오는 21일)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주민소환제에 대상이 된다는 관련법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물론 의원들이 알고 있다 해도 ‘설마’로 치부할 것이 뻔하지만. 이천시의회 시의원들이 ‘신뢰받는 의원상 정립’이라는 거창한 이유를 들어 의원행동강령…
지금 국민들 사이에는 최태민 부활을 위한 ‘인신 공양설’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한 끔찍한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규명 요구도 거세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 부분을 빼자고 야당을 압박했지만 국민들의 여론에 밀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관계없이 이번 주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 등 박 대통령과 직접 연관된 진상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시 청와대 조리장이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점심(오후12시)과 저녁(오후18시)을 혼자 해결했다고 증언했다. 미용사를 불러 머리손질도 했단다. 오후 5시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후 청와대 관저로 복귀, 세월호와 관련된 어떠한 추가지시 없이 저녁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 7시간 세월호는 304명의 목숨을 끌어안고 바다 깊숙이 가라 앉아 침몰했다.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는 쉽게 치유되기 어렵다. 그런데 정부는 2020년 이후에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의 심리치료비를 중단한다. 이에 경기도가 피해자들이 원할 때까지 심리치료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세월호 사고 피해자…
압도적인 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국회가 승리감에 도취해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함성이 들렸고, 국민들 역시 환호했다. 언론들도 일제히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일궈낸 성숙한 시민들의 위대한 승리였다고 보도했다. 여당인 새누리당마저 찬성에 62명이나 힘을 보태 친박계의 상당 수도 동참했다. 곧바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은 엄중한 민심의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국민과 내각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대통령의 드러난 혐의는 없지만 청문회나 언론보도 과정을 보면 최순실 등 특정 개인들의 국정농단 의혹이 어느 정도 밝혀진 상황이어서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은 야당이 요구하는 즉각 퇴진보다는 특검수사와 앞으로 남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등 헌법적 절차를 차분히 따르기로 했다. 지난 주말 열린 제7차 촛불집회도 계속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축제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장 축배를 들 분위기는 아니다. 야당이 정국을 주도하게 됐다고 좋아할 일은 더욱 아니다. 아직도 더불어민주당은 탄핵가결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내각 총사퇴를 요구
거리에는 수많은 불빛들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고, 언론은 연일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치열하게 전하고 있다. 불빛들은 매우 차분하다. 강물의 속도는 찬찬해도 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큰 힘을 형성했다. 특별한 기운이 너무나 풍성하게 차올랐고, 한편에서는 이 때문에 너무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예술이 가져올 수 있는 입지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만으로 충분히 만족해 할 만한 예술도 있다. 다비드와 들라크루아는 뜨거움으로 상징되는 역사의 혁명에서 선봉장 역할을 해냈지만, 그보다는 오늘은 자기 자신을 관객들에게, 혹은 우연적인 상황들에 내주었던 전혀 다른 형식의 예술을 더듬어보았으면 한다. 1972년 존 케이지는 보스턴 하버드 광장에서 ‘4분 33초’라는 곡을 연주한다. 그는 수많은 인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랜드 피아노 앞에 서서는 시계를 올려놓더니 피아노 뚜껑을 닫고 앉았다. 악장은 총 세 개였으며 각각의 길이는 33초, 2분 40초, 1분 20초였고, 악보에는 ‘침묵’이라는 의미의 ‘TACET’이라는 지시어만이 적혀있었다. 4분 33초는 피아노 소리 대신 오
그리스나 로마시대에도 탄핵이 있었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비행이 있을 때 그리스의 민회나 로마의 원로원에서 이들을 심판하고 처벌했는데 지금의 탄핵제도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당시는 주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오늘날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탄핵소추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이야기 한다. 아무튼 이렇게 발전한 권력자의 ‘심판’ 과 ‘처벌’을 법적으로 처음 정착시킨 나라는 영국이다. 14세기 왕위에 올랐던 에드워드 3세와 리차드 2세 시절 고위 공직자들의 수많은 부정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그들을 탄핵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1399년 즉위한 헨리 4세가 “탄핵은 의회만이 다룰 수 있으며 하원이 소추하고 상원이 심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헨리 4세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 영국에서 발전한 탄핵심판제도는 1787년 제정된 미국연방헌법에 최초로 성문화됐다. 하지만 정작 탄핵을 명문화한 영국은 내각책임제 실시로 이 제도가 사문화되어 있다. 탄핵에 의해 임기 도중 사임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닉슨’이다. 처음에는 관련성을 부인하던 닉슨을 사임으로까지 몰아붙
바람 /천승세 비록 짧은 시간 네 살결 어루만지며 멀리 가버렸다 해도 다시 못 올 바람 한 줄 노닐다 갔느냐 생각지 말라 이 같잖은 바람도 소용없어 스스로 시원한 날도 네 겨드랑이에 숨어 간질간질 볼 때만 기다리리라 - 천승세 시집 ‘산당화’ / 2016·문학과행동 한국 문단의 생존하시는 작가 중 가장 늘 비극의 첨단에 서서 인간을 그려내는 분이 천승세 선생이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점례와 소’가 당선되어 소설가, 희곡작가, 방송작가, 기자 등으로 활동을 해오신 분으로 1989년 ‘창작과 비평’에 ‘축시축란’으로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하신 현대문학의 장르를 두루 넘나드는 천상 문호(文豪)다. ‘바람’은 소원일 수도 있고, 소리(노래)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명료한 것은 소리없이 왔다가 우리의 감각을 간질이고 떠나가는 손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영의 호홉으로 내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것은 또 다른 역사일 수도 있으리라. 살갗을 맴도는 같잖은 바람같은 인생이라는 짧은 시간,
취약계층의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한 관계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1천183명의 노인 돌봄 생활관리사가 매일 3만여 명의 취약계층 홀몸노인을 안전하게 돌봐주어야 한다. 경기도가 내년 4월까지 도내 저소득 취약계층에 난방 에너지를 구입할 바우처를 지원한다. 119구급대, 경찰, 의료기관, 종교단체 등과 협력해 겨울철 노숙인 보호를 위한 안전한 관리를 해간다. 농촌의 비닐하우스 거주자에 대한 관리도 외면해선 안 될 일이다. 동절기에 취약계층의 철저한 안전관리로 사고를 예방해준다. 이들의 동절기 화재와 설해에서의 안전보호를 위해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도내 저소득 취약계층이 전기와 도시가스 등 난방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내년 4월까지 지급한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자인 만 65세 이상 노인, 만 6세 미만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등이 포함된 가구가 대상이다. 이들을 찾아가서 지원계획을 설명하여 소외자를 방지한다. 지원 규모는 1인 가구 8만3천원, 2인 가구 10만4천원, 3인 가구 11만6천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경우 도시가스 요금이 체납되어도 내년 5월까지는 공급중단조치를 유예해준다. 더욱 아끼고 절약해서 안전한 겨울나
지난 7일 통계청이 일자리 행정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요약하면 ‘50대 이상 근로자 크게 증가’ ‘20대와 30대 인구의 일자리 소폭 증가하거나 오히려 감소’ ‘전체 일자리 중 절반은 50인 미만 중소업체’ ‘20년 이상 이어지는 일자리 6.4%’ 등이다. 이 가운데 20년 이상 근무하는 일자리, 즉 ‘평생 일자리’가 6.4%밖에 되지 않는다는 내용은 심각하다. 공무원, 교사, 공기업 근로자나 대기업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근무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근속기간별로 보면 1년 미만이 28.1%, 1∼3년 미만인 일자리가 28.2%로써 근속기간 3년 미만 일자리가 56.3%나 됐다. 이밖에 3∼5년 미만 11.5%, 5∼10년 미만 13.9%, 10∼20년 미만 12.0% 등이었다. 일자리의 질도 문제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일자리는 총 2천319만5천개였다. 이는 2014년 2천270만9천개보다 48만6천개(2.1%)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통계청이 올해부터 일용 근로자와 프리랜서·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를 일자리 통계에 반영했다. 또 근로자 한명이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이나 야간에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