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먼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기자회견 중 갑자기 울컥했다. 그리고 최순실씨도 영장실질심사 때 법원에서 울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울먹였다. 일반적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이렇다. 우선 어떤 사안이 너무나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나 가족과 같은 존재가 세상을 등진 경우 흘리는 눈물을 들 수 있다. 다른 경우는,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자신의 억울함을 상대에게 호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눈물을 흘리는 경우와 자신이 너무나 억울한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가장 호소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우, ‘의도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타이밍을 스스로 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들 세 사람의 울먹임은 과연 어디에 해당될까? 먼저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경우를 보자. 그는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역사 얘기를 하
왕조시대의 가장 무서운 정치적 형벌은 멸족(滅族)이었다. 반역을 꾀하거나 왕권에 도전하는 불경(不敬)을 저지를 경우 ‘부모·형제·처자’ 또는 ‘친가·외가·처가’ 3족(三族)은 물론 ‘부계 4친족’ ‘모계 3친족’ ‘처가 2친족’ 등 9족이 참혹한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안에 따라 10족이라 해서 죄인의 스승이나 문하생을 포함하기도 했으니 ‘씨를 말리는 공포의 형벌’ 그 자체였다. 하지만 9족이나 10족을 멸했다는 사례는 중국 이외에 고려·조선시대엔 찾기가 어렵다. 대신 3족을 극형에 처하거나 참수했다는 기록은 여럿 남아 있다. 이는 당시 적었던 인구분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정에서 웬만한 벼슬을 차지한 가문이면 친인척 관계가 워낙 복잡한 데다 형을 집행할 경우 인재를 다 죽일 판인데, 집행이 쉽지 않아 그랬을 것이다. 해서 멸족을 대신해 내린 형벌이 폐족형(廢族刑)이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뜻한다. 목숨만은 살려주고, 후손이 대대로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1980년 폐지한 ‘연좌제(連坐制 : 한 사람의 죄에 대하여 특정 범위의 사람이 연대책임을 지고…
가을 기도문 /박주택 나뭇잎 떨어지는 날에는 집에 있겠습니다 쓸쓸히 집에 남아 도저히 밤이라면 허공에 눈동자를 박겠습니다 하여 밤을 노래할 것 아니겠습니까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가을 또한 못지 않았으니 겨울마저 위대하다면 찾지 않는 집에 햇살이 빛나고 이것이 생의 곡절이어 웃음이 웃음이 아니라면 그저 웃으며 이렇게 무릎을 꿇고 두 손에 바친 눈알을 가을에게 드리겠습니다 - 박주택 시집 ‘시간의 동공’ / 문학과 지성사 내 몸을 죽여 가는 화살촉으로 날아가고 싶었던 시인(시인의 말)은, 떨어지는 나뭇잎과도 같이 쓸쓸한 날 그 외로운 밤을 노래하기 위해 허공에 눈동자를 박고 집에 있겠다고 한다. 그의 눈동자는 어떤 눈동자일까. 그 눈동자는 겨울마저 위대한 집으로 만드는 고독의 눈동자, 기도의 눈동자이다. 쓸쓸한 밤을 지새우며 가을을 노래하고 그 가을로 해서 겨울마저 빛날 수 있다면, 춥고 텅 비었던 겨울도 여름과 가을 못지않은 햇살로 빛날 것이다. 웃음이 웃음이 아니라 해도 지나온 생의 곡절이어니 그저 웃을 것이다. 불면의 밤, 무릎 꿇고 허공을 향해 들렸던 눈동자를 가을에게 드리겠다고 한다. 허공에 붉은 단풍 가득하다. /김은옥 시인
K스포츠, 미르재단의 기금 출연을 둘러싸고 수사과정에서 대기업들에 대한 압력과 이에 대한 대가로 기업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770억이 넘는 돈이 단 기간 안에 모아진 것은 이같은 상관관계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는 여론이 그동안 지배적이었다. 또한 대통령과 측근 비선실세들의 뜻에 반하거나 심기를 건드린 경우 사퇴압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갑자기 물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최순실씨 회사에 평창올림픽 경기장 공사 일부를 주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진해운이 희생양이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언론보도의 90%가 맞다고 시인했을 정도다. 이미경 CJ 부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도 대통령(VIP)의 뜻이었고, 손경식 CJ 회장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종용했다는 증언도 있다. 대선 당시 CJ 방송 채널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박 대통령을 희화화한 게 문제였다고 한다.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내고도 또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에 35억원을 더 냈다.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1
심장질환 환자들이 위험할 때는 환절기 아침·저녁의 기온차이가 클 때, 그리고 겨울철 실내·외 온도차이가 극심할 때다. 특히 노인들이나 체력이 허약한 사람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인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 혈액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혈압이 오르고 심장운동 장애를 일으키거나 ‘심정지’상태가 돼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심정지’는 심장이 멈춘다, 즉 죽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심정지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 2만8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심정지 상태라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제대로 대응만 잘 해준다면 살릴 수 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거나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이용하면 심정지환자 회생률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AED는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매년 1천개씩 늘고 있는데 경기도의 경우 지난 8월 말 기준 등록 자동심장충격기 수는 총 6천63대였다. 이는 지난해 말 4천대보다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경남 진해경찰서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순찰차 8대에 AED를 설치했다. 대전둔산경찰서 관할 지구대 세곳 순찰차에도 대전지역 시민단체들의 도움으로 지난달 AED가 설치됐다. A
불국사와 더불어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은 석굴암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은 다녀왔을 곳이다. 올해는 지진여파로 인해 경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어렸을 적 수학여행을 추억하며 경주 석굴암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석굴암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감탄해마지 않는 건축물이다. 하지만 일치감치 이 석굴암의 가치를 알아본 서양의 황태자가 있었다. 바로 스웨덴의 구스타프 황태자이다. 구스타프 황태자는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인물로 신혼여행을 일본으로 왔다가 일본정부의 주선으로 경주로 오게 되었다. 구스타프 황태자는 석굴암의 안부를 조선 땅에 도착해 가장 먼저 묻기도 했으며, 석굴암에 와서는 부처님 무릎에 명주 천을 놓고 만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는 석굴암에 대한 가치를 알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구스타프 황태자가 귀히 여겼던 석굴암은 경주 동쪽에 있는 토함산 정상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이 토함산은 신라인들이 동악이라 부르며 신성시 하던 산이었다. 창건할 당시에 석굴암의 원래 이름은 석불사였다. 그러던 것이 조선 후기 석굴암으로 불리기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석굴암에 가기 위해서는 석굴암 바로 앞까지 나 있는…
가을이 빠르다. 아니 실종된 듯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거리의 은행나무가 옷을 벗느라 정신이 없다. 미처 잎이 노랗게 물들기도 전 푸르둥둥한 잎을 털어내고 있다. 바람이 지나칠 때마다 후두둑 떨어지는 지난 계절의 잔재들, 무던히도 더웠던 날들을 견딘 것 치고는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빠르게 외투를 벗고 있다. 들녘도 마찬가지다. 기세당당하게 잎을 키워내던 푸른 것들이 삶아놓은 듯 풀죽어 있다. 수확을 덜 끝낸 농부의 손길은 바쁘게만 하고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어둠은 야속하며 옷 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또한 만만찮다. 어둠이 내려 보일 듯 말 듯 한 울타리 콩을 더듬어 타다가 이내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 119 소방차가 보인다. 자동차는 아파트 입구 한 켠에 세워두고 소방대원 두 분이 서둘러 아파트 안으로 들어선다. 불안감이 앞선다. 혹여 불이 났느냐는 물음에 동물을 구하러 간다고 했다. 날씨가 추워지자 고양이가 자동차 밑 부분 좁은 틈에 끼여 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운전자 말에 의하면 아침에 자동차를 끌고 나가는데 어디선지 희미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고 한다. 주변을 살펴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은데 하루 종일 고양이 울음소리가…
지난 11월4일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 날씨에 외롭게 고양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교육복지사는 ‘경기도교육감님! 제발 교육 현장의 소리에 귀기울여 주세요’라며 절규하였다. 그 이유는 고양교육지원청이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교육복지사업 예산이 배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중단하여 7명의 교육복지사를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경기도교육감은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복지사를 해고하겠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취약학생들의 복지를 포기하고, 사회복지사에 대한 전문성을 무시하는 이율배반적인 교육정책이다. 특히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정작 사회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을 포기하는 경기도교육감의 교육정책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최근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이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현실 속에서 교육복지사업을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무시하고, 교육복지사를 해고하여 학생들이 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복지 주권을 말살하고 있는 경기도 교육현실이 안타깝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2003년 교육부가 교육취약 학생의 통합지원을 위해 특
조지 워싱턴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한 1789년부터 주별로 대선일을 정했던 선거제도를 전국적으로 통·폐합한 날이라는 11월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1845년 이후 변함이 없다. 이날 치러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제도는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공화 민주 양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만 보아도 그렇다. 양당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각각 50개주에서 당원대회인 코커스(caucus)나 일반인도 참여하는 프라이머리(primary)로 경선을 벌인다. 프라이머리는 주 정부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코커스는 주 정부가 아니라 각 주의 정당이 주관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대선 후보에 이른다. 그리고 각 당은 후보를 확정하는 전당대회를 연다 이때 대회날짜를 정하는 방식도 독특하다.1주일 간격을 두고 야당이 먼저 실시한다. 시기는 대략 8월말에서 9월초. 여기서 배정된 대의원 과반의 지지를 얻으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다. 복잡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선거에서 투표는 국민이 하지만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은 선거인단이며 국민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전부를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라는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이다. 따라서…
우유는 희다 /김성춘 나는 흰색을 좋아한다 달의 얼굴도 희고 그녀 이빨도 희고 내 차는 흰색 소나타 나는 호텔의 깨끗한 흰 시트도 좋아하고 배꽃 핀 흰 달밤도 사랑한다 흰색은 여백이고? 고독이고 맛으로 치면 석간수다 흰색은 흔들리지 않는다 슬픔이 깊어도 울지 않는다 내가 잘 마시는 우유도 그대 4월의 저 목련 꽃 향기도. - 젊은 작곡가 하종태의 명상록에서 우리 민족에게 있어 흰색은 ‘태양의 광명을 표시하는 의미로 흰빛을 신성하게 여기고 흰옷을 자랑삼아 입다가 나중에는 온 민족의 풍습이 되었다’고 하며,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의 상징으로 흰옷을 입었다고도 한다. 이처럼 흰색은 우리 민족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색이기도 하다. 이 시에서 흰색은 삶에 있어서 우리가 지녀야 할 여백, 여유, 넉넉함을 가진 색으로 불리고 있다. 어떤 시련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으면서 말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