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밤이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그 가운데서도 특히 내 마음을 빼앗긴 것은 달의 이미지다…이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행복했거나 슬펐던 기억 그리고 기억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버리고 싶은 이야기를 우주의 또 다른 별인 달이란 중간자를 통해 전달하며 내 순수의 깊이로 항해하고자 한다”(작가노트 중) ‘낯’과 대비되는 ‘밤’이란 시간은 인간에게 휴식과 위안을, 때론 지친 영혼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서양화가 김혜진은 이러한 밤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그리고 그속에서 ‘낯’의 이미지, 인간사를 돌아본다. 24일부터 30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그의 두번째 개인전 ‘Night-Light-People’. 밤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 아래 가녀리지만 한없이 곱고 아름다운 꽃의 모습부터, 밀물이 밀려드는 스산한 초저녁 바닷가, 비가 떨어지는 어스름한 초저녁 호수의 풍경, 초연히 떠 있는 달과 검푸른 하늘 아래 드러누운 벌판, 눈보라가 치고 있는 까만 밤까지, 밤하늘 아래 펼쳐진 자연풍경이 더할나위없이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밤풍경 속에 펼쳐있는 인간이 만든 도시문명도 그의 화폭속에 담겨진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번쩍이는 밤의 아스팔트, 휘황찬란한 도
“시(市) 단위 지자체에 작품을 전시할 공간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전시장이 전혀 없어 미술인들로부터 불만을 사온 오산시가 최근 오산문화예술회관을 신축하면서도 내부에 전시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시는 전시장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뒷전에 미룬 채 아파트 단지 조성 등 도시개발에만 치중하고 있어 ‘뒤로가는 문화행정’의 본보기란 빈축을 사고 있다. 19일 오산시와 오산미협에 따르면 문화공간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시는 얼마전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아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에 대극장(860석), 소극장(214석)을 갖춘 오산문화예술회관을 건립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 예술회관들이 대부분 공연장 일부에 전시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시는 설계단계부터 이를 고려하지 않았고, 뒤늦게 미술인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전시공간을 배제한 체 회관을 건축했다. 이에 따라 오산미술협회 회원들과 아마추어 동호회 회원들은 어쩔 수 없이 시청로비나 타 지역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시청 공간은 조명도 갖춰지지 않았고 벽면 자체가 그림을 전시하도록 돼 있지 않는 등 전시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큰 불편이 따르고 있
경기문화재단(대표 송태호)이 재단 창립 7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사이버백일장에서 김은희(38.안산)의 '물고기에게 배운다'가 대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주부의 평범한 일상을 차분하게 정리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사이버백일장은 재단이 도민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고 칠석(七夕)의 의미를 되살려 가족들 간의 살아있는 정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마련한 행사다. 이를 위해 재단은 지난달 7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온라인상에 사이버백일장 코너를 마련, 사이버상에서 작품을 신청?접수 받았다. 그 결과 개인 216명과 단체 6곳이 작품을 접수, 이 가운데 41명의 개인과 1개 단체가 각각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에 이어 최우수상은 김종렬(36.의정부)의 '아름다운 인연'이 선정됐으며, 이외에도 우수상 2명, 청소년상 3명, 장려상 4명, 입선 30명의 작품이 각각 선발됐으며 '어깨동무 자원봉사동아리'(회장 김중호)가 단체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20일 오전 11시 재단 다산홀에서 있을 예정이다. 이번 사이버백일장의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김남일씨는 "사이버 공간도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우리가 잃어버린 '무엇'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새삼 발견한 게 이번 공모전
'경기도의사회 진료봉사단'(가칭)이 의료봉사를 본격 가동했다. 박길수 단장(도의사회 전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 10명은 지난 15일 오후 수원교구 화서성당 엠마우스 외국인 상담소에서 외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실시했다. 이날 외국인 근로자들은 진료에 앞서 환자들의 질병체크를 위해 블러드 테스트(BLOOD TEST)와 혈압측정을 자원 봉사자들로부터 검사 받은 뒤 진료실안으로 들어가 1차 진료를 받았다. 3년전 아프리카에서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는 오스틴(40)씨는 "몇 달전부터 당뇨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 의료봉사 덕분에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며 의료봉사단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한국에 온지 2년 되었다는 필리핀 브리실라(여.38)씨는 "일을 하면서 눈이 많이 안좋았다. 소문을 듣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하면서 안과진료를 신청, 밝은 얼굴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외국인 근로자 진료소를 마련해준 엠마우스 이성희 사무국장은 "의료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었던 외국인근로자들에게 힘이 돼준 경기도 의사회와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약품과 장비 등의 부족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지
정부가 공공의료확대, 전자의무기록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안병영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 윤성식 정부 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서삼영 한국전산원장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풀 디지털 시스템'을 둘러보기 위해 병원을 방문,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문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의 체계화, 의료정보 데이터의 표준화 사업과 관련, 디지털병원의 현황과 정확한 이용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의료분야 모니터링을 통해 전국가적으로 IT 의료분야 시스템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실태조사 차원의 방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첨단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개원초부터 의사와 간호사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환자 진료시 바로바로 노트북에 진단 처방을 내릴 수 있는 본격적인 EMR(네트워크와 무선 랜 장비를 활용한 시스템)을 구축해 진료시간과 비용, 환자대기시간 등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행정전산 업무의 인력절감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 병원은 신설병원으로 병원정보화를 시작하기에
보완 대체의료나 건강기능 식품 등을 임상에 접목시켜 'Total well-being HealthCare System'을 체계적으로 제공해 나가기 위한 '대한임상건강의학회(회장 장동익)'가 오는 29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창립 총회 및 제1차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에 새로 발족되는 대한임상건강의학회는 해당 학과나 전문 분야를 망라해 전과개원의들이 참여하게 됨으로서, 웰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제고와 함께 개원가의 경영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대한임상건강의학회는 행사 당일 건강 기능식품의 판매와 관련해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회원들을 위한 '단체교육 신청 접수'도 받을 예정이며, 등록 회원 및 평생 회원들에게는 '임상건강의학 인정의 발급' 등 10가지의 다양한 특전이 부여된다. 아울러 의대 교수를 포함해 개원의, 공중보건의 등도 두루 참여하게 될 '대한임상건강의학회'는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당 건강식품이 인체에 효능이 있는지 검증하고, 건강에 위해가 되는 요소들은 과감히 차단시키는 학술 활동도 전개하게 된다. 따라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개원가를 위한 획기적 수익 모델에 대한 제안(박광민 서울아산병원)'이란 연제
현대예술은 굳건한 벽처럼 여겨졌던 영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크로스오버(Crossover)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현대예술에서 연극은 대사가 아닌 시각효과의 극대화 작업으로, 미술은 새로운 매체와 설치를 통한 연극적인 놀이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7일 수원에서도 ‘연극과 미술’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진다. 제8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일환으로 마련되는 ‘화성설치미술전’이 그것으로 연극제가 열리는 17일부터 28일까지 화성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장안문(남문) 북쪽 성벽에서 펼쳐진다. 이번 미술전은 현대 공예작품 위주로 설치,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 위로는 배우들의 극적인 연기가 또 다른 미술작품으로 무대에 올라 그 의미를 세기게 된다. 반대로 살아 있는 듯 관객과 소통하는 전통적인 공간속에 미술작품은 또 다른 극적인 연기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화성설치미술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장혜홍, 신이철, 김현숙, 이헌정, 임하영 등 모두 5명이다. 8월 초 일본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장혜홍은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 바탕을 둔 한민족 정체성에 대한 의미를 상징적으로 내포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현숙은 역사의식이란 과거에만 향해 있지 않고 현재를 보면서 동시에
문화예술교육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여주에서 만나는 신나는 문화체험 "청미천에서 물놀이와 모래밭 놀이하면서 자연이랑 하나되는 느낌이에요." 문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는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시범사업에 지정된 여주군내 어린이들이 '큰나무 그림자' 캠프에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참여한 어린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여주에서 이번 시범사업을 주축이 돼 펼치고 있는 밀머리미술학교(대표 박찬국)는 문광부, 경기도의 후원을 받아 1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간 군내 초등학생 33명, 자원봉사와 강사진 18명과 함께 자연과 애니메이션을 연결한 '큰나무 그림자'를 진행하고 있다. 여주지역 농촌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번 캠프는 지역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미술, 연극, 영화의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미래형 문화예술 교육이다. 어린이들은 밀머리 미술학교 운동장에 있는 큰나무 그늘과 주변 청미천의 아름다운 모래밭에서 다양한 자연체험을 하게 된다. 학교안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에서 주변의 사물들과 나뭇가지로 만들기를 해보고, 모래밭놀이, 물놀이를 하면서 스스로 또는 그룹으로 창의력과 순발력을 발휘해 자연과 하나된다. 어린이들의 이러한 놀이는 한편의 영화,
부천문화재단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곰팡이꽃' 작가 하성란과 함께 하는 8월의 목요문학나들이를 개최한다. 하성란은 깊은 성찰과 인간에의 따뜻한 응시를 담아낸 섬세한 문체작가로 평가된다. 그는 "1인칭보다 주로 3인칭을 쓰는 것은 내가 개입하지 않은 채 사물들을 제각각 이야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상의 시각으론 보이지 않는 존재의 사각 지대를 계속 탐색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상을 직시하고 사물의 존재방식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그의 작품 성격이 그의 말에서 나타난다. 때문에 하성란은 '사물현상에 대한 냉정한 서술, 정교하고 미시적인 세부묘사', '존재의 현상을 탐사하는 언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나온 그는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풀'로 당선됐다. 1999년 '곰팡이꽃'으로 제30회 동인문학상 수상, 2000년 '기쁘다 구주 오셨네'로 제33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는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르 여인숙' 등이 있다. (032)326-6923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있어 '엄마'란 존재는 자신의 거울과도 같다. 때론 그의 인생이 너무 가엾어, 너무 서러워 닮고 싶지 않지만 어느새 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사회의 비주류 라인에 서 있는 같은 여성인 딸들에게 '엄마'의 존재는 내 속의 타자이며 분신이다. 그리고 아픈 신화다. 방송작가인 고혜정씨에게도 '친정엄마'는 그러한 존재다. 최근 펴낸 '친정엄마'(도서출판 함께 펴냄)에서 그는 이러한 엄마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전북 정읍에서 보낸 어린시절, 매맞는 엄마에 대한 기억에서부터다. 자식들에게는 끔찍할 정도로 잘해 줬지만 화만 나면 엄마를 때렸던 아버지. 엄마는 소리도 내지 않은 채 맞기만 했다. 이런 엄마가 싫어서 "차라리 죽어, 죽어버려 아니면 서울로 도망가버려"라고 소리치자, 엄마는 "내가 없으믄 니가 고생이여, 엄마가 허던 일 니가 다 히야 헐 것 아녀? 빨래허고, 동생들 치다꺼리허고, 핵교도 지대로 갈랑가도 모르고, 나 고생 안 헐라고 내 새끼 똥구덩이에 밀어넣겄냐? 나 하나 참으믄 될 것을…"이라고 답했단다. 서울로 공부하러 올라가는 딸에게 라면 봉지에 꼭꼭 싼, 아버지 몰래 모은 동전을 내밀던 엄마, 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