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은 멈췄지만 우리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미군 매향리 사격장(일명 쿠니 사격장)이 54년만에 '완전 폐쇄'되고 소음피해 주민에 대한 위자료도 월 15~17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됐으나 매향리 주민들은 폭격의 후유증으로 보청기를 착용하고 청년들은 난청으로 입사시험에서 떨어지는 등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지난 1951년부터 올 8월까지 54년간 귀청이 찢어질 듯 한 항공기 소음과 포격소리에 신음하던 이 곳엔 이젠 적막감마저 흐르고 있었다.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로 쓰이던 곳은 '사격장 폐쇄'를 자축하는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붙여놓은 플래카드만이 쓸쓸하게 걸려진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대부분의 주민들도 외지인과의 접촉을 원치 않는 듯 쉽게 말문을 열지 않았다.
#사격장 폐쇄=지난 8월12일 낮 12시 미 공군 측은 마지막 폭격훈련 취소를 '매향리 미 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전만규)'에 통보하고 쿠니 사격장 폐쇄를 공식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54년간 미공군 전투기의 폭격및 사격장으로 사용돼 온 매향리 사격장 부지는 주민들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소음피해 위자료 지급 결정=서울고법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매향리 주민 1천333명이 "미군 전투기 소음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매향 1∼3리 거주 세대주에 대해서는 매월 17만원의 위자료가 인정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음도와 거주지 등을 고려한 위자료로 하루 평균 소음이 70㏈ 이상인 매향 1∼3리 세대주에게 매월 17만원, 70㏈ 미만인 매향 4∼5·석천 3·이화 1∼3리 세대주에게는 매월 15만원의 배상금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세대주가 아닌 매향리 주민의 경우 주민들과 피고인 국가가 주장하는 배상액을 절충해 세대주의 위자료에서 20%를 감액한 액수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주민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소음피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과 보상은 대부분 이뤄진 상태지만 54년간의 폭격소리로 주민들이 입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30여년간 매향리에서 살며 굴을 따 왔다는 한 주민은 "매향리 주민들 가운데 폭격소리로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난청으로 고생을 해 와도 병원비는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45.여)씨는 "대부분의 매향리 주민들은 우둔해서인지 난청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라며 "주민 대부분은 가족들과 대화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생활이 안될 정도이지만 이것이 54년간 지속된 폭격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나이 먹으면 찾아오는 노환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향리에서 자란 청년들 가운데는 입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신체검사에서 청력이 나쁘다는 이유로 낙방한 이들도 많다"며 "물질적인 보상은 어느 정도 이뤄졌을 지 모르지만 폭격의 후유증으로 얻은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