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찢어진 현수막만 보면 눈길이 저절로 갑니다"
공익요원들이 현수막 지지용 각목을 모아 판 수익금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동료들에게 전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끈끈한 동료애를 발휘한 이들은 바로 수원시 권선구청 건축과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권재환(23) 병장, 이강진(24) 상병, 이상민(22) 일병.
이들 '공익요원 삼총사'는 권선구청 건축과에서 현수막, 간판 등 불법 유동광고물 단속 및 수거정비 지원업무를 담당하면서 별다른 용도 없이 버려지는 현수막 지지용 각목을 모아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어려운 동료 돕기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삼총사가 모아온 현수막 지지용 각목은 모두 2천800여개.
철사에 묶여진 각목을 떼어내다가 손을 다치기는 다반사이지만 그래도 이들에게 각목 하나하나는 큰 의미가 있다.
얼마전 이상민 일병은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다쳐 4바늘을 꿰매는 등 어려움도 많지만 이들에게 봉사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돼 버렸다.
삼총사는 어렵게 모은 각목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 30만원을 지난 연말 가정 형편이 어려운 동료 3명에게 각각 10만원씩 전달했다.
권재환 병장은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이 상병과 이 일병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 일을 함께 시작하게 됐다"며 "이제는 근무시간이 아니어도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폐 현수막이나 빈병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줍게 된다"고 웃음지었다.
이강진 상병은 "최근들어 공익요원들이 폭행,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많아 동료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일과후에도 권 병장, 이 일병과 함께 폐 현수막 각목을 찾아 다니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부모님이 '집에서 공부나 하라'고 만류도 하셨지만 이제는 '남을 도울 줄도 아는구나'라며 칭찬해 주신다"고 말했다.
이상민 일병은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 지 이제 알게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제대후에도 계속 어려운 이들에게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선구청 김의회 건축과장은 "평소에도 맡은 업무를 묵묵히 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는데 이렇게 좋은 일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 기특하다"며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