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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전통마을-안성 미리내마을

도내 각 농촌마다 그곳이 구성된 유래에 따라 사는 모습과 분위기가 다르다.
그런 측면에서 미리내 마을을 정의내린다면 '조용하고 성스러운 곳'이라 할 수 있다.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때 천주교 탄압에 몰려 깊은 산 속으로 모여 들었던 이들이 형성한 곳이기 때문.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미리내 마을 사람들은 종교와 전통을 고수하며 살고 있다.
마치 과거의 한 시점에서 따로 떼어놓아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곳이 바로 미리내 마을이다.

지난 9일 안성 시내를 벗어나 미리내 성지까지(미산1리 소재) 달리는 '꼬불꼬불' 길은 한적하고 조용했다.
차의 창문을 열고 달리자 신선한 공기가 몸 구석구석까지 채운다.
한참을 달리자 미리내 성지 바로 앞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눈에 띈다.
차를 세우고 한 바퀴 몸을 돌려 마을을 둘러보는데 여러명의 할아버지들이 보인다.
때마침 마을 청소를 나선 주민들을 만난 것.
손에는 빗자루와 비닐봉지, 집게를 든 할아버지들 사이에선 추위가 한 풀 꺽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찬 바람이 부는 날씨에 귀찮음직도 한데 누구 하나 불평없이 웃음이 오간다.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이종대(72)할아버지는 "성지 마을이라 전국에서 성지 순례를 오는 사람들에게 성스럽고 깨끗한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마을 청소를 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을 꺼냈다.
쌍령산 골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미리내마을은 김대건 신부의 묘지와 100년의 역사를 가진 성전 등이 있는 미리내 성지,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다.
마을은 천주교 신자들이 종교탄압 속에서 신앙심을 지키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모여들어 교우촌을 형성하면서 생성됐다.
이곳에서 밭을 일구고 그릇을 구워 팔며 살았던 과거의 사람들과 100여 년이 흐른 지금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여전히 자급자족으로 마을 사람들끼리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조용한 마을의 앞 쪽으로는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는 계절 탓에 하얗고 투명하게 얼어붙었지만 물이 흐르는 계절에는
붕어와 잉어, 향어를 낚시질하며 명상을 즐기기에 적합해 보인다.
또 마을을 감싸고 있는 아담한 쌍령산은 남녀노소 누구나 산책하듯 등산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2개의 농가 지붕.
건물 내부는 모두 현대화됐지만 지붕만큼은 하나같이 기와가 얹어져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여기를 개발할 때 그래도 전통을 지키자고 지붕만큼은 기와를 고집했지"라며 이규약(78) 할머니가 설명해준다.
현대화 물결 속에서 전통을 지키려고 했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보여진다.
마을의 특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것은 마을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마리아성모상이다.
12시 성지에서 울려퍼지는 종소리에 맞춰 노인정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모여드는 마을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 성모상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한다.
이처럼 미리내 마을은 종교와 전통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 젊음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초등학생 4명이 마을의 동심을 유지하고 있는데, 학교가 2.5km나 떨어져 있어 매일 통학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외로움이 물씬 느껴지는데 주민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병화(75)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에 오면 공기·물·인심, 이 세가지가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알고 돌아간다"며 그 이유를 마을 자랑으로 대신한다.
이어 "한 두번 자식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간 적이 있는데 도저히 살 수 가 없더라"며 "여기서 태어났으니 죽을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지"라고 말한다.
구병화 할아버지처럼 자식들은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이곳에서 자란 '토박이' 사람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것.
그러나 지난 2002년부터는 젊은 사람들의 웃음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
농촌테마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면서 연간 7천여 명의 사람들이 마을을 찾기 때문이다.
덕분에 마을사람들은 체험장을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바뻐졌다.
한 켠에는 조그마한 라벤더 농장을 만들고 관광객을 위한 '최고의 마을 시설'인 공동화장실도 지었다.
또 각 집마다 방 한 칸씩을 방문객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다 만든거여"라며 입을 뗀 이규복(79) 할아버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 와서 재미있게 놀다 가면 좋겠어"라고 소박한 바람을 꺼내놓았다.
가족같은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맞이해주는 곳, 미리내 마을.
종교를 떠나 성스러운 곳에서 마음의 위로를 얻고 온 가족이 전통체험을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감동을 안겨주는 마을인 듯 하다.
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미리내전통테마마을 위원장 미니 인터뷰
미리내마을을 다른 농촌 체험 마을보다 개성있게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는 위원장 공규환(49)씨.
지난 9일 지난 해의 결산때문에 분주히 움직이는 그를 마을 입구에서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병술년에는 마을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겠다'고 다짐하는 그에게서 미리내에 대해 들어본다.
▲미리내전통테마마을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 지난 2002년 기획·시작됐다.
전통을 체험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4계절에 맞춰 다양한 아이템을 마련했고 진행하고 있다.
연간 약 7천 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라벤더 체험이다.
다른 농촌체험마을과 구별·특성화시키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다.
라벤더는 원래 향기가 없는 꽃이었는데 성모마리아가 아기예수 속옷을 널어놓고 나서 향기가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외국식물이지만 꽃과 관련된 이야기가 미리내 마을과 관련있어 도입을 결정했다.
라벤더를 이용해 샴푸와 비누, 초, 향주머니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체험자들이 감탄하고 즐겁게 여긴 마을 대표 체험행사다.
▲다른 체험프로그램에는 어떤 것이 있나.
-전통을 맛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겨울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만들어놓은 얼음판위에서 썰매를 타고, 짚을 이용해 직접 만든 공을 갖고 얼음축구도 할 수 있다.
새 덫을 만들어 새를 잡을 수도 있고, 팽이치기, 떡뫼치기, 순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연간 방문객 수가 늘어나 더 많은 사람들이 미리내를 찾아주기를 바란다.
그런만큼 아이들이 마을을 찾았을 때 '우리 것'을 느끼고 간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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