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9 (목)

  • 맑음동두천 7.0℃
  • 맑음강릉 10.5℃
  • 맑음서울 7.7℃
  • 맑음대전 8.2℃
  • 맑음대구 10.2℃
  • 맑음울산 12.3℃
  • 맑음광주 8.4℃
  • 맑음부산 11.8℃
  • 맑음고창 7.4℃
  • 구름많음제주 9.5℃
  • 맑음강화 4.1℃
  • 맑음보은 6.9℃
  • 맑음금산 7.5℃
  • 맑음강진군 9.6℃
  • 맑음경주시 11.8℃
  • 맑음거제 10.5℃
기상청 제공

"이승연, 왜 용서하지 못할까?"

연예인 이승연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롭다. 인터뷰를 위해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연은 아직도 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 말 한마디에도 조심스러웠다.
드라마 복귀를 앞둔 이승연은 당당해지려 노력하며 자신을 이해시키려 했다. 하지만 대중은 그녀를 쉽게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승연이라는 존재 자체에 ‘이해할 수 없음’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기 때문이다.
일명 ‘일본 위안부 누드 파동’ 이후 이승연은 크게 비난받았다. 말로 표현하기조차도 힘든 언어폭력이 그녀에게 가해졌다. 당시의 이승연은 일고의 동정할 가치도 없는 절대악처럼 취급받았다. 이승연은 “의도야 어찌됐든 대중들이 받아들인 결과가 안 좋았다면 당연히 비난받아야 합니다”며 “그때 일은 제가 잘못했고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고 자신을 낮췄다.
사실 이승연의 누드 프로젝트는 오히려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순진한 발상으로 이해해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치밀하지 못했던 기획은 일본의 침략전쟁의 도구로 희생되어 힘겨운 삶을 살아가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를 직시하지 못했고, 민감한 한일관계에 생각해볼 때 대중들에게 거부감과 함께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당시 쏟아진 비난이 그 당사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이승연이었기 때문에 더해진 측면은 크다.
이는 한국 대중문화의 심각한 흑백논리를 고민해보게 한다. 문근영처럼 호감인 연예인에게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칭찬이, 문희준이나 이승연처럼 비호감인 연예인에게는 철저한 비난만이 있을 뿐이다. 그 비난에도 버텼다는 것이 대단해보일 정도로 대중들의 언어폭력의 강도는 강하고 집요하다. 이것은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승연은 “누구는 자살하고 싶다고도 말 한 것 같은데 저에게도 그런 괴로움이 왜 없었겠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연예인에게 있어서 미움 받는 다는 것은 삶의 존재이유를 흔들 수 있는 고통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사랑받았던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 그 고통은 더욱 크다.
생각해보면 한 때 이승연도 사랑받는 연예인이었다. 이승연은 92년 미스코리아 미로 선발된 후,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의 연기자로 예능프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MC로 또 라디오 ‘FM데이트’의 DJ로 다방면의 활동을 벌였다. 특히 당시 이승연이 진행하는 라디오는 대한민국 고교생들의 필청(必聽) 프로그램으로 사랑받았다.
이승연은 “사랑받던 이들에게 버림받는 느낌이 가장 힘들었습니다”며 자신이 호감 연예인에서 비호감 연예인으로 바뀐 이유를 고민했다. 문제는 연예인들의 호감과 비호감을 구분하는 기준이 철저한 이미지 조작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매체를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연예인을 접하기 때문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오독할 수 있는 위험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퍼진 악의적인 루머나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한 연예인 전체가 왜곡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이승연은 “이미지 관리가 중요했다면 그것을 잘 하지 못한 불찰입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말로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고 애절하게 말했다.
이승연을 실제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도도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선입관과 달리 그녀가 의외로 다정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승연은 “연예인 중에서도 저에게 고민 상담을 받은 사람이 많아요”라며 카운슬링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여전히 이승연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두 번의 작품을 함께 한 김수현 작가는 이승연의 든든한 지원자였다. 방송 복귀를 망설이던 이승연이었지만 김수현 작가의 요구에는 응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승연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 ‘사랑과 야망’의 출연을 결정했다. 조민기, 이훈, 한고은 등 함께 출연하는 동료들도 이승연에게는 편한 상대라는 것도 큰 힘이 됐을 것이다.
특히 여주인공 미자 역을 맡은 한고은과는 더욱 마음을 터놓게 됐다고 한다. 이승연이 연기하는 극 중 캐릭터 혜주가 미자를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두 여인이 함께 드라마의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과 야망’의 캐스팅이 가시화 된 후 이승연의 방송 복귀 문제와 한고은의 연기력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승연과 한고은은 함께 마음을 다잡고 더욱 연기연습에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이승연은 자신의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2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드라마 오픈 세트 준공식에 이승연은 불참했다. 이승연은 “담당PD님이 올 필요가 없다고 말해서 안 갔을 뿐인데 제가 무슨 언론기피증이라고 기사가 났더군요”하면서 이해를 부탁했다. 그리고 31일 드라마 제작발표회에는 반드시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승연은 “극 중 의상 디자이너 역이니 옷을 잘 입고 가야 할 텐데 또 너무 화려하게 입고가면 사람들이 싫어할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승연은 방송복귀에 신경 쓰고 있다. 그동안 우리들이 미워했던 이승연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연기에 매진하는 이승연을 한 번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우리들은 이승연의 한 모습만을 보아왔던 것은 아닐까 고민해본다.
사진기자가 말해준 이승연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들 추가한다. 당시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집안에 틀어박힌 이승연의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기자들은 대문 밖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고생하는 사진기자들이 안쓰러웠는지 이승연은 얼굴이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샌드위치와 커피를 만들어 밖으로 내왔다고 한다. 이승연의 사진을 찍기 위해 버티고 있던 사진 기자들이었지만 차마 그 얼굴을 찍지는 못했다고 한다.
기사나 방송에 보도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에 한 연예인의 진심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연예인의 진심을 모른 채 일방적인 비난만을 행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지금 위안부 누드 파문을 일으킨 이승연을 변명해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승연에게도 다른 진심이 있지는 않았을까 한번 관용의 여유를 가져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기에는 이승연은 재능이 많은 연예인이다. 그 점을 생각해 김수현 작가도 기대작 ‘사랑과 야망’에 주저 없이 그녀를 캐스팅했을 것이다. 이승연은 언제까지 가슴속에 주홍글씨를 묻고 살아가야 하나.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