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김언홍
출판사 : 엠아이지
245쪽, 1만원
고통스럽고 피하고만 싶던 현실도 모두 지나 돌이켜보면 한 장의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추억이 된다.
현재는 과거가 안겨준 무형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슬픈 옛 이야기를 보석처럼 빛나는 글로 풀어낸 김언홍(61) 수필가에겐 이같은 시간의 흐름이 가장 큰 보물로 여겨질 듯 싶다.
김 작가가 최근 내놓은 첫 수필집 '아직도 새벽 운무는 그 자리에 있을까'는 그의 가슴 아픈 상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는 몇 년전 손자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그 슬픔을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글은 아이를 잃고 제 자신을 추스르기 위한 방편이었죠. 매일 기도하듯 글을 쓰다보니 방황하던 시간들이 줄어들더군요. 아이를 잃고 얻은 문학이어서 이번 수필집은 손자가 제게 남겨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써오던 일기가 문학장르 가운데 수필을 선택하게 만들었고, 슬픔을 잊을 수 있는 하나의 '탈출구'가 됐다.
이어 그는 막상 수필집을 내놓고 나니 아기를 갓 출산한 산모처럼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듯 하다고 엄살을 부린다.
그러나 네 명의 손녀를 둔 예순한살의 할머니가 뒤늦게 개인 작품집을 출간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숨길 순 없다.
"자기고백적이라는 수필 특성상 감춰도 좋을 어두운 구석까지 감동이라는 미명하에 적나라하게 밝혀 부끄럽기도 하지만 제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을 가슴에 안고 세상을 떠나는 바람을 이렇게 이룬 것 같아요"
그의 글에선 가족이 선사하는 사랑이 묻어난다.
작가는 자칫 신변잡기라는 주위의 비판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가족을 주소재로 선택한 것에 대해 가정의 따스함이 줄어드는 삭막한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수필집에는 유난히 가족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는 작품들이 많다.
수필집의 첫 장을 장식한 '박꽃이피면'에선 지금도 자신이 부르면 여든둘의 노구를 이끌고 달려오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불교철학에 심취해 기인처럼 행동했던 아버지의 모습도 드러난다.
"몇 년씩 암자에 기거하기도 하면서 구도자의 길을 걸으셨던 아버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작품은 그런 당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지난 세월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회한의 글이라 생각해요"
이처럼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시간의 궤적을 쫓으며 얻은 창조물을 수줍게 내놓았다.
그는 이제 자신의 아픈 기억을 털어내고, 가볍더라도 자연과 사람에게서 얻은 행복한 단상을 풀어나가리라 다짐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양평군 개군면 불곡리의 넉넉한 자연이 마음의 토양이 되고 늘 가까이에서 힘을 주는 가족과 문학인들의 격려가 있는 한 김 작가의 문학적인 삶은 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