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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지옥이다

가슴 후비는 '세여자 이야기'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치매를 앓으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어머니와 원망과 질투를 가득 담고 끝없이 비수를 꽂는 시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사는 옥순에게는 지치지도 않고 떠오르는 태양이 야속하기만 하다.
2006년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작인 '소나무아래 잠들다'는 실버세대가 늘어나는 현 사회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극단 '성(城)'의 열정적인 몸짓으로 무대에 올려진 작품에서도 희곡의 그 날카로움은 몸서리치도록 사실적이어서 관객의 가슴을 후비는 대사들이 튀어 나온다.
이 작품은 다음달 4일까지 공연되며 60세 이상 노인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수원 팔달문 영화관 드림씨어터 내 소극장(지하6층)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한 편의 가족드라마 혹은 악극을 보는 듯 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래 전 LP판으로 들었음직한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가 소극장에 울려 퍼진다.
텅 빈 무대 옆으로 이층 객석과 연결된 작은 통로에서 두 명의 아낙이 떠들어댄다.
이번 작품을 위해 구성된 이 공간은 주요 무대를 벗어나 마을의 길로 변신, 주인공 '옥순'이 그나마 숨쉴 수 있는 장소로 표현된다.
무대가 아닌 객석 위 공간을 활용하는 등 극장 전체를 작품 속 배경으로 구성해 '작지만 꽉 찬' 소극장의 묘미를 살린 것이 눈길을 끈다.
꽃분홍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어머니가 어린아이처럼 칭얼대다가 화를 내고, 이 모습을 지켜본 시어머니는 악다구니를 치며 며느리를 볶아댄다.
어머니와 시어머니, 이들은 단순한 사돈이 아니라 처녁 적 아버지를 사이에 둔 애증 관계다.
어머니의 고운 한복 때문에 아버지를 빼앗겼다며 쉴 새 없이 원망섞인 말들을 쏟아내는 시어머니, 그러나 옥순은 그녀를 미워할 수 없다.
단지 점점 지쳐갈 뿐.
그런 그녀에게 이웃집 여인은 마을 뒷산의 등이 굽은 소나무에 얽힌 전설을 전한다.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는 며느리가 소나무에 기대어 어려움을 호소하면 신기하게도 시어머니가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뜬다는 것.
자칫 신파로 갈 수 있는 극 분위기를 중간중간 전환시켜주는 것은 과장된 몸짓과 능청맞은 대사를 읊어대는 이웃집 여인이다.
희곡에서 한 번 등장하는 이 여인은 연출가의 손에 의해 극 곳곳에서 출연해 분위기 전환 효과와 함께 유머를 전한다.
집, 아니 지옥으로 돌아간 옥순은 친정어머니가 방바닥과 벽에 문질러 놓은 배설물과 벼락같이 소리치며 난리법석인 시어머니를 보고 힘이 빠진다.
시어머니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방을 닦고 친정 어머니를 씻겨 드린다.
이 목욕 장면은 희곡에서 없던 부분으로 특별한 대사없이 전개되지만 등장인물들의 심정이 관객에게 진하게 전해진다.
잠든 두 어머니들을 바라보며 지친 그녀는 소나무를 향해 울부짖는다. "나 좀 그만 놔주세요! 쉬고 싶어요!"
그날 밤 어머니는 세상을 뜬다.
상여나가는 날, 친정어머니의 연분홍 한복을 입고 나선 시어머니는 옷을 빼앗지 말라며, 이젠 자신의 것이라며 우긴다.
다소곳이 무대 중앙에 앉은 시어머니는 객석을 향해 모든 원망과 욕망을 털어낸 듯 나지막하게 '나 곱소'라는 외마디만을 던지고 사돈을 뒤따른다.
"이건 아녀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덜어 달라는 것이었어요!"
두 어머니의 죽음앞에서 며느리의 마지막 울음 소리가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어머니들을 모시고 사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등장인물 4명의 각 캐릭터와 삶이 관객에게 모두 다른 느낌을 전하고 있어 매력적이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으로 살아온 삶을 자기 만족과 동시에 놓아버린 시어머니,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끝내 짐이 되는 것이 미안하기만 했던 어머니, 자식과 며느리라는 입장을 철저히 수행했지만 끝내 자신을 포기하지 못했던 인간적인 옥순, 주변인의 입장에서 방관자적인 이웃 아낙까지 한 이야기지만 4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
김성렬 연출가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와 함께 볼 수 있는 가슴 시린 가족극이다"며 "화려함과 감각적인 영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극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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