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자연과 하나되어 있을 때 무의식적인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보이는 형태만을 그리는 것이 우선일 지 모르나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을 느끼고 그 흐름에 맞춰 자신이 또 다른 기운을 그곳에 스며들게 하면 보이지 않는 무형의 象理(상리)를 그릴 수 있다.
이럴 때 자연의 모습은 막힘이 없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마음도 자연과 하나가 된다."
-한진만 교수의 개인 홈페이지 작업노트 '무형의 상리(象理)를 그릴 때' 가운데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물질은 모두 흙으로부터 나왔다.
동양화가 한진만(52·홍익대 미대 교수)은 황토를 이용해 땅과 산, 바다까지 자연이 선사한 놀라운 경이와 전율을 화폭에 담는다.
그가 마주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각기 다른 인간들의 군상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안양 롯데화랑 개관 4주년 기념초대전으로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한진만의 '山水따라 마음따라'가 바로 그 것이다.
그는 35년 이상 마이산, 청량산, 금강산을 비롯 우리나라 전국의 산들을 찾아 헤메며 사생하는 등 산을 주제로한 한국산수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산수화에서 산 외에도 물의 흐름에 주목한 그는 다양한 물결을 표현하고자 우리나라 삼면에 위치한 섬 가운데 울릉도, 독도, 백령도, 제주도 등을 자주 찾기도 했다.
자연의 형상을 대하면서 한 화백은 산과 바다 그리고 바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외적인 모습을 담기보다는 내면에 서려있는 형상화 되지 않은 기운을 그려왔다.
특히 한 화백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내면적 형상을 더욱 직감적으로 그리고 세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작은 점들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 모습을 빚어 신비함을 더했다.
그래서 한 화백의 작품은 자연의 모습들을 화폭 가득 담고있지만 선명하지 않고 오히려 추상화 같은 느낌을 줘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땅의 기운을 품고있는 황토를 주 재료로 사용해 자연이 가진 여백의 미를 표현한 작품들은 독특한 그의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작품 속의 여백은 그의 사유와 침묵 그리고 그와 마주한 대상들의 숨결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지와의 만남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은 바다와 섬을 항해하고 이제 그 속의 인간으로 향한다.
이번 초대전에선 작가가 35년간 화폭에 담아온 한국의 영산은 물론 인간을 주제로 담은 최근작들도 볼 수 있다.
그가 최근작에서 드러내는 형상은 자아와 욕심을 버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상이다.
한 화백은 "인간의 형상과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음은 불확실성 속에 모든 가능성의 길이 열려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근육을 쓰고 땀을 내며 흙과 물을 만나는 한진만 화백, 그의 또 다른 행보를 주목해본다.
/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