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역전극을 보기 좋아한다. 역전 드라마에 환호하는 것은 영원한 강자는 없음을 확인하는 기쁨이다. 나와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보상 심리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나와 내가 응원하는 우리편의 역전승을 바란다는 게 더 정확하다. 나와 우리편은 저쪽에도 있는 상대적인 것이니 역전과 부침은 끊임없는 세상사요 인생사다. 그러나 우리들은 때로 나와 우리에서 떠난 객관의 편에 서서 페어플레이하는 선수에 응원을 보낸다.
우리 국민은 4년 전 2002년 6월 대역전의 쾌거를 경험했다. 우리 땅에서 열린 월드컵이기도 했지만 본선 무대에서 한 차례도 경험하지 못한 1승의 감격을 훌쩍 넘어 축구강국 유럽의 강호들에 잇달아 역전승하며 4강 신화를 만들었다.
같은 해 연말 대선에서는 노무현씨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역전승한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도 역전승한 대통령이 됐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 자리에까지 역전승이 펼쳐지는 것에 놀라워 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많은 합당한 역전이, 공평한 패자부활전이 열리기를 기대했다.
‘기적이란 걸 삶 속에서 경험하기가 어디 쉽나?’하는 생각에 그저 로또복권 당첨이 ‘불가능하지만 가능할 수 있는 기적’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역전은 희망의 산 증거이다.
내일이면 전국 각 지역에서 총 3천867명의 일꾼을 뽑는 5.31 지방선거 투표가 일제히 실시된다. 선거와 역전승의 관계를 떠올려보는 것은 ‘한 표’들이 모아진 민의가 가끔 대세의 물줄기를 돌리는 역사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공공연히 한나라당 압승을 예상하며 역전승을 기대할 수 없는 선거로 유권자들 앞에 다가왔다. 각종 여론조사가 그렇고 예상도 마찬가지여서 당락이 거의 드러난 맥빠진 선거, 흥행성을 잃은 선거라는 지적이다.
집권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외면이 지역 일꾼으로 나선 후보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져 여당 후보들은 ‘당 보다는 사람을 보고 투표해 달라’고 호소하고, 어부지리 반사이익을 얻은 거대 야당 후보들은 지지세 굳히기에 여유를 부리기까지 한다. 막바지 대전과 제주의 접전 정도가 뉴스로 전해질 뿐 민의는 결정난 듯한 선거분위기는 태풍의 전야와는 딴 판이어서 유권자들을 소외하게 한다.
선거전 막바지 집권 여당 대표가 상대 당의 전국적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향후 정계 개편론을 거론한 것이 득표에 도움이 될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여당 내의 자중지란을 부추기는 불씨가 됐다.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독자생존 선거전이 본격화하고 한 광역단체장 후보는 열세 만회를 위해 ‘72시간 철야 마라톤 유세’에 들어갔다. 자포자기와 상대 후보 비방 대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은 이번 선거의 결실 중 하나다.
선거전에서의 역전을 우리는 특정 정당의 승리나 패배와 연결짓고 싶지 않다. 지역마다 유권자들이 택한 사람의 역전극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판세 예상은 뻔하다지만 마지막 결과는 유권자들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늘 자정이면 선거전 막이 내리고 유권자들의 심판이 기다린다. 예상대로 특정 정당의 절대 우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여론조사 결과들이 간과한 유권자들의 민의가 예상 밖의 상황, 크고 작은 역전극을 만들어낼 지도 두고 볼 일이다. 민의는 투표율로 나타난다는데 40%대의 낮은 투표율 우려가 현실화할 지, 의외의 결과가 될지도 선거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변수다.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외면이 1995년 지자체 선거이래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경우 선거후유증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내일 투표일은 낮기온이 28도로 초여름의 날씨가 되리라는 게 기상청 예보다.
썩 마음 내키지 않더라도 나와 우리편의 자리에서 내려와 객관적인 심판자가 되자.
실력있고 거드름 피지않을 후보, 4년 뒤 선거 때만 다시 나타날 사람은 아닌지 선거공보를 다시 한번 들춰보고 투표장에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