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흔히 ‘축제’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축제마당이 흥청망청 흐트러진 위선과 부패의 놀이판이 돼서는 안된다. 선거는 축제이긴 하되, 더불어 양식과 예지와 냉철한 분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의식(儀式)으로서의 축제가 돼야 한다.
오늘 선거 결과에 따라 앞으로 우리 지방자치의 질(質)과 내용이 결정된다. 잘못된 선택을 해놓고 후회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든 지자체의 차원이든 지도자를 잘못 선택함으로써 야기되는 피해는 국민(주민)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쓴다. 국가 차원에서 살펴볼 때 가까운 예로 필리핀을 그 좋은 본보기로 들 수 있다.
1960년대 필리핀의 국민소득은 한국의 3배를 넘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발전의 바탕이 됐다. 하지만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 지도자를 만난 것이 불행이었다. 한국은 같은 기간 산업화에 힘을 쏟아 경제발전을 이끌어냈고 이어 민주화가 따라왔다. 자원이라는 ‘조건’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필리핀은 지금 동남아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해 있다. 2004년 한국과 필리핀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4배의 차이로 역전됐다.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가진 것이라곤 절망밖에 없었던 세계 최빈국 한국의 경제규모는 지금 비록 불안한 구석이 다소 없지 않으나 세계 11위에 올라서 있으며, ‘톱 10’을 향해 숨가쁘게 진입 중이다.
필리핀 국민들은 나라가 가난하고 부패·무능한 지도자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자 70년대 초부터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인구 8천800만명 중 10%가 넘는 900만명이 해외에서 가정부, 생산현장 노동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이 가족에게 송금해주는 연간 100억달러가 넘는 돈이 아니면 필리핀은 당장 국가부도가 날 형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1만명이 넘는 필리핀 사람들이 저임금도 마다하지 않은 채 기피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도 필리핀에서는 매일 3천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예는 국가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지역 살림을 맡을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면 지방 발전은커녕 오히려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고 주민의 ‘삶의 조건’을 망가뜨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