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제주에서 있은 제1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밤샘 협상의 진통 끝에 도출해 냈다는 ‘경공업 합의서’에는 남북 열차운행이라는 단어의 그림자도 들어 있지 않다.
통일부는 ‘조건이 조성된 데 따라’라는 문구가 바로 경의선 및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의 발효 시점을 뜻하는 것이라고 애써 설명하고 있지만, 이같은 흐리멍덩한 단어들을 북측이 앞으로 남북열차 운행 발효시점이라고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북한의 태도가 이제까지 어떠했는가. 철석같이 약속했던 남북 열차 시험운행조차 행사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그런 북한이 바로 다음 날 전통문 한 장으로 남북 경추위를 ‘소집’, 남측으로부터 8000만 달러어치의 비누?신발?의류용 원자재를 단번에 챙기는 전과를 거뒀다. 지금쯤 북한 수뇌부는 또 한 차례의 ‘작전 성공’에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정부는 이제 열차 시험운행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된다. 열차 시험운행은 남측이 앞으로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면 언젠가 성사는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지라도 그것은 결국 ‘한 차례의 이벤트’에 머물고 말 성격임이 뻔해 보인다. 물론 상징적 효과가 없지 않지만, 북측의 태도를 미루어 볼 때 그 이상의 기대는 어리석다. 북측으로서는 남북열차 시험운행은 다만 남측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또 다른 수단에 불과할 따름이다.
북측은 추후 시험운행 문제가 다시 논의될 때를 미리 계산해 이번 경추위 합의서에 ‘조건이 조성된 데 따라’라는 애매한 표현을 고집하는 꼼수를 부려 결국 뜻을 관철했다. 남측은 이번 합의서 도출로 열차 시험운행을 ‘가계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북측은 앞으로 열차 시험운행을 본격 논의하기 위해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양보를 비롯해 더 큰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대화와 교류 협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기대를 버리지 않고 북측에 매달리고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북을 도와 개방사회로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남과 북의 교류 협력은 우선 신뢰가 전제돼야 하며, 선의에는 선의로 답하도록 북을 설득하고 가르치는 일을 빠트려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