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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일상에서의 찰라간의 일탈이다.

최지연(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무척이나 기다리던 월드컵이 열렸다. 4년 전 이맘 때 나는 월드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에서 고국의 월드컵을 미디어로 접하며 그 환희의 자리에 함께 있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이제는 그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순간이 다가올수록 들뜨고 설레여야 하는 법인데 오히려 냉소적으로 되어 간다. 월드컵 무드가 생성되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방송에서는 쉴새없이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틀어대고, 광고는 온통 월드컵과 붉은악마고, 길거리 식당과 상점들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16강에 올라가고 8강에 올라가면 무슨무슨 할인을 해준다는 현수막들을 걸어놓고 있고, 거리는 온통 붉은색 물결이다. 그래서 시작도 하기 전에 질려버린 것 같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힘든 서민생활을 이번 월드컵의 승리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메시지를 어느 청취자가 보내온 것을 들었다. 월드컵은 이제 우리의 만능해결사가 된 듯 하다.
월드컵은 축제다. 축제는 일상에서의 찰라간의 일탈이다. 축제 중에도 일상은 그대로 존재하고 흘러가고 있고, 우리는 축제가 끝나면 그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 일탈이 준 원기와 충족감을 가지고 다시 우리는 일상에서 생활해야 한다.
축제 자체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부동산 투기와 집값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청년들은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아다녀야 하고, 비정규직 직장인들은 해고의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며, 한미 FTA를 위한 협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축제는 돌아가야하는 일상에서 버티고 살아가는 힘을 줄 수 있을 때 의미를 가진다. 일상을 망각하고 거기서 도피하게 하는 것은 마약이다.
축제로서 월드컵은 즐기고 싶다. 우리 대표팀의 경기에 맘껏 응원하고, 첫 승을 기뻐하고, (못해도 상관은 없지만) 16강 진출을 기원한다. 그러나 거기에 모든 이성과 정신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다. 월드컵의 결과가 어떠하든 내 일상은 변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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