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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견제해야, 사법선진화 가능하다”

이동희 국립경찰대 경찰학과교수

한국의 검찰권은 지구상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는 검찰 자신조차 잘 알고 있는 우리사회 공지의 사실이다.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이라는 형사사법의 핵심권한을 검찰이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기소된 사건의 99.9%가 유죄가 되고 있으니 법원의 재판권조차 사실상 검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선진외국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검찰권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다. 국가권력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형사사법권이 검찰에 철저하게 장악되어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비대한 검찰권은 독재정권 유지의 첨병역할을 맡았던 일제의 군국주의 검찰과 독일의 나치검찰에서나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통제받지 않는 검찰권, 한국 형사사법제도의 후진성 드러내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하거나 무리한 기소를 통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버젓이 통용되고 있다. 인권옹호자임을 자처하는 검찰이 피의자를 고문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기소유예나 불입건을 미끼로 내세워 공범자나 참고인으로부터 무리하게 진술을 강요하다보니 자신이 살기 위해 거짓진술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검찰에서 억울하게 수감되었다가 무죄로 풀려난 경우도 판례로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기소권자가 피의자나 참고인을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명확한 범죄혐의도 없는 상태에서 마구잡이식 표적수사를 자행하여 절대권력 앞에 저항할 엄두조차 못내는 사람들을 급기야 자살로 내모는 일도 생기고 있다. 검찰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참여정부 들어서만도 9건이나 된다. 세계사에 기록될 만한 일이다. 검찰이 나서면 누구든지 어떠한 명목으로던 처벌될 수 있는 현재의 기형적 사법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적어도 죽음을 택하기 전에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리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했을 것이다.
검찰이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는 기소는 물론이고 수사조차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는 점은 더욱 큰 문제이다. 경찰수사는 검찰의 철저한 지휘하에 있어 무용지물이고, 결국 검찰 자신 이외에는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의 삼성떡값사건이나 윤상림브로커사건 등 그간 검찰고위직 인사들이 연루되었던 수많은 뇌물의혹사건들은 제대로 수사되거나 기소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검찰이 수사로부터의 사각지대임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사례들이다. 또한 당연히 구속수사해야 할 대상인 검찰직원을 경찰에서 신청한 영장을 기각해버리고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의 추태도 서슴없이 보이고 있다.
주권자에 의해 선출되지도 않은 1천500여명 남짓한 미검증의 소수 공무원에게 이처럼 통제없는 절대권력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형사사법제도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분권과 견제는 선진 형사사법의 기초원리

이러한 불합리를 없애고 선진적인 형사사법제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대한 검찰권이 분산되어야 한다. 반세기전 우리의 입법자들이 공감했던 것처럼 분권과 견제라고 하는 민주주의 이념에 맞게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의 반발로 이를 실현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검찰수사는 범위를 제한하고, 타 수사기관에의 철저한 지배구조는 완화시키는 점진적인 개혁은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에 주력할 것 같으면, 기소를 포기하고 수사만 맡아야 한다. 그래야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객관적인 기소권으로 잘못된 수사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일국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각각 다원화시켜 상호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엄격한 법제도 및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통해 투명화되어야 한다. 분권화와 다원화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자 선진각국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형사사법의 기본형식이다.
그리고 형사사법의 진실은 폐쇄된 검사실에서 만들어진 검사조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정에서 가려져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처벌을 막을 수 있다. 다가올 국민참여재판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검찰은 공판활동이라는 공소관의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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