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은 문화강국을 꿈꾸고 있다. 창의성에 기반한 문화발전이 곧 경제발전의 동력이며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비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을 배워서 아는 지식인과 문화종사자인 예술가들만이 문화를 알고 즐기던 시대는 지났다.
문화가 배부른 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었고, 경제적으로도 고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귀중한 재원임을 인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선 정책입안자들이 문화강국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 하겠다.
전국에 지어진 40여개의 국공립 공연장은 그 자체로도 문화강국을 향한 현실태이고 가능태이다. 5,6년 전만 해도 문예회관이란 이름의 국공립 공연장이 대체로 껍질뿐인 하드웨어라는 비판을 면치 못 했지만 현재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수준 높은 공연을 저렴한 관람료로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비영리로 운영되면서 많은 부분 공공재원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문화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문화예술교육을 제도적으로 장려하면서 문화교육을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국민 모두가 문화를 통한 삶의 풍요를 누리기까지 가야 할 멀고 먼 여정이 즐겁기까지 하다.
사실 오늘과 같이 문화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공유하는데 공을 세운 주역은 정부가 아닌 국민이었다. 일체의 소비를 제한하고 국민 모두가 산업전사로 뛰었던 것이 불과 삼십여 년 전이다. 문화란 경제발전의 뒷전이었고, 문화를 말하는 사람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론자였다. 밥도 못 먹는데 무슨 예술이냐고 혀를 찼다. 때문에 정부의 문예진흥정책과 장충동 국립극장(1973), 동양 최대의 세종문화회관 건립(1978)은 대단한 일이었다.
당대 정부의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관립극장 건립이나 문예진흥정책은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문화발전에 전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 열악한 문화환경에서도 소극장을 통해 공연예술의 발전을 주도해오던 예술가들은 한층 강화된 규제에 시달리게 되었던 것이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정책에 부합하는 목적예술에 동참해야했다.
전근대적 공연법으로 끊임없이 극장의 폐쇄 위기를 겪었고 유흥장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전후 최다 관객동원의 기록을 세웠던 실험극장의 <에쿠우스>가 공연연기신청을 안 했다는 이유로 중지당한 일은(1975.9) 문화정책의 중요성을 되짚어주는 역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고, 관객은 기꺼이 자유로운 예술에 박수를 보내고 동참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 문화의 성장 동력은 정부 이전에 예술가를 비롯한 국민이라 하겠다. 예술가나 제작자는 예술성과 대중적 흥행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일반 대중은 아직도 공연장을 찾는 것보다 미디어를 통한 대중문화에 열광하지만 말이다.
최근 경제계에서는 세계경제의`골디록스'를 위협하는 세 마리 곰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즉 고유가, 부동산 거품, 물가상승이라는 세 마리 곰이 인플레 없는 안정적인 세계경제(골디록스)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디록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록스와 세 마리 곰>의 주인공인 금발머리 소녀이다. 소녀는 세 마리 곰이 스프가 식기를 기다리며 외출한 사이 가장 적당한 온도의 스프로 배를 채웠다. 소녀의 지혜는 위험요소 없는 경제적 호황을 상징한다. 이 이야기는 경제상태의 비유에만 적합한 것이 아니라 문화에도 적용된다. 과거와 달리 문화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창의적 문화생산과 인재양성이 문화강국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임을 전제할 때, 현 정부의 문화정책은 문화를 좌우하는 아빠 곰이라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의 생산자는 엄마 곰, 소비자인 대중은 아기 곰 쯤이 되겠다. 문화정책, 문화생산자, 문화소비자는 한 식구이다. 현대문화는 고급(순수)예술과 저급(대중)예술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적 경제 원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화 생산자와 향유자는 끊임없이 갈등과 혼란을 겪는다.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영원한 숙제는 곧 예술과 수익의 갈래 길이 되기 십상이고 어느 한쪽만을 쫓는 것은 졸속성장과 분열을 낳는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예술성과 대중성은 문화와 경제의 관계처럼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므로 어느 때보다 아빠 곰의 역할이 중요하다.
7.80년대의 규제를 위한 지원과 90년대의 규제 없는 지원을 넘어서는 선진적인 정책판단과 시행만이 균형 잡힌 문화발전을 이끌 수 있다. 안정적 성장과 발전은 균형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