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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자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 원장

며칠 전 결혼식장에 갔다가 흔치않은 주례사를 들었다. 신랑의 은사인 사회복지 전공의 교수께서 주례말씀으로 신랑신부에게 당부하시기를 '반드시 자녀를 2명이상 낳아서 우리사회의 심각한 고민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200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세계 최하위수준으로 급락한 이후 출산장려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결혼식장에서까지 주문사항으로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인구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인데 이 상태로 그냥 가만히 있다가는 사회가 존속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러한 국가적 재앙을 막기 위한 정부차원에서의 대책들이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책들을 보면 대부분 자녀를 낳으면 장려금이나 축하용품을 준다거나 셋째자녀부터 보육료를 감면해 준다는 둥 (물론 경기도는 둘째자녀부터 보육료 지원혜택이 있음) 이미 결혼하여 자녀를 하나 둘 낳은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2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기혼여성의 35.6%가 자녀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미혼자 가운데에서는 결혼을 하겠다는 응답이 남성은 82.5%, 여성은 73.8%로 나타났다고 하니 미혼여성 4명중 1명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셈이다. 특히 35세이상 미혼여성의 경우 50%만이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나, 배우자감을 만나지 못해 어쩔수 없이 미혼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혼을 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여성들이 35세가 넘으면 원하는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나온 응답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어느정도 인정받을 만하면 어느새 10여년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이들 35세쯤 된 취업여성이 새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면 아마도 독신으로 남고 일(직장)을 택할 가능성이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번 조사결과, 취업중이던 여성이 결혼을 전후해 직장을 그만 둔 비율이 무려 61.2%나 되는데 이들의 절반정도만이 재취업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용직에 근무하던 여성이 직장을 잃은 후 재취업할 때 다시 상용직으로 복귀한 경우는 38%에 불과하고 대부분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하향이동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비취업 기혼여성 가운데 69.2%가 취업을 희망하고 있으나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으로 포기상태라고 한다. 결혼, 그리고 이에 따르는 출산과 자녀양육이 여성들의 취업에 얼마나 걸림돌이 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만일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취업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다면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자료들을 고려해 볼 때 이제 저출산문제의 해결방안은 좀 더 열린시각으로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동안의 정책들은 주로 결혼한 부부들을 중심으로 세아이 이상을 낳도록 유도하는 그야말로 출산장려정책이 많았는데, 이제 더 이상 결혼한 정상가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들은 크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인구들로 하여금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는 것이 충분히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설득하고 실제로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조치들이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더라도 더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결혼한 정상가족이 아닌 남녀사이에 임신을 했을 경우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를 제대로 분석하여 이들 임신된 아이들이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본다.
책임을 함께하지 않으려는 남성과 사회적 따가운 눈초리 때문에 인공임신중절을 택하는 여성들이 상당히 많으며, 또 일부에서는 가부장적 남성(시댁)과의 결혼생활은 피하고 싶으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여성들도 있으므로, 이들의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지고 여성 혼자서도 아이를 충분히 양육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의식면에서도 용납하고 정책적으로도 지원하는 정책들이 마련된다면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의외의 곳에서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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