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여름이면 어김없이 방영됐던 TV 공포 드라마 시리즈 '전설의 고향'에선 외딴 초가집과 인적 드문 산골짜기, 무덤가 등이 대표적인 폐쇄 공간이었다.
산업화된 도시가 구성되면서 공포 영화도 현대인의 일상에 맞춰 삶터 곳곳, 이 가운데 폐쇄적인 공간을 무서운 사건의 발생지로 등장시킨다.
예를 들어 최근 개봉했던 프랑스 공포 영화 '크립'에선 직장인의 주 교통수단인 지하철이, 한국영화 '닥터 K'에선 누구나 쉽게 이용하지만 왠지 음울한 병원이 주 배경이었다.
이 밖에도 엘리베이터, 버스, 학교 등 공포 영화의 배경도 과거보다 다양해졌다.
7월 6일 개봉되는 고소영 주연의 영화 '아파트'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현대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배경이다.
수 백, 수 천 가구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이웃에서 나는 비명소리에도 무심할 만큼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아파트.
여주인공 세진은 폐쇄된 공간에서 외롭게 시간을 '죽여가며' 살아가고 있다.
극대화된 공포에서 같은 공간의 사람들과 '이웃하기'를 시도하는 그녀의 외로운 몸부림은 그래서 더욱 가련하다.
세련된 고층아파트에서 외롭게 지내던 어느 날 밤, 세진은 건너편 아파트의 불들이 동시에 꺼지는 현상을 목격한다.
그날 이후, 매일 밤 맞은 편 아파트를 바라보던 그녀는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게 된다.
정확히 밤 9시 56분이 되면 건너편 아파트의 불이 동시에 꺼지는 것.
곧 그 때마다 아파트의 사람들이 의문사를 당한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다급한 세진은 이를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알리지만 오히려 범인으로 의심을 받으며 궁지에 몰리게 된다.
아파트는 점점 세진과 주민들을 조여오며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데...
'가위' '폰' '분신사바' 등의 작품을 연출하면서 '한국 공포영화의 대가'로 자리매김한 안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게다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고소영이 주연을 꿰차면서 한번 더 눈길이 가는 영화다.
이 외에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영화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라는 점이다.
특히 원작을 본 많은 이들은 영화화되면서 각색된 부분이 얼마나 공포영화로써의 매력을 더했을지, 원작의 완성도를 재연할 수 있을지 궁금해한다.
가장 큰 변화는 원작에서는 남자가 주인공이었던 것이 영화에선 여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원작의 주인공은 직업이 없는 백수 남성 '고혁'이지만 영화에서는 전문직을 가진 여성'세진'으로 변경됐다.
공포영화에서 '호러킹'이 아닌 '호러퀸'이 존재하는 것처럼 극대화된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여성의 이미지가 적합하다는 제작진의 판단에서다.
가녀린 몸매에서 느껴지는 떨림, 귓전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비명, 커다란 눈동자에서 베어 나오는 공포의 전율까지 공포영화 속 여성의 모습은 공포를 배가 시킨다.
두 번째 변화는 주인공의 주거지가 서울 변두리 낡은 아파트가 아닌 도시적이고 깔끔한 신축 아파트로 바뀌었다는 것.
만화 속 행운아파트는 저소득 계층이 살면서 각 가정사이의 친밀도가 높아 공포영화에서 추구하는 단절과 소외, 외로움 등을 표현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이에 영화에선 신축된 고소득층의 아파트로 바뀌었다.
또 원작만화가 연재만화이기 때문에 사건에 연결되어 있는 인물들의 각 시점에 따라 다양한 시점으로 전개됐지만, 영화는 여주인공 시점으로 단일화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배치했다.
류설아기자 rsa@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