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제초제를 뿌린뒤 농작물이 말라죽자 농약제조업체와 재배농가간에 책임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등 제초제 피해보상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이 모(63)씨 등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쯤 T제초제를 뿌린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와 직두리, 선단동 등지의 밭 1만여 평에 식재한 파가 백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어가고 있어 1억 여 원의 피해을 입었다.
이에 농민들은 농약이 잘못 돼 파 농사를 망쳤다며 농약제조업체인 Y케미컬(성남시 분당구)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 씨는 "지난 20여 년간 파밭에 T제초제를 사용해왔지만 이런 피해가 발생하기는 처음이며 인근 파밭에서는 지난 해 쓰다 남은 약을 사용했으나 별 문제가 없었고 올해 구입한 약을 사용한 농가만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생산된 약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Y사는 T제초제의 사용설명서상 마늘, 양파 등에 사용토록 명시했고 파에 사용하라는 내용이 없어 배상해 줄 책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Y케미컬 기술보급팀 관계자는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한 후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안타깝지만 이번 T제초제의 경우 미등록 작물에 사용했고 그 시기도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돼 피해 농민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약판매상 B씨는 "많은 파 농가들이 파밭에 사용할 제초제가 마땅히 없는 실정이어서 T제초제를 사용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제약회사에서도 파에 대해서는 적용작물 미등록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모를 리 없다"며 "도의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의 공방을 지켜본 시민단체 김 모(47)씨는 "이미 못쓰게 된 작물을 방치해 대체작물 파종의 시기를 놓친다면 그것은 농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말로만 농민들을 위하지 말고 기관들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조속한 시일내에 정확하게 조사해야한다"고 말했다.
/포천=안재권기자 ajk@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