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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의 양날

윤한택 경기문화재단 전통문화실장

나탈리 웃과 웨렌 비티가 열연한 <초원의 빛>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증권 시세의 폭락으로 깡통을 차게 된 웨렌 비티의 아버지가 뉴욕 증권가에서 자살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제국주의 열강에 의한 식민지 쟁탈 전쟁인 1차 세계대전이 사회주의 진영의 등장으로 막을 내리고 그 만큼 좁아진 세계 시장 조건 아래서 자본주의 진영을 몰아닥친 미증유의 세계대공황을 설명하는 간명한 초상화였던 셈이다.
이러한 공황 상태를 미국은 잘 알다시피 뉴딜 정책으로 돌파하였다. 당시 강추위가 몰아치던 뉴욕의 부두에는 석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석탄 운반부가 석탄 살 돈이 없어 오돌 오돌 떨다가 얼어 죽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한다. 증권 투자로 돈을 번 유일한 경제학자라는 우스개로 회자되는 케인즈가 이런 현상에 주목하고, 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확대하여 과잉생산을 완화하고 국가에 의한 관리통화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실물 가치를 넘어서는 지폐를 노동자의 손에 쥐어주는 방안을 제안하여 실행함으로써 이 공황 사태는 일단 진정되었던 것이다. 이른바 수정자본주의의 등장이다.
미국이 이렇게 온건한 방법으로 공황을 완화시키고 있었던 반면에 자본주의 진영에서 상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던 일본, 독일, 이탈리아는 식민지를 넘보며 군국주의, 나찌즘, 파시즘 체제를 굳히고 전쟁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통하여 원료와 노동력 공급지, 상품 시장의 확보에 그 한계가 드러난 식민지 쟁탈 전쟁으로 또 다시 내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코민테른 7차 대회를 통하여 평화와 민주주의와 진보를 슬로건으로 하는 인민전선 전술이 채택되고, 미국이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의 자격으로 사회주의 진영과 손을 잡고 2차 세계대전에서 파시스트 국가들과 대결하는 사태는 이렇게 하여 현실화되었다. 결국 그 주된 배경에는 세계대공황을 극복해나가는 온건한 방법과 폭력적인 방법의 차이가 놓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초국적자본이 세계를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오늘의 관점에서 볼 때, 수정자본주의가 공황을 해결하기는커녕 일시적으로 완화함으로써 은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더욱 심화시키고 항상화시켰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수정자본주의 덕분에 인민전선 전술이 가능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의 정치적 독립이 확산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른바 수정, 전향, 기회주의를 매도만 할 수 없는 양날의 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산업이 이러한 뉴딜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지적할 필요도 없다. 굴뚝 산업이 지배적이던 20세기의 그것을 넘어 첨단 지식정보사회, 문화의 시대에 그것의 중요성은 더욱 더 커져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서로 배치되는 듯한 문화와 산업의 결합은 대개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계적 결합이 그 하나이고, 물리적 결합이 그 둘이며, 화학적 결합이 그 마지막이다. 그림, 노래, 춤, 문화재 등을 소재로 하여 날 것으로 만들어지는 공연, 전시, 축제, 관광 산업이 그 기계적 결합의 예이며, 이는 이른바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순수예술의 내용(컨텐츠)을 첨단 정보 매체(미디어)로 가공한 영상,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이 두 번째의 물리적 결합의 예인데, 현재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문화산업은 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단계까지에서는 현대 문명이 도달한 첨단 과학이 초래하는 효율성과 그 만큼의 단명함을 보정하는 수단으로서 역설적으로 가장 수공업적이고 창의적이지만 비효율적인 전통문화와의 결합이 요청되고, 아울러 청년 실업 등의 일자리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창의적인 문화의 혼이 점점 빨라지는 주기적 공황을 배태한 산업에 스며들어 산업의 성격이 문화적으로 전화하는 지점에 이르면 마지막으로 그 화학적 결합이 달성되게 되는데, 이러한 실례는 이탈리아의 블로냐, 일본의 가네자와 등에서 맹아를 형태로 자라나오고 있다. 문화산업의 이제 양날의 단계를 넘어 새로운 사회원리로 작동하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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