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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스런 추억이 한창 푸짐하네~

 

“우리 마을 이름이 원래는 ‘불암리’였지... 부처 불(佛)에 바위 암(巖)자를 썼는데 그 뜻이 부처가 있는 마을, 뭐 그런 의미였다지 아마.. 에고! 마을 할머니들한테 물어보면 그 전설 이야기야 훤할텐데. 나는 잘 모르죠. 그러니까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시주승이 우리 마을에 들렀다가 저~쪽 저수지로 흐르는 물가에 돌을 지팡이로 내리쳤는데 검은 핏물이 저수지까지 흘렀다지 아마.. 그 돌이 부처 모양을 한 돌이었다던데. 암튼 우리 마을 전설이 그런 내용이어서 마을 이름도 ‘불암리’가 됐고, 나중에 ‘부암리’가 되고 최근에 ‘부래미(富來美)’가 된 거지 뭐.”

농촌생체체험마을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는 부래미 마을(경기도 이천 율면 석산 2리)을 찾아 수원에서 출발한 지 1시간여. 이천시 진입 표지가 보이자 차 창문을 내렸다. 기대했던 시골의 풋풋한 풀내음이 곧 온 몸을 채운다.
단층 마을회관을 비롯한 각 공간에 경기 작가회 회원들이 그려놓은 따뜻한 벽화가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드디어 문화가 숨쉬는 농촌 마을인 부래미에 들어섰음을 실감나게 했다.
입구에 주차를 하고 부래미 마을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총무 이상택(53)씨를 만나 마을에 얽힌 구수한 전설을 듣고 있자니 한 여름 뜨거운 태양 때문에 쉴새없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던 땀방울이 서서히 마른다.
그제서야 마을을 둘러보는데 특별함을 찾기 어렵다. 발 담그고 더위를 식힐 만한 시원한 계곡도 없다고 하니 온 가족이 여유를 즐길만한 휴양지로도 부적합해보인다. 그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일 뿐.
어떤 특별함이 있어서 지난해에만 18만여명의 도시민들이 이곳을 찾은 것일까.
그 이유는 자신의 삶터를 보존하면서 방문객을 위한 독특한 프로그램을 사계절 내내 운영하고 있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때를 맞춰 프로그램 체험을 위해 마을을 찾은 3대의 관광버스에서 상기된 표정의 어린 아이부터 주부, 어르신까지 120여명이 속속 내린다.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충청남도 금산 주민들이 정보센터로 발길을 향한다. 2003년 3차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이후 인터넷 인프라를 설치하고 마련된 정보센터는 부래미의 자랑.
점심시간, 마을 부녀회 회원이 매일 돌아가며 직접 재배한 유기농 야채로 내놓은 맛깔스런 시골밥상이 침을 꿀꺽 삼키게 한다. 이 곳은 연중 특산물인 임금님표 이천 쌀로 밥을 지어주고 여름엔 장호원복숭아, 율면 포도 등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배를 채운 방문객들이 각각의 체험 프로그램 코스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한다.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생성된 자연습지공원에 들어서자 연신 고개를 내민다. 운이 좋으면 고라니도 볼 수 있다는 말에 유심히 이곳저곳을 살피는 것. 이번에는 ‘천방지축’ 난리다. 여름 체험 프로그램을 위해 마을 주민이 힘을 모아 조성한 개울가에서 미꾸라지와 고기를 잡고 난생 처음 해보는 떡메치기에 신이 난 것.
천연 황토 염색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도 동심 못지 않은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열심이다. 황토를 주무르고 각자 만든 무늬를 자랑한다.
이처럼 부래미 마을에서는 주민이 직접 기획, 운영하는 사계절 프로그램이 연중 펼쳐지는데 우당 김영국(45)과 도예 체험을 비롯해 사물놀이, 떡과 두부 만들기, 오이따기 등 다양하다.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10가구 주민들이 자신의 집을 내어 관광객의 쉼터를 제공하고 있으니 1박2일 코스도 고려해 볼만하다.
고향을 떠났던 이들의 관심을 되돌린 것 또한 이 마을의 특별함을 더한다.
안성 이씨 집성촌인 부래미의 남은 주민들은 탈향민들을 위해 ‘홈 컴 인 데이’를 마련, 다시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같은 노력으로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뜻을 모아 마을 뒷 편에 안성 이씨 사당을 세우는 등 고향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20만여명의 방문객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그마한 마을에 몰려드는 인파를 바라보며 한상배(85) 할머니를 비롯해 경로당에 모여있던 할머니들이 함박 웃음이다.
“좋지 좋아~ 할 일 없는 늙은이들만 여기 모여 있는데 사람도 보고 차도 많이 보고, 떡도 먹고 무조건 좋아.”
/류설아기자 rsa@kgnew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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