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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謀制’로 변질 된 공모제

조창연 강남대 객원논설위원

 

요즘 중앙과 지방언론을 보면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낙하산 인사에 반발해 경질된 내용과 5.31 지방선거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산하기관장 공모와 관련된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즉 공기업이나 산하기관의 이사장, 상임이사와 감사, 사무총장, 그리고 원장 등의 임명이 특정 인맥이나 학맥과 관련돼 있다든지, 또는 선거에서 승리한 보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적인 글들이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인사는 역시 만사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공모제(公募制)는 공직의 임면을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정실과 소속 정당 당원에게 특혜를 주는 당파에 의해서 결정되는 엽관제(獵官制)적 영향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투명하며 공개적인 임면과정을 거쳐 유능한 인재를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산하기관의 책임자로 임명, 저 비용 고효율의 행정을 위해 도입된 인사제도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는 책임정치와 책임자치 실현을 위해서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정치적 및 정책적 동지들을 중요한 자리에 임명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정책과 이념을 같이 하는 정책공동체나 전문가 집단에서 산하단체장을 임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측근 임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김대중 정부는 과거 군사정권시절 관직을 마치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나 당선자가 전리품(戰利品)처럼 취급했던 엽관제를 배제하고, 개방형 인사제도인 외부 공모제로 산하기관단체장을 임명하였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시절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던 외부 공모제 인사시스템은 특정인을 임명하기 위한 인사 시스템으로 변질돼 무늬만 개방형 인사제도였을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엽관제와 별 차이가 없었으며, 필자는 이것을 신엽관제(new spoils system)라고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공모제’라는 개방형 인사제도를 도입해 정부부처, 공기업, 체육계, 그리고 교육계 등 100여명 이상의 산하단체장을 임명하였다. 그러나 그것 역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고백처럼 무늬만 공모제였을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인사 협의’라는 무늬로 포장된 청와대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서 정부 산하단체장이 임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어느 신문에서는 ‘대통령의 사람들이 감투 싹쓸이’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이것은 공모제(公募制) 인사 시스템이기 보다는 밀실에서 한 두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공모제(共謀制) 인사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편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는 경기지방공사 사장, 경기자원봉사센터 소장, 경기문화재단 대표 이사, 경기도문화의 전당 사장, 경기도 청소년 수련원 원장과 상임이사, 그리고 서울사무소 소장 등을 공모방식에 의해 임명하였거나, 또는 공모 중에 있다. 그리고 경기도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 경기도영어문화원장 등은 공모가 아닌 추천에 의해 임명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만약 공모가 아닌 특정인사의 추천에 의해 이들을 임명하게 된다면 김문수 도지사 역시 공모(公募)가 공모(共謀)에 의해서 산하기관장을 임명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그것은 김문수 도지사의 청렴 이미지에 큰 흠집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가나 지방정부는 저비용 고효율의 능률적인 행정과 시민과 국민의 행정만족도를 향상시키는 행정을 위해 공모제(共謀制)가 아닌 공모제(公募制) 방식에 의한 산하기관의 임원들을 임명해야 한다. 물론 공모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산하기관장의 임면(任免)이 선거 당선자의 전리품처럼 생각하는 우리나라 행정환경 속에서는 공모제 방식에 의한 산하기관단체장의 임면이 필요하다.
특히 인사권자는 공모제(公募制) 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측근은 측근으로 끝내고, 지연과 학연, 그리고 당파를 잊어야 하며, 민간 부문에서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충원하되, 공모에 의해 채용된 전문가들은 아주 엄격하고 공정하게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인사는 망사(亡事)가 아닌 만사(萬事)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서 책임정치와 책임자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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