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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속에선 영원한 것 없더라

 

“새로움을 찾는 것은 본능이다. 시간을 견디는 것이 인간이다. 반복 안에서 새로움을 찾는 것이 사랑이다. 시간 속에서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인생이다. ” 김기덕 감독의 13번째 영화 ‘시간’이 말하는 메시지다. 김기덕 감독이 이번에는 ‘사랑하는 연인들’에 시선을 던졌다. 그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시간’ 속 주인공들은 다소 평범하다. 남녀 주인공이 오랜 시간 만났다는 점, 그래서 예전의 ‘설렘’이 없다는 것도 무릇 오래된 연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기덕다움’은 이후다. 연인의 사랑을 다시 얻기 위해 자기파괴적 ‘성형수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설정은 지극히 ‘김기덕다운’ 기괴한 상상력이다.
‘시간’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여주인공 세희다. 남자친구의 사랑이 식었다고 느낀 세희는 그것을 되찾고자 ‘감히’ 시간에 도전한다. 방법은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의 외모를 완전히 바꾸어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시간을 거스른 그녀에게 내려진 형벌은 다시는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며, 연인이 새로운 자신이 아닌 예전의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은 “시간은 흐르지만 언제나 같은 지점으로 돌아오며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은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영화에서는 이 같은 속내를 반복되는 시간과 공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형수술 후 새희로 이름을 바꾼 세희는 예전 지우와 세희가 함께 했던 공간들을 복습하듯 다시 방문한다. 주요 공간은 연인의 단골 카페,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뜨거웠던 시절 함께 여행했던 어느 섬의 조각공원이다. ‘시간’은 특정 공간에 지우(하정우)의 옆자리에 세희(박지연)와 새희(성현아)를 나란히 놓으며 관객을 혼란시킨다. 지우의 사랑에 실망한 세희가 처음으로 찾아가는 성형외과에 세희의 뒤를 이어 지우가, 그리고 그 뒤에 다시 새희가 놓여지고, 새희는 어딘가 구부러진 시간의 터널 속에서 다시 한 번 세희를 만난다. 결국 세 사람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별 도리 없는 인간의 다른 모습일 뿐 그들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동일인물들, 혹은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사이에서는 정체성을 추스리지 못하고 길을 잃는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주인공의 존재 자체가 실종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간 ‘섬’이나 ‘나쁜남자’ 등의 작품으로 김기덕 감독은 페미니스트들의 ‘공공의 적’이 돼 왔지만, ‘시간’에서의 여주인공은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
여주인공이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을 따르는 모습이 그렇다. 기존 김기덕 감독의 작품과 달리 잔혹성의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과,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평범한 젊은 남녀의 사랑이라는 것이 가감 없이 민망한 실체를 드러내는 점도 신선하다. 지난주 작품 개봉시기와 맞물려 유독 ‘구설수’에 많이 오른 김 감독. ‘시간’은 현재 전국 12개 관에만 걸려 있다.
/유양희기자 y9921@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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