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상부에 줄자를 대 심은 듯한 잔디 밑으로 자연석으로 된 석축, 뚜렷하진 않으나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저수로와 산책로를 겸한 자전거도로 등등.
서울 청계천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친환경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청계천이 인위적이란 지적을 받는데 반해 양재천은 인간이 잠시 이용하다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준 가장 모범적인 사업으로 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재 8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양재천 복원공사의 첫 삽을 뜬 것은 지난해 5월. 도시가 형성되면서 토지이용률을 높인다는 미명 아래 복개한지 10년만의 일이었다.
구간은 과천주유소~별양교에 이르는 700m.
시멘트 콘크리트로 된 높이 2.9m, 너비 20m의 복개 구조물을 완전히 걷어내는데 걸린 기간은 무려 1년 가까이 걸렸다.
부분적으로 철거한 뒤 시설물을 꾸미는 공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만큼 철거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도심한복판에서 이뤄지는 공사인 관계로 최대한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구조물을 일일이 뜯어내는 압쇄공법이 동원됐다.
철거된 구조물은 무려 4만t으로 8r 트럭 5천대 분량에 달했다.
바닥을 드러낸 하천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오랜 기간 공기와 빛이 통하지 않아 녹색식물이 살지 못하고 하상 퇴적물이 쌓여 시꺼멓게 변해 있었으며 악취 또한 대단했다. 인간의 무지와 편의함으로 빚어진 자연 훼손 현장이 생생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일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복원을 강행한 여인국 시장의 판단이 옳았다고 판명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거듭 태어나는 양재천 하폭은 기존보다 8m 가량 늘어난다. 또 산책로를 겸한 자전거도로도 만들어 지난해 완공한 부림1교와 연결, 별양동 일대 주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한강까지 내쳐 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보다는 도심 한복판을 가로 질러 흐르는 친수공간이 있고 그 물속에 노니는 물고기를 볼 수 있는 등 자연이 숨쉬는 공간과 함께 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민들은 포만감에 젖어있다.
/과천=김진수기자 kjs@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