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12시에 경기도 문화부 기자들을 모아 이번 달 말에 열리는 실학축전과 평화축전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니, 꼭 참석해 취재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간 이들 축제를 홍보하면서 부족함을 느껴왔기에 올해는 더욱 알차게 기획기사를 준비할 각오를 다졌던 기자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실학축전이라면 경기문화재단이 반계 유형원과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등 위대한 실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경기도의 사상적 정체성을 찾고, 이를 지역 문화의 근간으로 정립하기 위해 올해 세 번째 개최하는 도 문화계 대표 행사다.
평화축전 또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대전제 하에 야심차게 진행, 세계적으로 새로운 평가를 받았던 축제였다.
이 행사들이 본래의 순수한 목적과는 달리 관객 동원면에서 미흡함을 보이면서 여기저기로부터 전시성 예산 낭비 행사라는 질타를 받긴 했다. 분명한 사실은 실학축전과 평화축전이 일부의 질타에도 불구, 경기도를 대표하는 문화·학술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 예술인 등 도 문화계 인사들은 물론 도민들도 조바심으로 올해에는 이들 두 행사가 어떠한 면모를 갖추게 될 지 관심을 집중했다. 얼마나 발전된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실학과 평화라는 큰 화두를 어떻게 녹여 낼 것인지 기대반 우려반으로 기다려왔다.
그러나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며칠 뒤 다시 걸려온 경기문화재단 관계자의 목소리는 풀이 죽어있었다.
“류 기자님 죄송한데요, 기자 간담회 일정이 바뀌었습니다. 김문수 도지사가 직접 브리핑을 한답니다. 시간은 12시에서 10시30분으로 변경했고요. 장소는 도청 브리핑실입니다.”
상대방의 풀 없는 목소리가 나에게도 전해진 것일까, 기자도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일정이 바뀌어 취재 스케줄이 뒤엉킨 까닭은 분명 아닌데 어딘 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김 지사가 ‘친히’ 이들 축제에 대해 브리핑함으로써 느끼게 될 문화계 인사들의 자괴감과 소외감이 먼저 떠올라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김 도지사가 이들 행사에 대한 간담회를 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매년 도 산하단체가 주최하고 축제 감독과 실무진들이 직접 해오던 설명회를 올해는 왜 뜬금없이 도지사가 챙기고 나섰을까. 오만 가지 번잡한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 중에 하나의 생각이 나의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도는 것은 비단 나 하나 만의 문제가 아닌 듯 했다. 문화계 산하단체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도지사의 처사가 마냥 애처롭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