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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없는 사람들의 나라 걱정

이 민 상 협성대 유통경영학과 교수

 

추수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이웃들이 생각난다.
어느날 오랜만에 후배를 만났다. 그는 진로 문제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약속한 장소에 나가니 후배는 먼저 나와 있었고, 함께 만날 사람은 좀 늦는다는 전화가 왔다.
평소보다 검게 그을린 후배를 보면서 내심 “어떻게 지냈니”라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여름내내 인력소개소에 나가 일당잡부로 일했어요.”
무언가 갑자기 나의 온몸을 감싸는 차가운 냉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는 순간에도 후배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선배님! 세상에는 아침 먹으면 점심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이 사회의 고통과 절망을 함께 하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부자도 아닌 것 같아요!”
“그곳에서 함께 일하시는 분들은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지만, 무엇보다 이 사회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면서 후배가 일하는 작업현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하루는 인력소개소에 5시 반에 나가 기다리다가 5명과 아파트 건축현장에 나갔다 한다. 맡은 일은 자재정리라고 했다. 일을 하다가 점심때쯤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작업반장은 점심 먹고 들어와 사인받고 들어가라고 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사인을 받으러 가니 하루 반인 0.5로 해주는 것이 아니라 0.3으로 해준다고 해서 언성이 높은 언쟁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0.5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5명은 오늘 번 돈을 ‘잡부의 순정’이라는 이름으로 지역방송국에 비 피해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성금하자고 했다고 한다.
이야기 도중에 함께 만날 사람이 들어와 더 이상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3명이 모여 진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집에 돌아와 지난 7월 서울 N고시텔에 있었던 일이 떠 올라 더 가슴이 메어왔다.
N고시텔에는 비로 공사현장이 줄어 낮에 방에서 잠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고 당일 비가 내리지 않아 화를 면했다는 소식을 접했던 탓이라 후배의 이야기는 N고시텔의 모습과 겹쳐져 나를 잠못 이루게 했다.
올 여름에는 특히나 비가 많이 왔던 것 같다. 그로 인해 피해 입은 수재민들이 생각났다.
올 여름 수해당시 집이 없어진 곳에서 망연자실 넋을 놓고 있던 창백했던 우리 어머니의 눈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만들었고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던 수해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첨단 과학과 문명이 공존하는 현 시대의 수재라고 생각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올여름 우리의 많은 이웃들을 괴롭혔던 장마는 가을의 맑은 날씨에 잊혀지고 있다.
또한 추석이 다가오면서 수재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복구는 마무리됐는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필자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한때 IMF가 닥쳤을 때 기업에서의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살생부가 나돌았던 그때의 분위기가 수재민 현장의 분위기와 같을 것이다.
그때의 분위기와 기분을 함께 느끼고, 나누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자!
정부는 이제 비 피해 우리들 기억속에 잊혀지고 있는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취약한 기반시설을 조기 복구해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한다.
그러할 때 시름에 젖어 있는 수재민을 위해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이야기를 정부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을 맞아 기억속에 잊혀져가는 어려운 우리 이웃들을 위해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이들이 입은 상처를 치료해 주어야 한다.
그 치료약에는 무엇보다 우리의 따스한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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