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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수용 상생 정치 펼쳐라

정조대왕은 뒤주에서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1789년 양주 배봉산(현 서울시립대 뒷산)에서 수원 인근의 화산으로 옮기고 현륭원이라 이름 했다. 그리고 해마다 1월이나 2월 신하들과 함께 참배 행차를 했다. 오죽하면 수원·화성 지역에 “모처럼 능참봉 한자리 얻었더니 임금님 행차가 한달에 스물 아홉번”이란 푸념 섞인 말이 아직도 전해 내려올 것인가.
정조의 1796년(을묘년) 원행을 다룬 소설 ‘원행’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작가 오세영씨는 ‘베니스의 개성상인’ ‘소설 자산어보’ 등을 펴낸 밀리언셀러 작가이자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역사학도이기도 하다.
최근 역사학자들은 정조의 화성축성과 잦은 수원 행차를 단순한 효심의 발로라고 보지 않는다. 임금을 능가하는 정치적 권력을 바탕으로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게 한 노론벽파들의 본거지인 한양 보다 수원을 배경으로 강력한 왕권정치를 펼치겠다는 뜻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세영씨의 역사추리소설 ‘원행’은 바로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 작품에는 정조대왕과 정약용, 조심태, 김종수, 심환지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실명으로 등장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설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읽노라면 그 시대의 정치가 오늘날의 정치와 닮아 있어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밖에 없다.
‘초조감을 느낀 것일까? 지금 주상은 너무 벽파를 적으로 내몰고 있다. (정)약용은 그게 걱정이었다. 융화를 도모해야 한다.’ ‘가진 자들은 순순히 재물을 내놓으려하지 않았다...사대부들이 합심해서 가로막고 나서면 아무리 국왕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이 나라의 법도며 전통이었다.’ ‘약용이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른바 귀근(貴近)이라고 부르는 자들이었다. 정동준이 이끄는 귀근들은 주상의 사사로운 측근인데 무슨 일만 생길 때마다 벌떼 같이 일어나 주상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들 덕분에 개혁을 힘있게 추진한 것은 사실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개혁세력과 수구세력 간의 첨예한 대립을 보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작가는 역사를 발전시킨 선인들의 여유와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갈등을 품에 안고 상생으로 가는 길은 없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정치인들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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