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운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의 갑작스런 업무 거부와 사의 표명은 표면상의 이유를 ‘건강문제’로 돌리고 있지만 그 건강이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을 포함한다고 볼 때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선 충돌에서 비롯한 정신적 피로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직 내부에서 “진보성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조 위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불거진 국가인권위원회의 갈등 구조 그 자체가 이제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1년 11월에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의 규정대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구현,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을 존립의 목표로 삼고 출발한 국가기관이면서도 그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시민운동 출신으로 채워짐으로써 시민운동단체의 성격을 띤, 다시 말하면 보수의 틀에 진보의 내용을 담은 용기(容器)로 작용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동안 권위주의적 정부가 존재하는 동안 침해됐던 인권 실태에 관해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을 하고 국가 기관이 유린했던 인권의 현장을 고발하고 시정책을 강구해온 업적은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일부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곱지 않은 눈길로 보고 심지어는 그 구성원 중에 좌익 인사들이 끼어 있다고 우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것은 수구세력의 과민한 반응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진보적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부의 소수 신중론을 몰아붙이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정했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남의 나라 인권문제에까지 의견을 표명해오면서도, 유독 동족인 북한 인민의 인권문제에는 철저히 침묵함으로써 유엔의 주요 구성국은 물론 자유세계의 뜻있는 국민들로부터 받아온 의혹의 눈초리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깨닫기 바란다.
만일 이 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민을 학대하는 주인공에 대해 계속 입을 봉한다면 국경 없는 인권에 차별성을 인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뿐 아니라 스스로 존립 목표를 훼손하고 말 것이다.
모든 국가기관은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당면 과제는 인권이다.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인 개념일 뿐 적대적 길항관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영황 위원장의 임기 중 사퇴를 불러온 원인을 숙고하고 사고와 행동에 균형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