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생일인 개천절에 발표된 북한의 핵시험 선언은 풍성해야만 하는 한가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이 선언으로 고향을 찾아 조상님들께 인사드리는 남쪽 4천500만 겨레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말았다. 최악으로 가고 있는 북한으로 인해 전세계는 다시한번 술렁이고 말았다. 당장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되었고 연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의 강력 비난 발언이 이어졌다. 북한의 전통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우려도 지난 미사일 발사 때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과연 북한이 전세계를 상대로 마치 자폭선언이라도 하듯 핵시험을 공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언의 내용을 잘 보면 그 답이 보이는 듯도 하다. 우선 북한은 절묘할 정도로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을 선택해 선언을 하고 있다. 작년 핵보유를 선언한 날은 2월 10일로 설날의 마지막 연휴였다. 금년 7월 5일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다. 이번에는 개천절이고 추석연휴의 시작이었다. 미국과 남한 사회가 자신들을 주목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이 읽힌다.
한편 이번 선언은 의문스럽게도 흔히 사용하는 핵실험이 아닌 핵시험이라고 했다. 실험과 달리 시험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진 테스트를 말한다. 현재의 북한 기술 수준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아직은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 아니라는 것인지 모호하다. 북한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북미간의 직접대화이다. 북미간 양자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핵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핵전쟁 위협과 제재압력 책동’으로 북한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를 고립압살’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위적 전쟁억제력 강화’차원에서 핵시험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리고 그 주체는 군이 아닌 ‘과학연구부문’에서, 시기는 당장이 아닌 ‘앞으로’, 방법은 ‘안정성이 철저히 담보된’ 상태에서 핵시험을 하는 것이고 ‘핵이전은 철저히 불허할 것’임을 밝혔다. 국제적 비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방어벽을 세운 듯하지만 읽기에 따라서는 ‘그러니까 빨리 말려달라’고 해석된다. 어찌보면 공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넘긴 듯한 모습이다.
북한의 핵시험은 연쇄적으로 시급한 문제들을 야기하게 되어 있다. 동북아 안보 불안으로 인한 군사력 강화 경쟁 등 잠재되었던 군국주의 부할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핵의 직접적 피해 당사국인 우리의 대응은 더욱 절박해 지고 있다. 마침 북한은 성명에서 자신들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가 청산된 ‘비핵화’라고 천명했다. 아직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외교의 최선은 최악을 예방하는 데 있다. 북한을 낭떠러지로 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님을 우리나 국제사회는 알아야 한다. 쥐를 쫓는 고양이도 구멍 하나는 남겨 놓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