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하려는지 날이 흐리고 바람이 힘없이 불기 시작하는 6월의 이른 아침이었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어제 이루어졌던 알뜰시장의 수익금에 만족해하며 누구를 도울 것인지 의논하고 있을 때였다. 교무실의 작은 문이 열리면서 조금은 무거워 보이는 벙어리저금통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3학년 신희서라는 아이가 들어왔다. “선생님 이거요 불쌍한 사람 도와주세요.” 알뜰시장의 모든 수익금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기로 한 것을 기억했나 보다. 평소에도 먹을 것이 있으면 다른 친구들과 항상 나누어 먹으며, 선생님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으면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 학습활동을 준비하고 이끌어 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다. 저금통을 열어 계산했더니 4만3천580원이나 되었다. 알뜰시장 수익금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였다. 더욱이 이 돈은 크리스마스 때 파티를 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부모님이 주신 용돈과, 책 1권 읽을 때마다 100원씩을 주시며 책읽기를 권장하시는 담임선생님의 포상으로 모아진 돈이었다. 시골 아이들에게 시장 경험을 시켜주기 위한 생각으로 시작한 알뜰시장이었는데 한 아이의 깊고 넓은 따뜻한 마음에 우리 모두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학구에 있는 노인시설에 수익금을 보내자는 쪽으로 의논하던 우리들은 희서의 따뜻한 마음을 더 뜻 깊게 쓰여 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우연히 교육신문에서 혈액암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청주오창초교 3학년 김 새미양의 글을 읽게 됐다. 유치원을 포함한 76명의 석포분교 아이들의 작은 정성으로 모아진 알뜰시장의 수익금과 희서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진 돈 모두를 새미친구에게 보내기로 했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몸이 아픈 친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더욱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