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통적으로 ‘여백’(餘白)을 중히 여겼다. 생활 속에서 즐기면서 여백과 함께 살아왔다. 마루는 대표적 예다.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공간이었다. 큰방, 건넛방, 부엌방, 이웃까지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우리의 생활 곳곳에는 이처럼 항상 여백의 미가 함께 숨을 쉬고 있다.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지녔다.
여백은 예술작품에서도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는다. 공자는 그림에 관해 ‘회사후소’(繪事後素)라고 했다. 그림 그리는 것은 겉에 드러난 모습보다는 안에 감추어진 본질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여백의 가치는 넓고 깊다. 작품에 숨을 불어넣고 호흡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여백이다.
여백은 한편으로 일상의 ‘여유’(餘裕)와 비유할 수 있다. ‘여백의 미학’과 상통한다. 여유의 사전적 의미를 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유는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해 남음이 있는 상태며,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만을 넘어서는 정신적인 여유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래저래 ‘여백’과 ‘여유’는 닮은꼴이다.
박수 받을 ‘현장행정’
김문수 도지사가 이끄는 ‘민선4기 경기호’가 출범한 지 갓 100일이 지났다. 전국 최대 자치단체의 살림을 책임 진 김 지사로서는 응당 숨가빴을터다.
수도권 규제 문제 등 각종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취임과 동시에 몰아닥친 물난리는 활로를 모색하던 김 지사의 어깨를 짓눌렀다.
김 지사를 보려면 현장에 가야한다는 얘기까지 나돌았으니 지사의 일정이 얼마나 바빴을 지는 가히 짐작할만 하다.
그러면서도 외연확대를 위한 정치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도내 국회의원은 물론, 중앙정부 관계자들과도 수시로 접촉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을 만나 도내 현안 해결에 주력했다.
거침없는 행보 가운데서도 행정 현안에 대한 사안사안을 지나치지 않고 일일이 챙기는 세밀함 때문에 지사의 첫걸음은 더욱 돋보였다.
이러기를 100일.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공직사회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직접 발로 뛰는 현장행정 시스템을 확립, 탁상행정의 우려를 씻어내는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소한 일까지 너무 챙기는 것 아니냐”는 반발 심리가 공직사회 일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관심’이 지나쳐 ‘간섭’에 가깝다는 얘기다. 공직사회의 창의성이나 자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지사의 꼼꼼한 업무스타일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이 일해야 한다는 충고다. 다양한 문제에 대한 최선의 선택을 위해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언적 성격의 불만인 것이다.
그래서 ‘여유’를 갖기를 권한다. 도지사는 이름그대로 경기도의 수장이다. 주요 현안에 대한 마지막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힘들고 외로운 자리일수록 여유는 필요하다.
사소한 일은 맡겨라…
김 지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독’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취임 100일을 맞이하면서 민선4기 경기도정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담은 ‘경기 2010 비전과 전략’을 완성했다.
김 지사로서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또다시 고독과 싸우며 수없이 많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직 결단을 미룬 주요현안이 쌓여있다. ‘한류우드’ 조성사업, ‘대수도론’ 등은 앞으로 장기간 고혈을 짜는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이럴때일수록 자신만의 ‘여유’를 갖는 것은 더욱 필요하다. 최상의 결정을 내리기 위한 방편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많은 실적보다 옳은 결정 하나가 도민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유있는 도지사의 모습은 그 자체로 도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위안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