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본질 왜곡
점수·입시지상주의
교육정책 바뀌어야
학교교육 제자리
어렸을 때 주고받았던 질문이 하나 있다. ‘살기 위해서 먹나, 먹기 위해서 사나?’ 그 때는 너무도 당연하게 살기 위해서 먹는다고 답했다.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하면 짐승이나 식충이처럼 생각되었고, 어른들이 그렇다고 하면 설마하니 농담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차츰 나이가 들면서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점점 아리송해져갔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아귀다툼하는 대부분의 시간들이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서인가 반문할 때, 결국은 먹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이와 함께 이상은 엷어지고 대신 어쩔 수 없는 현실과 탐욕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아닌가 싶다.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고 또 그 속성이 어떤가를 알아가면서 나는 또 하나의 어쩔 수 없는 본말전도 현상을 보고 있다.
그 질문은 이러하다. ‘공부하기 위해서 시험 보나, 시험 보기 위해서 공부하나?’ 아마도 앞에서와는 달리, 이 질문에 대해서는 시험보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다. 지금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러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또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그릇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무언가를 알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공부를 하다보면 알았다가도 잊을 수 있고 또 꼭 알아야 하는 것인데도 빼먹고 지나칠 수도 있다. 시험은 바로 이런 빈 곳을 찾아 메우기 위한 수단이다.
공부를 다 하고 나면 전체적으로 얼마나 잘 배웠는가(또는 잘 가르쳤는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시험도 있다. 어느 평가든, 그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좀 더 완벽한 공부를 하도록 돕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 결과가 사람됨의 우열을 매기거나 입학 자격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물론 유한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유능한 사람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 운영상 불가피한 일이고, 시험 결과가 유능 여부를 판단하는 데 비교적 효율적인 기준일 수 있음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과정에 대한 고려 없이 시험 결과만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습속을 낳게 되면서 곧바로 시험은 공부를 더 잘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부의 목적이 되어버렸다. 이제 학생이 참으로 무엇을 얼마나 아는가는 관심이 없고, 그 학생이 각종 시험에서 받은 점수나 서열만이 관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일찍이 일리치는 이러한 사회는 사람을 노예화할 뿐이라고 비난하고 ‘학교 없는 사회’(deschooling society)를 만들자고 역설한 바 있다.
대입 논술시험이 또 한 번 수험생과 사교육 시장을 흔들고 있다. 입시정책이 학교 교육을 꼬이게 만든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도대체 교육의 기본 원리조차 망각한 정책이 왜 이렇게도 질기게 반복되어야 하는지 서글픔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논술을 배우는가? 아니, 최소한의 사고력 신장을 위한 교육이라도 받고 있는가? 배우지 않은 것을 어찌 시험보라고 하는가? 그러니 사교육 관계자들이 교육부에 로비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없을 수 없다. 물론 당국이 논술시험을 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력하게 억제하기조차 하였다. 하지만 그간의 입시정책 변화는 대학의 논술시험을 강화하도록 유도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수하게 교육적으로만 보면 논술을 통하여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할 수만 있다면 찍기 중심의 현행 평가 방식은 가급적 빨리 없애거나 축소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수업방식이다. 논술 시험의 비중을 키우기 전에 현행 교육과정과 교과서, 수업과 평가방식을 사고력 교육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일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그 효능이 의심스러운 수능시험의 개편이나 폐지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되었다. 한마디로 기존의 교육체제에 대한 전면적 재편 시도가 긴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