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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로부터의 ‘해방’

고도성장의 빛과 그림자
시장이라는 이름의 독재
성장신화에 중독된 현실

남산에서 수염 뽑히고, 서빙고에서 거꾸로 매달리며, 남영동에서 물고문당하다가 죽어간 원혼들은 김재규의 손가락을 빌려 독재자를 역사에 묻었지만, 그가 이룩한 눈부신 경제성장의 달콤함까지 무덤 속에 가두지는 못했다.
그리하여 평생 흰쌀밥에 고깃국 한번 먹는 게 소원이라던 이야기나 보리고개라는 말이 아득한 옛 일로 되었다. 그러나 한편 자살률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물가도 빛나는 고도성장만큼 고도성장을 거듭하여 세계2위란다. 이제는 이렇게 달콤한 세월이라고 원혼들을 위로하기엔 빛과 더불어 어둠도 너무나 극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옛날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관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수출드라이브 정책, 새마을 운동 등은 기득권층이 아닌 힘들고 가난한 자들에게 너무도 많은 피와 눈물을 요구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기반으로 한 수출 진흥 정책은 오죽하면 자기 몸에 스스로 불을 지르는 분신으로 이어졌겠는가.
새마을 운동도 그렇다. 우리 몸엔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이 최고라는데, 시골에 가 보면 우리 기후와 풍토에 맞게 대대로 살아온 초가집은 사라지고 국적 없는 시멘트 새마을이 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농촌에 아이들 소리 끊긴지 오래고, 60 넘은 노인이 젊은이 취급받는 희망이 끊긴 곳이 되어 버린 게 새마을 운동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관치를 넘어서, 아니 관치와 시장을 버무려 관치시장이란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 내고 있다. 모름지기 시장이란 무엇인가?
아담 스미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손에 의해 예정 조화가 실현되는 장이라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그렇게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다. 정보와 자본으로 무장한 초국적 투기자본이 국경조차 초월하여 전 세계를 독점적으로 지배하며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우리는 IMF라는 값 비싼 대가를 치루고 학습하였다.
이런 우리에게 시장이 정의 실현의 장이라는 달콤한 환상을 불어넣고 관치시장을 선전하지만, 우린 그리 녹녹치 않다. 무한히 자유로운 시장에서 실력으로 경쟁함으로써 우량종을 가려내도록 내버려두고 국가는 개인 보호의 야경꾼만을 자처할 때 남는 것은 전 국민 한 줄 세우기라는 무한경쟁과 배타적 차별화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차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을 기초로 한 사회야말로 무한한 창조가 가능한 건강한 사회다. 한 줄 서기가 아닌 앞 선 자와 뒤 선 자 모두, 그들 스스로의 가치와 존엄성을 회복할 기회의 장이 마련될 때야말로 몇몇만의‘선진조국‘이 아니라 모두의 ’선진조국‘이 될 수 있다.
지난 세기에 우리는 익히 보아오지 않았는가. 상품이 물신화되는 세상에서는 이윤 추구가 최고의 목적이 되므로 생산은 무정부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공황과 전쟁은 불가피하며, 그것도 부등가 교환이 일상적으로 실현되는 시장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을.
이제 신자유주의로 포장된 초국적 자본시장에서 등가 교환과 정의 실현이라는 등의 잠꼬대는 그만 두고, 부등가 교환이 실현되는 객관적 장소라는 정의에 우리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시장이란 허상을 내세워‘지금이 성공한 자에게 부담을 주는 체제’운운하며 불평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독재를 되살리려는 헛된 시도는 곧 탄로 나고 말 것이며, 그들의 충정이 도리어 그를 욕보여 급기야는 부관참시로 몰고 가고야 말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바깥으로 뻗어만 가던 원심력에 진보진영의 반대는 구심력으로 힘찬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비를 미워하며 아비를 닮듯이 성장 신화에 중독되어 그 동력이 상실되었다. 박정희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자들이여. 지금이 그때보다 못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직시하라.
구천을 떠도는 중음신을 편히 보내드리는 것도 박정희의 부관참시를 면하게 하는 것도 모두 우리들이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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