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 닿을 듯 장대한 나무들이다.
키가 600m이고 둘레가 30m나 되는 거대한 나무들이다.
오랜 세월 때문일까.
흙을 닮아서일까. 온통 붉은 색이다. 붉은 나무이다.
마치 땅으로부터 붉은 띠가 하늘까지 감아 올려진 것만 같다.
나무숲을 걷는 것이 아니라 붉은 띠로 드리워진 하늘 길을 걷는 것 같다.
숲길을 걸으면서도 붉은 띠를 타고 하늘 길을 걷는 듯하다.
나무를 타고 오르면 정말 하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무를 바라본다. 나무를 만진다.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움푹 패여 있다.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다.
참으로 오랜 세월 살아 온 나무들이다.
내 앞에 서 있는 나무들만 해도 대부분 2,000살이 넘었다. 그 중 몇몇은 2,700살이나 되었다.
2,000년을 넘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수 천 년을 살아오는 삶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수 천 년의 세월을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생명이 수 천 년의 삶을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수 천 년을 살아오며 미처 다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가슴에 켜켜이 쌓여 있으리라는 것이다.
백 년도 안 되는 삶으로도 가슴에 남은 못 다한 이야기들이 많으니 말이다. 깊은 회한에 젖어들 때가 많으니 말이다.
나무의 여기저기에 움푹 파여 있는 구멍들은 모두 수많은 세월을 보내며 겪어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쩔 수 없이 흘려야 했던 수많은 눈물들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잃어 버렸던 제 사랑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제 사랑을 떠나보내고 흘려야 했던 눈물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 삶에 대한 가슴 시린 회한들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그 그리움과 회한과 눈물들이 세월의 흔적을 따라 흐르고 흐르다 고인 것은 아닐까.
지나 온 날들 동안 겪었던 절절한 아픔들이 그대로 남아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렇게 붉은가 보다. 그래서 그렇게 붉어졌나 보다.
나무를 어루만진다. 나무는 말이 없다. 기대어 앉는다. 아무런 말이 없다. 온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그래도 아무런 말이 없다.
늘 들려오던 나무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길고 깊었던 세월이 나무에게서 말을 빼앗은 것일까.
오래고 오랜 세월 깊어진 아픔으로 제 말을 잃은 것일까.
아니 어쩌면 깊은 세월만큼이나 마음이 깊어져 말의 의미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제 스스로 말을 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어쩌면 나무는 말하고 있는 것을 나만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숲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들은 듣는 것을 나만 듣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분다.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지난다. 깊은 소리가 난다.
‘위잉~’
‘위이잉~’
깊은 울림이 있다.
하늘에 까지 뻗은 깊은 숲 때문이다.
나무가 지나온 세월의 깊이 때문이다. 숲이 깊고 깊기 때문이다.
그 깊고 깊은 나무숲을 바람이 지난다.
바람을 따라 나도 지난다. 깊고 깊은 나무숲을 홀로 지난다.
‘위잉~ 위이잉~’ 소리를 내며 지나는 바람을 타고 나무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수 천 년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한순간을 살아도 사랑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에요.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매 순간 제 마음이 원하는 것을 느끼며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에요.
숲을 위해 제 삶을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제 삶을 행복하게 할 때에만 숲도 행복해지는 거지요.
내 말이 들려요? 내 말을 들으셨어요? 이제 아시겠지요?
그러니 누구를 위해 살지 말고 당신 자신의 삶을 살아가세요.
마음 길 따라 당신의 삶을 살아가세요.
지나 온 나무숲을 돌아본다.
나무 숲 가에 사슴 한 마리 서 있다.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슬픈 듯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