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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무조건 써라’ 행정의 문제점

조 창 연 <강남대교수 / 객원논설위원>

멀쩡한 ‘낭비공사’ 다반사
예산집행 지자체 이양을
실정에 맞게 탄력지급해야

정부는 2020년까지 약 35조원을 투입하여 5만 1천664Km에 달하는 하수관을 정비한다고 한다. 환경부가 2002년부터 발주한 하수관정비사업 규모는 2002년 한강수계 하수관 정비1단계 시범사업에 6천500억원, 2005년엔 9개 다목적댐 상류지역 하수관 및 처리장 정비사업과 하수관 정비 임대형 민자사업(BTL)에 각각 1조3천504억원과 1조527억원, 그리고 2006년에는 한강수계 하수관 정비2단계 시범사업과 하수관 정비 임대형 민자사업(BTL)에 각각 5천280억원과 2조3070억원 등 2020년까지 약 35조원을 들여 하수관 정비사업을 실시한다고 한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실시한 하수관 정비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환경부가 제시한 하수관 정비 준공기준인 I-I(Information침입수-Inflow유입수) 분석이 공사의 부실 여부를 가릴 수 없는 ‘엉터리 지표’라고 한다. 즉 환경부는 하수관으로 유입되는 빗물과 지하수의 양이 하수관을 흐르는 하수량의 최대 20%를 넘지 못하도록 준공기준을 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하수량이 날씨와 시간, 그리고 계절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유입수의 양을 측정해야 하는지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가평군과 양평군은 준공검사도 받지 못한 채 하수관과 하수처리장을 운영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하수관 정비사업의 ‘준공기준’의 타당성 문제만큼이나 더 큰 문제는 도농통합지역의 시와 군 단위에서 추진된 하수관 정비사업이다. 즉 필자는 2004년도 어느 날 포크레인이 시골 동네 길을 따라 땅을 파고 있는 것을 보고,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니 하수관을 묻기 위해서 땅을 파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담당자에게 도시계획도 되어 있지 않고 상수도 시설도 안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오폐수도 지정된 하수관을 통해서 버리기 보다는 집 앞에 있는 논과 밭으로 버리는 지역에서 많은 세금을 들여 하수관을 묻는 공사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였다. 그 담당자는 사업 년도와 예산용도가 지정된 국비사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다시 그 예산 용도를 변경하거나 국고에 반납해야한다고 했더니 그것은 곤란하다는 답변이었다.
그러면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먼저 중앙정부의 획일적이고 오만한 정책결정에 있다. 즉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특히 도농통합지역의 환경을 정확하게 조사하지도 않은 채 평준화 된 조사보고서에 근거하여 획일적으로 국비를 배정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다음으로는 용도가 지정된 국비지원의 문제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특정 사업에 대해서 용도가 지정된 국비를 지원해 줄 경우 지역실정이 어떻든 간에 그 국비지원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부가 각 지방정부에 하수관 정비사업에 따른 국비를 지원해준다는데 거절할 지방정부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용도를 제한해야 할 예산이라면 너무 구체적으로 용도를 지정하기 보다는 ‘맑은 물 사업’ 등과 같이 용도를 포괄적으로 지정한다면, 지역실정에 맞게끔 국비를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방정부라고 해도 도시 중심의 지방정부와 도농통합 형태인 지방정부의 실정은 다르다. 즉 도시화된 지방정부의 경우 하수관 정비사업이 시급하고 또 맑은 물을 위해서 중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반대로 도농통합지역의 경우, 특히 농업이 중심인 지역의 경우 상하수도 사업보다는 농수로 정비사업과 도로확충사업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용도가 지극히 제한된 국고보조금 지급 방식보다는 영국처럼 포괄적인 국고보조금 지급방식으로 전환, 국고보조금 집행의 자율성과 자치재정권을 확충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이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불신하는 듯한 획일적이고 오만한 정책적 인식을 청산하고 지방의 일은 지방정부에 전적으로 이양하며 포괄적 국비보조금 지원 형식으로 적극 전환하여 지방자치권을 적극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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