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4 (수)

  • 맑음동두천 0.0℃
  • 구름많음강릉 2.6℃
  • 맑음서울 3.3℃
  • 맑음대전 3.5℃
  • 흐림대구 5.9℃
  • 흐림울산 5.3℃
  • 맑음광주 5.8℃
  • 구름많음부산 6.3℃
  • 맑음고창 2.3℃
  • 맑음제주 8.9℃
  • 구름많음강화 2.8℃
  • 맑음보은 1.6℃
  • 구름많음금산 2.7℃
  • 맑음강진군 3.2℃
  • 흐림경주시 5.5℃
  • 흐림거제 5.7℃
기상청 제공

‘지식의 정보’만 가르치는 공교육

이 성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추석 차례 상 물리고 난 후 작은 형님이 불쑥 질문을 한다. 왜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희망이 없었던 아이가 외국 나가서는 능력도 뛰어나고, 학교가 즐겁고,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하느냐. 당신도 조건만 된다면 가족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다음에는 큰 형수님이 질문한다. 요즘 고등학생 자식을 둔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논술지도이다. 아이와 학부모 모두 공황상태이다. 조카는 대학 논술 문제를 보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만족할 만하게 지도를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지방 학원에서 논술지도를 잘 할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조기 유학생이 작년에는 3만 5천명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왜 늘어나는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 연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필자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초·중·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조기 유학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다양성을 이야기 하지만 초·중학교 단계에서도 귀족·서열화된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립초등학교, 국제중, 자율학교를 늘린다고 조기 유학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때 조기 유학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중학교 1~2학년 때 1년 계획을 잡고 외국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적응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중학교때 외국에 나간 아이들은 한국에 들어오기 싫어하고 잘 적응하지도 못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지나치게 어려운 교육내용과 선행학습을 위해서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불만스러워 한다. 스스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지만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 까지 학교에서 학원으로 과외를 시키지 않고서는 불안하다.
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장래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 현재의 모든 욕구를 억누르도록 사회가 강요해서는 안된다. 한국 학생의 하루는 온통 배우는 것으로 짜여 있지만, 정작 배우는 학생은 왜 배워야 하는지, 지금 배우는 내용이 자신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점수와 학급서열 말고는 즐거움이 없다.
어려운 내용을 많이 가르친다고 학생의 능력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발달심리학의 기본전제마저 무시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을 쉽게 해야 한다. 부모가 능력이 있는 학생 만 해외에서 또는 국내의 자율학교, 국제중·고에서 능력을 향상시킬 기회가 부여되어서는 안된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입시중심의 영어 교육에 대해 전면적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
비교적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7년 동안 심층면접 지도를 한 적이 있다. 심층면접 지도에서 처음 지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좋은 것과 싫은 것, 같은 것과 다른 것,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싫은 것과 틀린 것, 다른 것과 틀린 것, 좋은 것과 옳은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지식을 정보로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지, 사고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2H+O=H2O’라는 지식과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지식은 똑같이 정보이상의 의미가 없다. 왜 민주공화국이 헌법 1조 1항이어야 하는지, 공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관심도 없고 몰라도 그만이다. 기호 논리학을 통해 논리적 사고를 발달시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수학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 비중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서울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입시정책 세미나’까지 열었지만 일선교사의 비판은 많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고급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 초·중·고교에서 토론·서술식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서울대와 같은 수준의 논술시험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논술고사 도입 목적이 ‘사고력 함양’에 있지 않고 ‘우수학생 선발’에 있는 한 교육을 입시와 동일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조금도 변화된 것이 없다. 오히려 더 강화된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서울대의 목적과 달리, 학생과 학부모는 바뀐 입시조건을 쫓아가느라 고통스러워하며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을 키울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