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숲을 거닐면 찬란하게 빛나는 슬픔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돌을 깔아 놓은 숲길이 축축하다. 젖어 있다. 나무가 토해낸 물기 때문이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줄기 때문이다. 계곡으로 쏟아지는 폭포 때문이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폭포다. 참으로 장한 모습이다. 한 동안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수량이 제법 많다. 그 모습이 당당하다. 허공으로 난 길을 따라 물줄기가 쏟아진다. 물보라가 인다. 순간적으로 일었다가 흩어지는 물보라 가운데로 무지개가 인다. 마치 물안개에 색감을 뿌려 놓은 듯하다. 순간적으로 피어오른다. 바람이 인다. 바람을 따라 물보라가 흩어진다. 무지개도 흩어진다. 무지개도 바람을 따라 떠나는 모양이다. 그 모습이 참으로 슬프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 간직하지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순간의 아름다움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더욱 슬프다. 그립다. 슬픔 때문에 더욱 깊은 그리움을 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삶에 대한 그리움을 말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때로 그리워하고 때로 슬퍼하며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단풍잎처럼 제 삶을 아름답게 치장하면서 말이다. 이별해야 할 것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면서 말이다.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지난 삶과의 이별 안에 심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자연의 온기를 따라 흘러가면 되는 것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가로 막고 있는 계곡을 의연하게 흐르고 있는 물줄기처럼 말이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면 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가을이 깊어져 나뭇잎에 단풍이 드는 것도, 나뭇잎들이 그렇게 지나 온 제 삶과 이별을 나누는 것도, 허공으로 난 길을 따라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물보라를 만들어내는 것도, 흩어지는 물보라 속에 너무나 아름다운 무지개가 깃드는 것도, 무지개가 순간적으로 흩어지는 것도, 계곡물이 말없이 흐르고만 있는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가을 숲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도 가을 숲의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도 물줄기 곁에 서있는 많은 생명들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계곡 물이 흐르는 것처럼, 가을 숲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제 삶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제 생각으로 바라보지 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세상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바라보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모든 것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제 욕심으로 덕지덕지 때 묻은 마음으로 걷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설혹 욕심으로 더렵혀진 마음으로 가을 숲에 들어섰다고 할지라도 흐르는 물에 마음을 씻어내면 되는 것이다. 물보라 속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무지개처럼 마음을 흔드는 미망들을 흘려보내면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제 생각들을 가을 숲에 씻으면 되는 것이다. 가을 숲에 묻고 오면 되는 것이다. 새로운 봄을 맞을 수 있도록 말이다. 메마르고 갈라진 내 마음에도 새 봄이 오도록 말이다. 세상 욕심에 지치고 찌든 제 영혼에 맑은 물줄기 흘러들 수 있도록 말이다. 세상이 가르친 거짓말들에 속아 제 삶을 삶답게 살지 못한 지난 날들을 흐르는 계곡물에 씻어내고 오면 되는 것이다. 그런 후 세상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제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만이 아니다.
삶도 흐르는 것이다. 제 욕심으로 가두어 놓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삶이란 참으로 흘러야 하는 것이다.
계곡을 따라 걷는다.
바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걷는다.
바람이 분다. 바람을 따라 가을 숲을 걷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