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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베 예술 교류로 평화 위를 걷다

김 강 (문화기획자)

 

상기(remembering)란 내적 성찰이나 회고처럼 평온한 행위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현재라는 시대에 아로새겨진 정신적 외상(外傷)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조각난 과거를 다시 일깨워(re-membering) 구축한다고 하는, 고통을 수반하는 작업이리라.
베트남 젊은 예술가 16인이 10월 17일부터 보름동안 안양의 스톤앤워터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드로잉, 사진, 영상 작품들로 구성된 이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2006년 초반부터 시작된 ‘한+베 평화예술교류 프로젝트 <평화 위를 걷다>’에 참여한 예술가들이다.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역사적 반성과 최근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선정적 카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국인국제결혼의 사회현상에 대한 반성 속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에서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처음 베트남 젊은 예술가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이 프로젝트의 주제에 대해서 그리 신선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베트남과 외국과의 대부분의 교류전시 및 프로젝트가 ‘전쟁’ ‘평화’ ‘역사’ ‘아시아 정체성’ ‘사회주의’ 등의 이름이 붙은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러한 주제로 진행된 과거의 전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베트남 공산당 산하의 미술협회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베트남에 하나밖에 없는 미술협회는 외부에서 전시되는 작품을 공식(?)적으로 검토(?), 검열(?)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작가 선정이라는 행위는 일정정도 필터링의 기능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정부와 밀접히 관계된 미술협회에서의 선정이란 정부가 ‘예술’을 통해 외국에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변하는 ‘문화선전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베트남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배경은 비단 사회주의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국가를 대표한다는 이름으로 많은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국가’를 ‘선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행사의 ‘권위’를 확보해 가는 과정을 취하기 보다는 ‘표현’이라는 예술의 본성으로 서로 만나 그 속에서 ‘생성될’ 무언가를 기대해 보고자 하였다. 베트남 정부, 혹은 협회의 시선으로 그들의 역사를 상징화한 작품을 만나기 보다는 지금! 현재!를 고민하는 베트남의 작가들을 만나, 아무런 외부적 필터링없이 그들 내부에 존재하는 역사,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역사를 함께 ‘상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베트남에서 미술협회를 통하지 않고 예술가들을 만나기 위해서,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사적인 관계망을 통할 수밖에 없었다. 한명 한명씩 소개받아,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은 언어소통의 어려움을 뛰어넘어 그야말로 ‘가슴’으로 만나 ‘가슴’으로 대화하는 과정이었다.
그 대화와 워크샵을 통해 작품을 생산한 예술가들이 으로 한국에 왔다. , 신짜오 (Xin Chao)는 ‘안녕’이라는 베트남 말이다. ‘안녕, 내사랑’ 이라 번역될 수 있는 이 전시명은 과거를 통해온 ‘달링’들(한국,미국)에게 현재의 달링(베트남)이 건네는 인사를 상징화한 것이다. 달링이 단지 역설적인 의미로만 들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re-membering 해야 하는 지는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겨 두겠다. 그러나, 지금도 ‘달링’의 얼굴로, ‘평화’의 이름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역설적인 ‘달링’들이 세계 도처에 널려있다.
프로젝트 진행과정과 전시를 알려가는 과정 중에서 만난 한국인들이 베트남 작가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역사와 현재의 오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나마 진심으로 베트남 인들에게 사죄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서 미래까지 이어질 수 있는 ‘달링’의 관계적 모습이 조금은 보이는 듯 싶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난 과거에 대한 사죄, 양국작가들을 소개하는 것만을 기대하고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양국의 공통된 역사적 경험위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외부를 향해 어떠한 이야기들을 건넬 수 있을까에 대한 모색의 지점을 찾아보는 과정의 공유로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을 만나는 일은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 있는 우리의 역사를 만나는 일이고, 그를 통해 현재를 상기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일이다. 평화 위를 걷는 예술적 실천의 행보는 더 많이, 더 자주, 어느 곳에서나 계속적으로 시작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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