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속되어 있는 시민단체에서도 가을 축제속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이름하여 ‘숲속 음악회’.
행사 홍보는 홈페이지를 통한 공지와 야외에 부착한 두 개의 플래카드가 전부였다. 빳빳하고 반들반들하게 폼 나는 행사 팜플렛 대신 A4 용지 앞 뒤로 두 쪽에다 행사의 취지와 내용을 담았다. 사회는 유명 MC가 아니라 본 단체의 말솜씨 좋은 운영위원이 맡았다. 출연자들은 운영진이 직접 발로 뛰면서 섭외한, 우리 지역 사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연주자, 성악가, 합창단원들이었다. 훌륭한 연주 솜씨의 출연자들에게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건 소정의 저녁식사비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들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동참해 주었다.
‘숲속 음악회’는 그 어느 성대한 음악회 못지않게 감동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고 감히 자부한다. 행사를 크게 홍보하지도 않았고, 날짜도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인 10월 8일 일요일 오후였지만 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그들은 시종일관 ‘숲속 음악회’에 환호와 공감의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작지만 크고 특별한 음악회였다.
작지만 크고 특별했던 음악회가 열린 곳은 바로 용인시 수지구의 광교산 토월약수터 숲속. 이곳은 다양하고 우량한 생명체들의 서식 공간이며, 주말이면 수천 명의 등산객들이 광교산을 오르기 위해 거쳐 가는 길목이고, 주민들이 모여 체조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자연병원이며, 주민들에게 평상시에는 생수를 비상시에는 식수를 제공해 주는 젖줄이다. 특히나 음악회가 열린 숲속은 30년 이상 된 키다리 소나무들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천혜의 무대요, 만남의 자리다.
그러나 이곳이 수지구 주민들에게 더욱 애틋하고 각별한 사랑을 받는 건, 광교산 녹지 보존을 향한 10년간의 투쟁의 역사가 담겨 있으며 지금도 싸움이 진행 중에 있는 곳이어서다. 이곳을 지켜내려는 주민들의 그간의 노력은 참으로 눈물겨운 것이었다. 6천명이 넘는 주민 서명부만 관계기관에 두 차례에 걸쳐 제출되었고, 광교산살리기주민걷기대회, 광교산살리기등반대회,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 광교산땅한평사기운동본부 결성, 토월약수터살리기궐기대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노력들이 더해졌다.
출연료 ‘저녁 식사’가 전부
이곳의 가치는, 임상이 양호하여 보존해야 한다는 산림청 의견에 따라 지난 1996년 택지개발지구에서 제척된 것에서도 이미 입증되었으며, 1997년 서울대학교 임업과학연구소의 보고서에서도, 2004년 한강유역환경청 사전환경성검토에서도 보존 가치를 명시한 바 있다. 그러나 1999년에 통과된 용인시 도시계획시설결정에 따라 이곳에 수백 세대의 유료노인복지시설, 이른바 실버타운이 들어설 처지에 놓인 것이다. 현재는 광교산살리기대책위가 나서서 도시계획시설결정무효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등산객 환호·박수로 보답
이날 음악회를 후원하기 위해 특별한 분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바로 ‘성복동녹지보존위원회’의 임병준 전회장이 그 주인공. 성복동녹지보존위는 지난 달에 용인시를 상대로 한 고법에서의 ‘성복지구주택건설사업승인무효소송’을 위한 ‘행정처분효력집행정지’를 승소로 이끌었다. 이 사건은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민간업체의 조각 개발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작은 승리가 있기까지 노구임에도 구속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역의 녹지보존운동에 앞장섰던 임 전회장의 희생과 봉사가 초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녹지 보존을 위해 온몸을 던져본 자의 소신에 찬 메시지와 숲속 음악회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하나가 되어 토월약수터 솔숲의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며 퍼져 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