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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국민장을 치른 김일

지난 주 언론에서는 최규하 전대통령과 김일 선수의 장례식을 크게 보도했다. 우선 최규하씨는 엄숙한 국민장으로 치러졌음에도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국민없는 국민장의 모습이었다. 이는 전직 대통령이었고 우리 외교사에 큰 업적을 남긴 공훈에도 불구하고 1979년 10.26사태 이후에서부터 이듬해 신군부가 집권하기까지 보여준 그의 행적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을 것이다. 아직도 아궁이를 연탄화덕으로 사용한다는 검소함이 거론되어도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는 모양이다. 연도를 지나는 시민들만이 호기심 어린 눈길로 전직대통령의 장례행렬을 지켜보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우리들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그러나 토요일 장례식을 치른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는 거창하지도 않았고 유명인사의 명단이 줄줄이 채워져 있는 장례위원회도 없는 조촐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빈소에는 그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잇따랐고 영결식에는 마지막 그의 모습을 아쉬워하는 이들로 식장이 메워졌었다. 아마도 국민들 대부분 김일 선수의 죽음을 애도하고 슬픔을 함께 했을 것이다.
그는 지난 6, 70년대 국민들을 흑백 TV 앞에 모여 목이 터지게 함성을 지르게 했던 주인공이었다. 아니 그는 언제나 역경을 딛고 일어서서 악당을 시원스런 박치기 한방으로 무찔러 준 그 시절의 영웅이었다. 별다른 볼거리도 없고 흥미로운 것도 없던 그 시절 김일 선수의 레슬링 시합은 온 국민을 휘어잡는 마법과 같았었다. 그는 우직함으로 상대방의 반칙을 이겨내 반드시 이긴다는 약속을 지켜 주었기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희망의 전도사였다.
그의 시합 뒷날 국민 모두의 에너지는 충만되어 있었다. 마치 월드컵에서 우리 팀이 이긴 뒷날과 같았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다.
전직 국가원수였던 최규하씨의 장례식이 국민장으로 예우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장례식은 역할을 못한 아니 오히려 역사를 후퇴시킨 지도자였다면 죽음 이후에도 오욕이 따라감을 확인시키는 의식이 되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김일씨의 장례식은 살아생전 아무런 공직을 갖지 않았음에도 국민들에 기쁨과 희망을 주었기에 존애의 마음을 갖게 하는 진정한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지냈다는 것만으로 국민장의 요건이 충족되는 것이라면 민심과 크게 유리된 실정법이다.
비록 현실법이 그렇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지도자의 국민장이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없는지를 지난주 두건의 장례식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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