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의 원작자 스즈키 코지와 감독 나카다 히데오의 이름만으로도 공포가 전해지는 '검은 물 밑에서'(21일 개봉)는 흐느끼는 듯한 음산함이 전반에 깔린 특유의 동양적 호러다.
옥상의 물탱크로부터 배수관을 타고 흐르는 물에 떠도는 '한(恨)'을 그린 이 영화의 핵심적 코드는 '모성'. 전작 '링'에서 모성애가 사건을 풀어 가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검은 물 밑에서'의 주인공도 딸을 지키려는 절박함으로 공포의 대상에 맞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망자에 대한 진혼이 저주를 피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 '링'과 달리, '검은 물 밑에서'에서는 귀신을 껴안는 모성의 희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남편과 이혼한 요시미는 어린 딸 이쿠코와 함께 낡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요시미는 딸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 때문에 양육권이 흔들리는 입장에 처한다. 자꾸만 커지는 천장의 물자국, 버려도 버려도 다시 돌아오는 주인 없는 빨간 가방, 몇 년 전 실종됐다는 위층 소녀의 그림자.
어느날 이쿠코의 유치원을 찾은 요시미는 환영으로 나타나는 노란 비옷에 빨간 가방을 맨 소녀의 그림을 발견한다. 소녀는 2년 전 실종됐다는 유치원생 가와이 미츠코. 요시미는 자신의 윗집인 405호가 미츠코가 살던 집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는데…
일본괴담의 공포 요소들을 영상화하는데 탁월한 나카다 히데오는 영화 전반에 으스스하고 꺼림칙한 기운의 동양적, 또는 괴담적 공포를 깔아놓았다. 하지만 '링' 같은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도 없고 특별한 주제의식도 없는 상황에서 분위기만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에는 무리가 많다. 괴담적 정서 자체가 헐리우드 공포물과의 차별성이 뚜렷하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연출력과 상상력의 한계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영화의 결정적 단점은 구성이 산만하고 드라마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요시미가 '끝장을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옥상을 향해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까지 사건의 진행은 무척 잠잠하고 느리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원래 천천히 압박감을 쌓아가다가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형식이지만, 원작 단편소설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내용을 무리하게 첨가한 흔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피 한방울 없이 심리적 공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공포영화의 새로운 거장으로 인정받아 왔다. 사실 좋은 호러영화는 어떤 경우에도 '피'만으로 공포감을 주진 않는다. 그러나 이상한 발자국 소리, 엘리베이터 구석의 그림자, 머리를 풀어헤친 원혼의 환영 같은 '통속적' 장치만으로 제대로 된 심리적 공포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나카타 히데오의 공포 감각은 헐리우드의 슬래셔무비보다 작품수가 많지 않다 뿐이지, 상투적이고 진부한 정도는 비슷하다.
정수영 기자 jsy@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