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국가정보원은 미묘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 하나는 국가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필요한 경우 수사를 하는 기관이요, 다른 하나는 박정희 정권이 창설한 중앙정보부의 후신으로서 그물처럼 정밀한 정보망을 통해 정치를 비롯한 광범한 분야에 걸쳐 사찰을 감행함으로써 때로는 “우는 아이도 울음을 멈추게 한다”는 말처럼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온 기관이라는 점이다.
국가정보원이 작년이래 대규모 간첩단을 내사해오다 김승규 국정원장의 결단에 의해 최근에 공개수사로 방향을 선회한지 며칠만에 김 국정원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권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국정원이 비록 대통령에게 직속된 정보기관이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의 인사권에 따라 대통령의 취향에 맞는 조직으로 길들여지는 곳이라면 과연 이런 조직이 국가에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국정원은 국가의 안보를 위해 존재한다. 국정원이 오랜만에 간첩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은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국정원이 웬일인가?”하는 의아심을 품으면서도 대체로 “모처럼 할 일을 하고 있구나”하는 반응을 보인 것은 이 조직이 안보의 보루요, 마지막 기댈 언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조직은 변질돼도 국정원만은 굳건한 안보 교두보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국민의 소망이다.
그러나 물러나게 된 김승규 국정원장이 일간지와 회견을 하고 이번 간첩단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 점, 코드 인사로 수사체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암시한 점은 이 조직이 자신의 앞날을 가름하는 분수령에 올라서 있음을 짐작케 한다. 그것은 한 조직으로서의 국정원 내부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원칙론으로 접근할 때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의 주된 임무는 간첩단 사건의 주범, 종범은 물론 이와 연루된 비호조직을 성역 없이 객관적으로 수사하여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양식 있는 국민은 국정원 관계자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기 바란다.
만일 국정원이 간첩사건을 흐지부지 수사한다든가, 간첩사건을 정치적 이슈로 몰아간다든가, 수사정보를 다른 곳으로 흘림으로써 권력의 방패로 전락한다면 국민은 이런 조직을 혈세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에 봉착할 수 있다. 국민은 국정원이 수장 한 사람의 성향이나 의지로 좌우되는 조직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안보 전문기관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