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중부서 이강민(35) 경장은 경기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감사의 글을 읽고 겸연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 경장은 지난 21일 오후 9시50분께 화서역 근처에서 음주운전단속 근무 중 혈중알콜농도 0.146 상태로 딸을 태우고 운전하던 공모(41·화서동)씨를 단속했다. 이 경장은 공씨 부녀와 함께 경찰서에 도착, 사고조사계에서 40분 가량 조서를 받은 뒤 공씨의 면허를 취소하고 귀가조치했다.
딸 앞에서 위법행위로 적발돼 조사까지 받은 공씨는 착잡한 마음으로 경찰서를 나와 택시를 기다렸으나 이날 따라 지나다니는 빈 택시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서 앞에서 장시간 택시를 기다리던 공씨는 늦가을로 접어드는 쌀쌀한 날씨 탓에 마음마저 휑한 느낌이었다.
다른 음주운전자들의 조서를 끝마친 이 경장은 다시 순찰차를 몰고 음주운전 단속 장소로 가려다 장시간 택시를 기다리던 공씨 부녀를 보고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경장은 안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공씨 부녀 앞에 순찰차를 세우고는 날씨도 쌀쌀하니 함께 타고 갈 것을 권유했고, 공씨는 딸과 함께 순찰차에 올랐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공씨의 집 앞까지 온 이 경장은 고마운 마음에 야식비를 건네는 공씨의 답례를 끝내 거절하고 근무지로 향했다.
이 경장의 친절함에 보답할 길이 없던 공씨는 며칠 후 경기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감사의 글을 올리면서 이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단지 날씨도 춥고 미안한 마음에 바래다 주었을 뿐인데…”라며 말끝을 흐리던 이 경장은 “제가 단속한 음주운전자가 감사의 글을 띄워 내심 놀랐다”며 “항상 시민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영선기자 bi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