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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사 정보의 ‘언론 유출’ 심각성

이 동 희 <경찰대 범죄수사학 교수>

서래마을 사건
수사 기밀·진행
알권리 앞세워
무책임 보도에 쇼크…

최근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을 계기로 과학수사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 있다. CSI라는 외화의 인기 덕택도 있어서인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과학수사를 위해 현재 경찰에서는 그간 지문자동감식시스템, 족윤적감식시스템, 컴퓨터몽타쥬작성시스템, CCTV판독시스템 등을 개발해왔으며, 전국네트워크망의 첨단전산관리체계인 범죄정보관리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쇄살인이나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화 등의 무동기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범죄분석팀(ViCAT)를 신설하여 범죄프로파일링(Crime Profiling)기법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1955년에 설립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법의학과, 유전자분석과, 범죄심리학과, 문서영상과, 약독물과, 마약분석과, 물리분석과, 교통공학과 등의 전문부서를 설치해두고 있으며, 경찰에서 의뢰한 증거물에 대하여 사체부검, 문서감정, 필적감정, 총기탄흔감정, 위폐감정, 유전자감정 등의 첨단기술형 감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 본소 이외에 지방에 4개 분소가 확대설치되었고, 연간 20만건 이상에 달하는 감정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국가별 과학수사 수준을 비교하는 정확한 척도는 없지만, 각국의 살인사건 해결비율의 비교를 통해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해볼 수는 있다. 2001년도 각국의 살인죄 검거율은 미국 62.4%, 영국 79.9%, 프랑스 77.2%, 독일 94.1%, 일본 93.0%였다. 한편,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평균 98%이상의 높은 검거율을 보이고 있으니 한국의 과학수사는 세계적인 수준이라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서래마을 사건은 한국 과학수사의 높은 수준을 국내외에 알렸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사진행정보와 피의사실의 무분별한 유출에 따른 부작용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서래마을사건과 관련하여 국내언론에서는 수사 초기부터 사건진상에 관한 상세한 보도가 줄을 이었고, 경찰의 구체적인 수사진행상황도 실시간으로 소상하게 보도되었다. 유전자감식을 통해 숨진 영아들의 부모가 프랑스인 부부로 확인되었다는 수사기밀이 보도되어 용의자인 프랑스인 부부가 한국입국을 거부하는 사태로 발전하자 정작 그 사실을 보도했던 언론이 이제는 경찰의 과도한 수사정보 유출을 비난하는 기사를 앞다투어 내보냈다. 이런 와중에 한국에서 수사자료를 건네받은 프랑스사법당국이 수사과정에서 용의자들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언론의 태도도 경찰의 과학수사 역량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찬 호의적인 보도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수사진행과정과 언론의 보도상황을 바라보면서 관련분야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범죄수사는 원칙적으로 밀행성의 속성이 지켜져야 하는 절차이다. 수사정보의 유출은 범인의 도주를 도와주거나 증거인멸을 촉진시켜 범인검거라는 수사의 궁극적인 목적의 달성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범죄혐의사실을 일반인에게 공표하거나 보도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피의사실공표죄나 명예훼손죄 등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의 대상인 범죄이자 인권침해행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수사진행상황이나 범죄혐의사실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메스미디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사기관이 이제까지 수집한 증거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의 수사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수사기밀은 물론, 심지어는 피의자가 조사받고 있는 수사기관의 사무실까지 취재카메라가 들어가 촬영하고 있고, 피의자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옷을 덮어쓰고 있는 웃지 못할 광경도 버젓이 공중파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선진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러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데에는 수사기관과 언론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고, 이러한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가하지 않았던 사법부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 수사기관은 자신의 공과를 알리거나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범죄관련정보를 함부로 유출해서는 안되며, 언론도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공공의 의무를 도외시하는 무책임한 보도행태를 보이거나 대중의 눈을 끌기에 급급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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